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빙그레 오너일가, 실적 저조에도 가족회사 ‘제때’ 셀프 배당 매년 확대…승계 자금 활용하나

[이슈분석]빙그레 오너일가, 실적 저조에도 가족회사 ‘제때’ 셀프 배당 매년 확대…승계 자금 활용하나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2.20 10:00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빙과류 제조·유통 업체 빙그레가 물류 계열사 제때(Jette)와의 내부거래 금액을 매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때는 빙그레 오너일가 3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

특히 매년 실적과 무관한 배당금 확대도 함께 이어가고 있어 승계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재 빙그레 오너 3세들의 빙그레 지분 보유량이 미미한 만큼, 기업 합병 또는 IPO를 통해 빙그레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현재까지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건재하고, 3세들이 젊은 만큼 당장은 승계보다 경영 수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제때, 빙그레와 내부거래 비중 줄였지만…금액은 매년 확대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제때는 김호현 빙그레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씨가 33.34%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다. 이 외에 장녀인 김정화씨와 차남 김동만 해태아이스크림 전무)가 각각 33.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때는 빙그레 3세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오너 일가 가족회사다.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빙그레 지분 1.99%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제때 주주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제때 주주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오너 일가가 인수한 직후 일감 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워온 제때는 최근까지도 빙그레와 내부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오너 일가가 제때를 인수할 당시인 2006년 매출 272억원 가운데 빙그레를 통해 올린 매출이 98.3%에 달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물류대행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 2015년 43%에서 2021년 29%까지 비중을 낮췄다.

현재는 과거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내부거래 금액은 점차 상승하고 있다.

2022사업연도 제때 특수관계자 거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2사업연도 제때 특수관계자 거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최근 수년 간 제때의 내부거래 금액은 ▲2015년 370억원 ▲2016년 409억원 ▲2017년 454억원 ▲2018년 508억원 ▲2019년 546억원 등 증가세를 보였으며, 2021년 675억원에 이어 2022년 761억원까지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1~3분기 누적 기준 772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연간 내부거래 금액을 뛰어넘었다.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은 4분기 내부거래 금액까지 합산할 경우 1000억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내부거래 덕분에 제때의 매출은 지난 2006년 272억원에서 2022년 2847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사업연도 제때 배당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2사업연도 제때 배당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순이익 감소에도 오너 3세 배당금 매년 확대

이처럼 빙그레와의 거래를 통해 매년 성장을 이어왔던 제때는 배당금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오너 3세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배당금 전액은 오너 일가로 흘러간다.

제때는 물류대행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지난 2015년 4억6435만원을 현금배당했는데, 2020년 19억7875만원을 배당한 데 이어 2022년에는 24억2165만원까지 불어났다.

배당성향의 경우 제때의 당기순이익과 무관한 흐름을 보였다. 실적과 별개로 매년 배당액을 늘려온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1년 45억3584만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20억5224만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은 45.24%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73억6297만원의 당기순이익 중에서 19억7875만원을 배당하면서 배당성향이 26.87%에 불과했다.

제때의 지분 100%가 빙그레 오너 3세들의 소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이 모두 오너 일가에 돌아간 것이다.

 

배당액 늘려 승계 재원 활용하나…빙그레 승계 시나리오

이처럼 제때의 배당액이 매년 확대되는 것과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제때의 배당액을 3세들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현재 오너 3세 및 제때가 보유하고 있는 빙그레의 지분이 미미한 만큼, 향후 자금을 축적한 뒤 합병이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제때가 기업가치를 높여 빙그레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오너 3세들은 제때 지분 매각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빙그레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제때의 배당성향이 크게 높지 않아 자본금을 축적한 뒤 향후 합병을 추진해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때가 주식수를 대폭 확대한 만큼 IPO를 통해 자금 마련도 가능하다. 제때는 지난 2021년 주식수를 684만820주로, 기존의 12배 이상 늘렸다. 향후 IPO를 거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해 공모에 성공할 경우 대규모 자금 마련이 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오너 3세 또는 제때가 빙그레 주식을 매수하는 방향도 거론된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배당금을 바탕으로 김 회장의 빙그레 지분 또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지분을 매입하는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때는 빙그레 지분 1.99%를 보유하고 있다. 제때를 승계에 활용하면 빙그레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 → 제때 → 빙그레’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게 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김호연 회장이 건재하고 3세들이 젊은 만큼, 당장 승계를 준비하기보다는 경영 수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