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안 이원호 수상 태양광을 둘러싼 ‘복마전’

[단독]태안 이원호 수상 태양광을 둘러싼 ‘복마전’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3.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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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그룹 홈페이지에 게재된 유튜브 영상 캡처.
S그룹 홈페이지에 게재된 유튜브 영상 캡처.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방길리와 이원면 관리를 잇는 이원방조제 안쪽에 조성된 이원호.

태안군청은 담수호(淡水湖-민물호수)인 이원호를 수상 태양광발전지로 개발 중인데, 개발사업 시행사는 두 곳이다. 하나는 한국서부발전이고, 다른 한 곳은 ‘㈜이원신재생에너지복지마을(복지마을)’이다.

그런데 최근 복지마을 대표가 수상 태양광발전 건설비용을 부풀리는 등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가세로 태안군수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인사들도 경찰 수사 선상에 올라 파장이 예상된다.

이원호 수상 태양광발전 개발사업 재개…주민들 반발에도 개발 허가 강행

서부발전은 2017년 8월 태안군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2018년 1월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전기위원회로부터 전기사업허가를 취득하면서 이원호 수상 태양광발전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이원호에 태양광모듈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사업이 한동안 보류됐다.

그러다 2020년 10월 서부발전은 태양광모듈에 LED조명을 설치하고 호수 주변에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주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새빛공원) 조성, 또 2MW 규모의 발전설비에서 나오는 발전 이익을 주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사용하는 내용으로 주민들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수상 태양광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서부발전이 건설 중인 이원호 수상 태양광 설비용량은 43MW로, 주민들에게 약속한 2MW를 더해 총 45MW 용량을 짓고 있고, 여기에 소요되는 사업비는 700억원 상당, 완공 시기는 오는 6월이다.

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또 다른 시행사인 복지마을도 당초 2018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수상 태양광 사업을 보류했다가, 2020년 산업부에 30MW급 용량의 전기사업 허가를 신청했고,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2020년 6월 이를 허가했다.

당시 전기위원회가 허가한 복지마을의 30MW급 수상 태양광 건설 총사업비는 630억원이었고, 이중 자기자본은 63억원, 타인자본(PF)은 567억원이었다.

2020년 6월 26일 산업부 전기위원회 회의록.
2020년 6월 26일 산업부 전기위원회 회의록.

산업부는 다만, 이 같은 내용의 복지마을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을 허가하면서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주민의견을 수렴한 뒤 보고하라는 내용의 문건을 태안군에 송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태안군청은 당시 코로나19를 이유로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한 공청회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았고,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의 동의서만을 받아 산업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업부의 전기사업 허가 결정은 유지됐고, 태안군은 이를 근거로 2021년 8월 복지마을의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을 허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주민들은 태안군청이 복지마을의 수상 태양광 개발을 허가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고, 2022년 공사 현장으로 자재가 반입되는 것을 보고 공사가 시작됐다는 걸 인지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태안군 이원면 인근 9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상당수의 주민들은 개발행위 허가 취소 등을 촉구하며 태안군청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수상 태양광 설치 결사반대를 주장하며 상여를 메고 행진하기도 했다.

2022년 5월 9일자 <충청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수상 태양광 반대 집회에 참여한 한 주민은 “(수상 태양광 사업을)즉각 철회하고 철수하라. 자연 그대로 농사짓는 목적으로만 (이원호를) 사용하겠다. 어느 시설도 더 이상 개발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미 허가가 난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집회가 아니냐’ 기자의 질문에 “(집회)시기가 자기들(태안군청)이 은폐해서 모르게 했기 때문에 늦은 것”이라며 “이게 예를 들어 처음부터 공청회를 했으면 반대를 했을 거고, 우리가 반대 서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조용해지더니 갑자기 (허가가)났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태안군청은 찬성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앞세워 수상 태양광 설치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수사받는 복지마을 대표이사…수상 태양광 건설비용 부풀린 의혹 등 횡령‧배임 혐의

태안군청이 수상 태양광 개발을 강행함에 따라, 서부발전은 오는 6월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고, 복지마을은 지난해 2월 완공과 동시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복지마을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제보 및 이원면 주민 등에게 확인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선 복지마을 대표이사인 신모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고 한다.

신모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는 충남지방경찰청 반부패수사부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서 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뤄졌는데, 법원은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 대표의 영장 기각은 혐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에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신원이 확실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신 대표의 혐의는 수상 태양광 건설 비용을 부풀리는 등 횡령 및 배임으로 추정된다는 게 이원면 주민들의 주장이다.

서부발전의 경우 이원호에 총 45MW 용량의 수상 태양광을 짓는데, 700억원 상당의 사업비가 소요된다. 반면, 복지마을은 30MW급 수상 태양광에 63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이를 MW당으로 계산하면 서부발전은 1MW 당 15억 6000만원 상당이고, 복지마을은 1MW 당 21억원이 건설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부발전의 수상 태양광과 복지마을 수상 태양광에 사용되는 자재나 시공법은 다 똑같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인데, MW 당 5억 4000만원 상당의 건설비용이 차이가 나다 보니 신 대표가 공사비를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신 대표도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신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에 수상 태양광 사업 관련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무슨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릴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거듭된 물음에 “서부발전보다 시공비가 굉장히 비싸다고 그러는데, 서부발전도 최근에 설계를 변경해서 저희와 공사비가 거의 비슷하다”며, 제보 등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수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지만 어떠한 반론이나 해명도 전해 듣지 못했다.

신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충남경찰청 반부패수사부는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S그룹 홈페이지에 게재된 유튜브 영상 캡처.
S그룹 홈페이지에 게재된 유튜브 영상 캡처.

