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친인척 채용 비리·고액 투기 조장 ‘한국마사회’…적폐청산에서 적폐양산으로

[이슈분석]친인척 채용 비리·고액 투기 조장 ‘한국마사회’…적폐청산에서 적폐양산으로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3.11.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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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 내세운 정기환 회장, 취임 후 오히려 적폐 양산?
정기환 회장, 1722억원 서초동 부지 매각 관련 국감 위증 논란도
고액 투기 조장 논란…하루 판돈이 10억?

한국마사회가 때아닌 ‘회장 리스크’에 안팎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취임 당시 적폐 청산을 강조했던 정기환 마사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폐 양산 의혹을 비롯해 부실 경영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정 회장의 마사회는 수도권에 아파트를 보유한 직원들에게 사택을 제공해 부동산 매매차익을 얻게 하는가 하면, 배임수재로 면직된 자를 암암리에 재채용하기도 했다. 또한, 노조 측이 요구한다는 명목으로 취업 규정이나 내부 규정에도 없는 특별 휴가를 무단으로 제공한 사실도 적발됐다. 특히 내부 친인척 채용 등과 같은 발생하면 안 되는 채용 비리 역시 정 회장의 임기 내 발생했다.

정 회장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1722억원에 달하는 마사회 소유 서초동 부지의 매각 계획과 관련해 위증을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거나, 계약 승계로 인한 감정평가액 절하로 마사회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국회의 시정요구를 피하기 위해 허위 증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이 매년 이어지면서 마사회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에서 매년 ‘미흡’과 ‘매우 미흡’ 등급을 받는 등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역시 각종 논란이 계속되면서 부진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사회 본관 [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마사회 본관 [사진제공=연합뉴스]

적폐 청산 내세운 정기환 회장, 취임 후 오히려 적폐 양산?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은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마사회장의 적폐 양산 문제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주변 시세 23~40%에 불과한 사택을 조직원들에게 제공해왔는데, 정작 해당 마사회 직원들은 수도권에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사택에 입주해 부동산 매매차익을 얻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마사회의 이런 행태는 전형적인 ‘사택크’(사택+제태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마사회 임원이 배임수재로 면직된 자를 2017년 암암리에 몰래 재채용했고, 현재 부당채용을 한 당사자와 그 수혜자가 여전히 재직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마사회 노조가 취업규칙이나 내부규정에도 없는 특별휴가를 요구해 2017년부터 거의 매년 전직원들에게 5일의 특별 휴가를 무단으로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밖에도 안 의원이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감사자료에 따르면, 마사회 내부 친인척 비리 역시 현 마사회장 임기 내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마사회의 A 과장은 같은 마사회 직원이자 자신의 누나인 B씨와 자신의 조카인 C씨에 대해 불공정 인사평가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마사회 내부에서 인사평가를 할 때에 인사평가자와 피평가자들이 친인척일 경우 이해충돌규정에 따라 업무회피를 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자신의 친인척들에 대한 인사 평가를 아무런 제재없이 지속했고, 최고 등급인 S+를 부여했다.

마사회는 양성평등기본법상 의무사항에 해당하는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를 2017년 이후 무려 5년 동안 전혀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지난 1년간 마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정작 어떤 적폐가 청산됐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회장 본인에 대한 비리 의혹만 감춰지고, 특정 노조와 임원들의 기득권만 더 단단해졌다는 비판이 많다”고 질타했다.

