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김혜수 "관객이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가 중요해"

[기획인터뷰]김혜수 "관객이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가 중요해"

  • 기자명 김수진
  • 입력 2017.11.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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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김수진 기자]배우 김혜수(47)가 새로운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여성 누아르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을 통해서 온갖 험한 일을 도맡아 범죄 집단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조직의 실세인 '나현정' 역을 맡았다.


"액션 연기를 하는 건 처음입니다. 제가 겁이 많아요.(웃음) 액션영화가 그 전에도 종종 들어왔는데, 피했어요. 용기가 안 났죠. 바보같은 말인데, 다칠까봐 겁이 났어요. 여러 현장을 경험하면서 촬영 중 누군가 다친다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아주 중요한 감정 연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면 전 자전거 타는 연기도 대역을 썼어요. 액션은 말할 것도 없죠."


나긋한 말투로 "매수 아니고, 협상도 아닙니다. 협박이에요"라고 은근히 상대를 압박하더니, 태도를 완전히 바꿔 전기톱을 휘두르며 현란한 액션을 선보인다.


거친 액션을 소화해야 하는 이 작품에 끌린 이유는 현정의 선택이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배우가 캐릭터를 이해하지 않고 연기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맥락이 달랐다. 현정은 조직 생활에 지쳐있고, 평범한 삶을 욕망하는 인물이다. 은퇴를 하는 게 어떠냐는 보스의 제안을 어떤 반감도 없이 받아들이는 건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평생을 배우로 살아온 김혜수 역시 마음 한 구석에는 평범하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고 했다.


"모든 걸 버리고 평범한 삶을 꿈꾼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저도 은퇴를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그건 제 연기에 대한 평가와는 완전히 다른 거예요. 제가 배우라는 일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자주 생각해요. 배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같은 게 아닙니다. 제가 천생 배우가 아니라는 그런 생각 때문이에요. 저보다 더 멋진 연기를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니까요."


김혜수의 이런 엄격한 자기 반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장 배우같은 배우로 꼽히는 연기자다.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고, 점점 더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한국영화계 풍토 속에서 드물게 여전히 자기 영역을 잃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꼽힌다. '미옥'이 제작돼 개봉했다는 것만으로도 김혜수가 우리 영화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여배우의 분량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입니다. 크기가 아니라 밀도의 문제이고요. 우리 영화계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제대로 내세운 영화는 흔치 않아요. 제가 '미옥'의 주인공이냐 아니냐는 제게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관객이 기억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거예요."


더퍼블릭 / 김수진 sjkim@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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