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계란 사재기 논란 '일파만파'…거짓 해명에 '속수무책'

SPC그룹, 계란 사재기 논란 '일파만파'…거짓 해명에 '속수무책'

  • 기자명 이필수
  • 입력 2016.1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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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19개 품목 생산 중단…'엎친데 덮친격'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파리바게뜨ㆍ던킨도너츠 등을 소유한 국내 최대 식품전문업체 SPC가 계란을 사들인 정황이 포착돼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SPC 측은 일부 부서 직원들이 계란 품귀를 걱정해 애사심에서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SPC가 조직적으로 사재기에 나섰다는 사실이 SBS가 입수한 내부문건을 통해 입증돼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 SPC그룹은 직원들이 사들인 계란 수백 판을 서울 양재동 사옥 지하 주차장에 모아뒀다가 경기도 성남 제빵공장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공장 안에는 지난 19일부터 이틀 동안 직원들이 가져온 분량을 포함해 500판에 달하는 계란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SPC 관계자는 "일부 부서 직원들이 계란 품귀를 걱정해 자발적으로 계란을 구매한 것이다"며 "언론이 사실을 과장보도 했다"고 사재기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해당 계란은 판매용 빵 제조가 아니라 제빵교육과 연구개발에만 쓰였으며, 사들인 계란은 30개들이 약 100만 정도로 전체 사용량의 극히 일부이며, 또 회사 내부적으로도 비판이 일어 직원들이 구매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PC측의 주장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매해야 할 제품의 크기, 품질, 구입처, 결제방법 등 구매 지침과 정산 방법 등을 상세히 담은 '전사 계란 수급 캠페인' 안내 문건이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과 은폐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연구나 교육용으로 사용된다던 해명과 달리 직원들이 구매한 계란은 공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달걀을 양재동 본사로 가지고 올 팀과 공장으로 직접 운반할 팀을 나눈 뒤 담당자에게 관련 구매 서류를 제출하라고 지시한다. 회사 차원에서 사재기에 나선 걸 감추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달걀을 사들인 뒤 사후 정산하는 방법을 쓴 것. 문건에 따라 실제 직원들이 사온 달걀은 공장에서 일일이 점검해 확인증까지 써줬다.


SPC그룹의 조직적인 사재기가 사실상 확인된 것이다. 앞서 보도된 거짓 해명은 더 큰 비난 여론을 만들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직원들이 계란 사재기를 한 SPC그룹의 행태는 '대체 대기업들의 탐욕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까지 품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계란 사재기 '거짓해명' 논란…소비자 '불매운동'


소비자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구매 제한으로 한 명이 한 판밖에 살수 없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제빵그룹이 벌인 사재기가 이해가 안 간다는 입장이다.


한 소비자는 "국내 대표적인 음식료 전문그룹이 가정을 배신했다는 느낌이다. 도대체 소비자들을 개나소로 보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가"라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또다른 소비자는 "서민들 먹거리도 없다고 하는데 기업에서 직원들 시켜서 계란 다 사가는 행태가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를 잊은 것 같다. 과연 그런 기업의 빵을 소비자가 먹어야 할 것인가"라며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AI로 인해 계란 수급이 어려운 마당에 SPC같은 대기업은 소비자와 달리 대량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파리바게뜨 19개 품목 생산 중단…'엎친데 덮친격'


계란 사재기 논란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SPC측이 일부 품목 생산을 당분간 중단하기로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AI 발생 이후 제빵업체에서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파리바게뜨가 업계 1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여개 유통업체로부터 달걀을 납품받는 SPC는 거래 업체 상당수가 AI 영향을 받아 계란 납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PC에 따르면 현재 거래처 21곳 중 9곳이 폐쇄됐고, 이로 인해 최근 계란 공급 물량이 약 40% 정도 부족한 상태다.


SPC 관계자는 "원활한 달걀 공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계란 수급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일부 제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연시에 역풍을 맞은 SPC가 제과업계 1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대책위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AI대응 개선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AI로 인해서 온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고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도 달걀 사재기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대책위원장은 "사재기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기업 아니냐"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를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더퍼블릭 = 이필수 기자]


더퍼블릭 / 이필수 lee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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