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극동건설 안계댐 공사 현장서 ‘8명 사상’ ...칼 빼든 고용당국 “엄정 수사”

[이슈체크] 극동건설 안계댐 공사 현장서 ‘8명 사상’ ...칼 빼든 고용당국 “엄정 수사”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3.12.05 08:28
  • 수정 2023.12.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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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주 소재 안계저수지 교각 공사현장에서 총 8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다리 상판이 갑자기 내려앉아 작업 중이던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친 사고다.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만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고용당국은 ‘부실시공’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극동건설이 맡은 다른 시공 현장에 대해서도 불시 감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극동건설은 5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상위 100위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회사 명단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건설 중인 교량 모두 무너져 사상자 발생...고용부, 극동건설 중대재해법 위반 등 엄정 수사

▲ 위에서 본 경북 경주시 안계저수지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 위에서 본 경북 경주시 안계저수지 사고 현장(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극동건설의 경북 경주시 안계댐 안전성강화사업 건설 공사 현장에서 다리가 무너져 내려 작업자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11시쯤 안계댐 건설 현장에서 관리교 교량 상판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안계저수지 관리교 거푸집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에 일어났다. 길이 50m, 높이 7m 다리의 상판이 내려앉아 이를 작업 중이던 근로자 12명 가운데 8명이 약 7m 아래 저수지로 추락해 물에 빠진 것이다.

사고 장소 수심은 5m로 깊었으며, 작업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였다. 인부 A(51)씨와 B(61)씨 등 인부 2명은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6명은 자력으로 헤엄쳐 나오거나, 출동한 소방에 의해 구조됐다. 현재 다리 골절, 저체온증 등 크고 작은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 뒤 치료 중이다.

국토안전관리원 측 설명에 의하면, 직선으로 돼있는 교량 자체가 한쪽으로 꺾이듯 추락해 내려 엿가락처럼 휘었다고 한다.

사고 공사 현장은 총 금액 251억원으로, 50억원 이상이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가 일어나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됐지만, 50인 미만인 사업(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에 대해선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적용을 유예했다.

사고 직후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사고 현장을 관할하는 김승환 포항노동청장에게 현장 방문과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고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한 산업재해수습본부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김 지청장은 사고 현장을 방문해 이번 사고와 관련해 근로자가 사망함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용당국은 사고 현장 외 극동건설사의 다른 시공 현장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불시 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극동건설 현장서 잇단 사고 발생...대책 마련 촉구

안계댐 교량 공사현장 붕괴된 모습(사진=연합뉴스)
안계댐 교량 공사현장 붕괴된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안계댐은 1968년부터 1971년 사이 형산강의 지류인 기계천 수계의 물을 얻기 위해 건설된 댐으로 저수총량은 약 1800㎥이다. 포항철강공업단지에 공업용수와 인근 지역 주민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무너진 다리는 안계댐 시설 관리 등을 위한 교량 건설 공사 현장으로,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고, 극동건설이 시공을 맡은 곳이다. 앞서 지난 2018년부터 극동건설이 안계저수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계저수지 방류장 인근에 관리교를 건설하고 있었다.

총 연장 11.5km 구간인 안계댐 둘레길 조성사업 일부로 계획돼 2024년 3월 완공을 앞두고 있었으나, 이 사고로 오는 50m 길이의 교량이 모두 무너져 버린 것.

더군다나 3년 전에도 이곳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다쳤다는 사실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도 시공사의 과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KBS>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월 수상 바지선을 운반하던 크레인이 부실한 지반 탓에 옆으로 넘어졌는데 크레인 회사가 시공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시공사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공사가 크레인 지지대를 놓을 땅을 제대로 다지지 않아 구덩이가 생기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즉 3년 전에 같은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반복된 만큼 강력한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동건설의 사망사고는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4년 연속으로 정부의 건설 사망사고 기업에 이름을 올려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올해 사고까지 합치면 5년째다.

특히 지난 2019년 해는 두 달 연속 시공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국토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위 건설사 중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회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다사다망한 사망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극동건설 안전경영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 2021년 중대재해 ZERO 선포식을 가져 모든 사업장에 안전보건 조치 등을 강화한다 했음에도, 꾸준히 노동자가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해 이같은 선언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대재해 처벌법에도 사망자 되레 늘어...실효성 논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편, 극동건설 외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현장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중대재해법이 실행됐지만 올해 극동건설 비롯한 중대형 건설사에서의 사망사고는 예년보다 더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9월 말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누적 산재 사고 사망자는 총 459명(사고 건수 449건)으로 전년대비 10.0% 줄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 대형 사업장(50인 이상)의 사망자 수는 지난해보다 15명(18.3%)이 증가한 97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건수(95건)로는 작년(74건)보다 21건(28.4%) 늘어났다. 이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가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로써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 현장 재해사망을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른바 브랜드 건설사들의 현장을 중심으로 사망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자, 중대재해법의 실효성과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더해지는 양상이다.

실례로 ‘e편한세상’의 건설사 DL이앤씨(옛 대림산업)에서는 지난 7월 하청 노동자가 콘크리트 타설 장비에 깔려 숨진 데 이어 8월에는 추락사고 일어나는 등 일주일 새 사망사고 2건이 발생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사망사고가 계속 이어진 원인으로 최고경영자 책임 회피, 대형사고 집중, 처벌 지연에 따른 긴장감 둔화 등을 꼽았다. 법 시행 이후로 기업들이 사고 예방에 몰두하기보다 책임 면피 방법에만 몰입하고, 관련 수사와 처벌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업계에선 중대재해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보다 실효성 있게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건 노동자들의 안전”이라며 “최근 노동자가 일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에게 일어날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안이 반드시 촉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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