이어 “마사회 내부와 외부 모두 이미 마사회장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마사회를 둘러싼 수많은 우려와 비판을 1년간 들어오셨는데, 이에 대해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정기환 회장, 1722억원 서초동 부지 매각 관련 국감 위증 논란도

정 회장의 논란은 이 뿐만 아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1722억원에 달하는 마사회 소유 서초동 부지의 매각 계획과 관련해 위증을 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 7월 20일 이사회에서 ‘서초부지 매각 추진 계획’을 의결하고, 금년 내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8월과 9월에 2차례 매각공고를 내고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마사회의 서초동 부지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연결되는 초역세권의 ‘노른자위’로 감정평가액이 1722억원에 달하는 곳이다. 현재는 S전자 법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초 마사회는 해당 부지를 오는 2024년말까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기획재정부에 보고했으나, 이보다 1년 앞당겨 올해 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정 회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서초동 부지의 매각 시점을 2024년말까지가 아니라 2028년이라고 4년이나 늦춰 허위로 답변했다는 점이다.

당시 정 회장은 기재부에 제출한 서초동 부지 매각 계획이 중장기적 매각 검토 대상이라는 의미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주철현 의원은 “보고서에 매각시점이 2024년 하반기라고 못 박혀 있다”고 추궁했음에도 “그때부터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고, 2028년에 (임대차 계약이) 끝나고 나면 매각하는 것”이라고 2024년 말 매각 시점에 대해 부인했다.

S전자 법인이 해당 부지를 2028년까지 임차해 영업 중인 상황에서 임대차 기간 중에 매각할 경우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거나, 계약 승계로 인한 감정평가액 절하로 마사회가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당시 국정감사에선 매각 시점이 주요 관심사였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매각 시점이 2024년말 이전이 아니라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2028년 11월30일 이후라고 허위 증언함으로써 매각 계획 변경 등 국회의 시정요구를 피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주 의원은 “작년 국감 이후 1년이 지나도록 마사회장은 허위 증언에 대한 해명과 사과는커녕, 일말의 정정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액 투기 조장 논란…하루 판돈이 10억?

마사회는 정 회장과 관련된 논란 이외에도 불법 경마 단속에 대해서도 지적 받고 있다. 중국 등 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VIP급 밀실을 대여해 줘 고액 연속 베팅을 사실상 방조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기도 과천 소재 경마공원 렛프런 파크에서 고액 연속 베팅이 횡행했다. 고액 연속 베팅은 주로 2인 1조로 이뤄졌는데, 베팅 시간이 1분가량 남은 상태에서 1명은 마권 구매표를 작성하고 1명은 발권기 2개에 전달받은 표를 계속 넣는 방식이다.

마사회는 도박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한 경주마다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을 1인당 10만원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10만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베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베팅을 하는 일당 상당수는 라운지 내 회원실을 장기간 빌려 팀처럼 활동하는 외국인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들이 머물렀던 회원실은 전용실 가운데서도 방마다 칸막이가 있어 비밀이 보장되는 ‘C라운지’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은 방 안에 마권 구매표를 수북이 쌓아두고 매 경기마다 연속 베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은 하루에 총 10억원 수준의 마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계산시 경마 시합이 있는 150여 일간 각각 10억씩 1500억원을 베팅해 10%의 수익률을 올릴 경우 연간 150억 상당의 원화가 해외로 유출되는 셈이다.

이렇듯, 마사의 온라인 불법 경마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간 경마가 사행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불법 경마를 단속하고 공익사업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실제로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경기 포천시·가평군)이 지난달 11일 한국마사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온라인 불법 경마가 620건 적발됐고, 적발 금액은 무려 1조50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도별 적발 건수를 살펴보면, ▲2017년 101건 ▲2018년 113건 ▲2019년 134건 ▲2020년 33건 ▲2021년 63건 ▲2022년 78건 등으로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해당 기간 적발 금액은 총 9892억원에 달하며, 올해 역시 8월까지 집계한 결과 98건 적발에 169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최 의원은 “온라인 불법 도박은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가정까지 파괴하고 있어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며 “마사회 등 관계기관은 집중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마사회는 최근 수년간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미흡)등급과 E(아주 미흡)등급을 받았다. 정부는 매년 경영평가를 통해 최고 등급인 S부터 A, B, C, D, E 등 총 6개 등급으로 기관의 경영을 평가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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