가세로 태안군수와 가까운 인사들도 수사 선상 올라?…“반대하는 사람들의 음해” 격분

신 대표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가세로 태안군수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도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민 A씨는 “(수상 태양광 개발 허가 당시)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팽팽했는데, 태안군청이 찬성하는 의견만 받아 개발 허가를 강행한 거고, 상당수 주민들이 반대하면 재검토를 했어야 됐는데, 태안군이 무리한 개발행위를 밀어붙여 결국은 (복지마을 대표 등이)경찰 수사를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면서 “가세로 태안군수 측근들도 수사 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마을에서 민원 해결 명목으로 일부 주민들에게 수억원 상당의 돈을 지출했고, 또 신 대표의 변호사 비용도 회삿돈으로 지출되는 등 이런 것들이 횡령 및 배임으로 의심돼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민원 해결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일부 주민은 가세로 군수의 전직 수행비서 등 측근들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A씨의 이러한 주장에, 복지마을로부터 민원 해결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주민 중 한 명인 B씨는 “(수상 태양광 개발을)반대하는 사람들의 음해”라고 격분했다.

B씨는 “정치적으로 ‘군수가 뒷돈 받고서 (개발을 허가)해줬다’는 식으로 그렇게 음해를 하는 것”이라며 “그 사람들(반대파)은 여태껏 군수에 대해 꼬투리 잡고 반대만 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신 대표가)변호사 선임하면서 돈이 나간 것도 다 배임이라고 그러던데, 이사들이 다 동의해서 (결정)한 것도 다 배임이라고 몰았다. 나중에 보니까 (구속영장이)기각됐다”며 “나한테도 13억원인가, 15억원 해먹었다고 음해하는데, 내가 무슨 은행인가? 요즘 뭐 아무나한테 돈을 막 주고 그러나?”라고 반문했다.

개발 인허가 주도한 김모 부원장, 자금 끌어온 신모 대표…태안군청은 ‘묵묵부답’

공교롭게도 복지마을 초기 대표이사는 가세로 군수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모 태안군 인공지능융합산업진흥원 부원장이었다. 해당 진흥원은 2021년 충청남도 1기 균형발전 사업에 선정돼 도비 10억원과 군비 10억원, 총 20억 원 사업비로 추진되고, 2025년까지 소요되는 운영비는 태안군이 부담한다고 한다.

복지마을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지난달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신 대표는 태안군청이 복지마을의 수상 태양광 발전사업 개발을 최종 허가하기 직전인 2021년 5월 사내이사로 취임하는데, 당시 대표이사는 김모 부원장이었다.

등기부등본 상 김 부원장은 2022년 6월 2일 복지마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사내이사였던 신 대표는 같은 날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신 대표와 함께 신규 이사진들도 이날 동시에 취임하는데, 이는 복지마을이 김 부원장 체제에서 신 대표 체제로 물갈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면 주민 등에 따르면, 수상 태양광 개발 허가는 김 부원장이 주도했고, 자금은 신 대표가 끌어왔다고 한다. 실제 김 부원장이 복지마을 대표이사일 때 산업부의 전기사업 허가가 결정된데 이어, 태안군청의 수상 태양광 개발 허가가 이뤄졌다.

김 부원장이 가세로 군수와 가까운 사이기 때문에 태안군청이 상당수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상 태양광 개발 허가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것이 일부 주민의 의심이다.

이와 관련, 김 부원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수상 태양광은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주민들의 소득사업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제가 행정적 지원을 해드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부원장은 “인‧허가 관련 행정절차는 주민들이 직접 하기 어려우니, 주민들한테 위임을 받아 제가 그 과정까지만 진행한 것으로, 그 이후 저는 사직을 했기 때문에 최근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수상 태양광 개발 인허가를 성공시킨 김 부원장 사임 직후, 대표이사로 취임한 신 대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를 조달했다.

신 대표가 회장으로 소개돼 있는 S모 그룹 홈페이지를 보면, 수상 태양광에 대한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을 의미하는 EPC는 LS일렉트릭이 담당하고 있고, 한강에셋자산운용(주)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한 것으로 확인된다.

앞서 거론한 바 있듯, 당초 산업부가 허가한 복지마을의 수상 태양광 총사업비는 630억원이었는데, 이중 자기자본은 63억원, 타인자본(PF,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567억원이었다.

이는 신 대표가 수상 태양광 개발에 대한 초기자본 63억원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한강에셋자산운용(주)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PF 대출을 받아 나머지 567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S그룹 홈페이지
S그룹 홈페이지

이처럼 ▶가세로 군수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철웅 부원장이 수상 태양광 개발 인허가를 주도했고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사업비를 댄 신 대표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가세로 군수의 측근들로 지목되는 인사들도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가 군수와도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본지>는 일부 주민들의 의심에 대한 반론 및 해명, 사실관계 등을 듣기 위해 태안군청에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에 확인한 뒤 연락을 주겠다”는 말뿐, 끝내 어떠한 입장도 전해 듣지 못했다.

이원면의 한 주민은 “가세로 군수의 측근들이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에서 파다하다”면서 “군수가 서부발전에 일괄로 수상 태양광 개발사업권을 허가했으면 여러 뒷말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지마을 수상 태양광 건설비용이 서부발전보다 MW당 5억원 이상 부풀려진 원인과 그 돈이 어떻게 쓰이고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또한 가세로 군수와 가까운 인사들이 어떻게 연루됐는지도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태안군은 전년(2022년) 대비 2단계 하락해 하위권인 4등급을 기록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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