응급실 평균 체류 시간 너무 길어…전염병에 취약

응급실 평균 체류 시간 너무 길어…전염병에 취약

  • 기자명 이필수
  • 입력 2015.06.2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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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 환자들의 체류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응급실 감염 문제와 '병원 쇼핑' 문화, 역학조사관의 인력 부족 등에 대한 지적 쏟아져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25일 오후 1시30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 '메르스 사태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대한의학회 김윤 기획이사는 "응급실 평균 체류 시간은 15시간이다. 입원이나 수술을 해야할 환자가 병원에 빈 병상이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미국처럼 환자가 응급실 과밀화가 심해지면 환자를 병동이나 회의실, 심지어 복도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강현 이사장은 응급실 감염 취약 요인으로 ▲과밀화 ▲체류 시간 증가 ▲감염방지 시설 미비 ▲관리통제 시스템 부재 ▲전달체계 미비 등을 들었다.


이 이사장은 "삼성서울병원은 2013년 100억을 투입해 응급실을 개선했는데도 문제가 발생했다"며 "법적, 제도적 보완과 함께 응급실 수가 원가 보전 등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을 1~2인실 구조로 바꾸고 전문의와 간호사 인력을 보완해야 한다"며 "또 의료기관 간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구축해 감염환자가 지체 없이 이송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 역할 분담이 '병원 쇼핑' 문화 고친다"


김윤 기획이사는 "여러 병의원을 다니다가 대학병원을 가는 일명 '병원 쇼핑' 문화가 여러 병원에서 다수의 감염자를 발생시켰다"며 "대형병원과 동네병의원 등 의료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문화는 동네 병의원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며 "동네 병의원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인데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니 대형병원과 경쟁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병원이 중증질환을 진료하면 진료비를 가산하고 경증질환을 진료하면 감산하고 반대로 동네병의원은 중증질환은 감산, 경증질환은 가산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며 "당장은 힘들겠지만 중증과 경증 질환이 명확한 질병부터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총무이사는 보건소와 동네 의원의 역할 구분을 요구했다.


박 이사는 "보건소는 본연의 업무인 전염병과 질병 예방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동네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복지부는 지난 16일에 전국 보건소장 회의에서 기존에 시행하던 일반 진료 등의 업무를 인근 민간의료기관으로 이용토록 안내하게 하고 있는데 25개 구 중 강남, 송파, 강동, 광진구 제외한 모든 구에서 진료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병 전 천안의료원장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전문인력 강화를 촉구했다.


박 전 원장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경영 성과 중심의 운영평가 및 성과계약제를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에서 메르스 진료를 의료진이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는데 의사 인력의 대부분이 1년짜리 계약직이다. 이들의 신분 안정성이 보장돼야 기술적인 부분도 해결된다"고 꼬집었다.


또 "보건소 역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건소장 절반 이상이 비전문직이라 업무 수행 시 현장 업무의 감독이 부실해진다"며 "의사가 아니라면 보건학 석사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다. 또 서울을 제외한 모든 보건소엔 진료 의사가 1명인 수준인데 이 또한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학 조사하는데 사람보다 공문이 먼저 가야하는 상황"


대한예방의학회 기모란 메르스 위원장은 역학조사에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초기단계의 역학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 위원장은 "역학조사를 하려면 해당 의료기관에 개인정보 요청해야하는데 질병관리본부에서 먼저 공문이 가야한다"며 "그 후 환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심평원에 의료기관 이용 명단을 찾아야 하는데 약 처방을 안 받고 잠깐 병원을 왔다가 나가면 기록이 안 나온다"고 역학조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휴대폰 위치정보도 지금은 확인하지만 초기에는 안했다. 환자의 의무기록 요청, 폐쇄회로(CC)TV 보존 요청 등도 해야한다"며 "이런 것을 다 요청하면 역학조사관과 시도 보건과 직원이 같이 나가야하는데 시도역학조사관이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또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이 거짓 정보를 주거나 정보 제출을 거부하기도 해 경찰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또 역학조사 시에 도출되는 문제를 혼자 결정해야하는데 병원 폐쇄 등을 혼자 책임지고 결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기 위원장은 ▲훈련된 전문 정규 역학조사관 100명 이상 보완 ▲역학조사에 필요한 다양한 개인정보 활용의 법적 보장 ▲역학조사 내용의 실시간 공유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염관리는 가장 효율적인 비용 관리"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T 이재갑 위원장은 "중소병원이나 대형병원과 관련 없이 메르스가 확산된 이유는 감염관리 의료 시스템의 문제"라며 "최근 500평상 이하의 병원들에 전화 돌려봤는데 감염관리 간호사의 실제 전담율이 60%밖에 안됐다. 병상 수가 적을수록 감염관리실이 없거나 활동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감염관리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감염관리 실무 전임자의 재직기간은 대부분 1년에 그치고 있다"며 "전담인력 배치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경영자 입장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비용 관리가 감염 관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경영자들은 감염 관리를 하는 것이 경제적 이득이 없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감염 관리가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감염 관리를 철저히 하면 병원 감염에 대한 소송이나 추가 비용을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퍼블릭 / 이필수 lee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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