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 재점화…장남과 손잡은 MBK, 선행매매·시세조종 의혹 제기까지

[이슈분석]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 재점화…장남과 손잡은 MBK, 선행매매·시세조종 의혹 제기까지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3.12.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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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이전 거래량 폭증…금감원, 한국앤컴퍼니 선행매매 점검
hy 조사 의뢰…공개매수 방어 차원 시세조종 의심
“사법리스크에 ‘지배구조 개선’ VS 정상적 경영 승계, ‘승계 불복’”

지난 2021년 한 차례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친형제인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간의 ‘형제의 난’이 재점화됐다. 형인 조 고문은 이번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조 고문 측의 공개매수가를 소폭 웃도는 금액까지 치솟았는데, 공개매수 열흘 전부터 거래량이 치솟으면서 사전에 공개매수 정보를 입수하고 선행매매를 한 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들 세력 가운데 한 곳으로 hy(한국야쿠르트)를 의심하고 있다. hy(한국야쿠르트)가 최근 한국앤컴퍼니 주식 수십억원어치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hy의 주식 매집 경위 등에 위법 소지가 없는지 여부도 금감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다.

이번 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에는 각자의 명분 다툼 역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조 고문 측은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으며 도덕성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반면, 조 회장 측은 아버지인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 승계를 받은 정식 후계자라는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앤컴퍼니 그룹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앤컴퍼니 그룹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사진제공=연합뉴스]

공개매수 이전 거래량 폭증…금감원, 한국앤컴퍼니 선행매매 점검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사전에 정보를 미리 알고 선행매매를 한 세력이 있었는지 점검에 나섰다.

6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개매수 공시 전부터 주가는 물론 거래량도 함께 올랐기 때문에 주식을 많이 매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기간에 특정 계좌가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집했다면 사전에 공개매수 정보를 알고, 선행매매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식 조사로 전환할 것이다. 현재는 조사 전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살펴보는 단계”라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MBK파트너스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조희원씨와 함께 오는 24일까지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27.32%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최대 주주는 42.0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 고문의 동생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다. 조 고문은 동생인 조 회장에게서 그룹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문제는 MBK파트너스의 공개 매수 소식 이전부터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21일부터 공개 매수 공시 전날일 4일까지 10거래일간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약 31% 상승했다. 10거래일 가운데 하루를 제외한 9거래일에 주가가 뛴 것이다.

주식 거래량에서도 이상한 점이 감지됐다. 지난달 말 한국앤컴퍼니의 일일 주식 거래량은 10만주 수준이었지만, 이달 1일 기준 57만4000주까지 폭증했다. 금감원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전 거래량이 평소보다 많이 늘어난 점에 대해 매매 계좌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공개매수 공시 이후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해 공개매수 가격인 2만원을 넘어섰지만, 전날(6일)은 오히려 5.03% 하락하면서 공개매수가를 간신히 웃도는 2만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공개 매수 공시 이전에 한국앤컴퍼니 내부 인사 또는 회사 내부에서 소식을 접한 외부 인사가 선행 매매에 나선 것이 아닌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 정보를 살펴본 뒤, 구체적인 불법 선행 매매 혐의가 포착되면 정식 조사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hy 조사 의뢰…공개매수 방어 차원 시세조종 의심

이 같은 금감원의 선행매매 확인은 MBK파트너스의 조사 의뢰에서 시작됐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hy(한국야쿠르트)가 한국앤컴퍼니 주식 수십억원어치를 사들인 행위에 위법 소지가 없는지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y측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투자는 장기 투자 목적일 뿐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뜻이 전혀 없다”고 했다.

6일자 <한국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 5일 KB증권 창구를 통해 이뤄진 hy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매집 경위 등을 조사해 달라고 금감원에 의뢰했다. 이와 함께 공개매수 직전까지 한국앤컴퍼니를 매수한 기타법인도 밝혀달라고도 요청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당시 카카오의 시세 조종 혐의와 비슷한 측면이 있어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며 “의혹이 확인되는 대로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개매수 전 선행매매 여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 하이브는 공개매수 기간에 IBK투자증권 판교점을 통해 주식 일일 거래량의 15.8% 수준 매수가 쏟아지자 곧장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누군가 시세를 조종하고 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낸 끝에, 카카오 임원들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했다.

금감원이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서 등에 따르면, 당시 카카오는 SM엔터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 아래로 떨어질 때마다 수백 회에 걸쳐 고가 주문, 물량 소진 주문, 종가 관여 주문을 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SM엔터 인수전에 참전한 하이브가 이수만 대주주와 지분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매수에 들어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및 경영진과 공모해 외부 자금으로 주식을 매수할 것을 지시한 혐의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적시됐다. 원아시아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막바지에 법인 자금과 PEF인 ‘헬리오스 1호’ 자금을 동원해 고가, 물량 소진, 종가 관여 등 시세조작성 주문을 300회 이상 실행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됐다.

하지만 hy는 장기투자 목적을 뿐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뜻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감원 측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hy과 한국앤컴퍼니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공시 기준 총 160억원으로, 이후 추가 매입한 자금도 50억원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hy관계자는 <한국경제>에 “이사회에서 고배당주인 한국앤컴퍼니의 투자를 결정한 이후 내부 절차에 따라 잉여자금을 투자한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공개매수 시점과 맞물린 것을 뿐 다른 어떤 의도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hy의 주식매매에 대해 금감원 조사를 요청한 것과 관련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잠재적 우군을 압박하겠다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이번 조사로 조 회장 측의 공개매수 등을 막는다면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사법리스크에 ‘지배구조 개선’ VS 정상적 경영 승계, ‘승계 불복’”

이처럼 한국앤컴퍼니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간 지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양측의 명분 싸움도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조현식 고문 측은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문제삼고 있으며, 조 회장 측은 조양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정상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조 고문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개 매수를 추진한 근본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동생이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는 그룹의 영속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며 “아버지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지금까지 그룹을 키워왔다”고 했다.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도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고문은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혁신을 이룩한다는 철학에 서로 공감해 이번 공개매수를 함게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없다”며 “창업주 일가이자 주요 주주 중 한 명으로 MBK파트너스를 지원하고 견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친의 경영 승계를 부정하고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나선 것이 ‘승계 불복’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 고문 편에 선 조 명예회장의 차녀 조희원 씨도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에 공감해 공개매수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오너의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를 바꾸겠다는 조 고문의 뜻에 동의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정상적으로 경영권을 승계 받은 조 회장 측은 다소 조용한 분위기다. 조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합하면 경영권 사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고문 측에 맞서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지 않는 점도 이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 회장은 조 고문 측의 지분 공개매수 상황에서도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등 차질 없는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 회장의 사람으로 알려진 이수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자신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했다.

재계에서는 양측이 향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내세우는 명분에 대한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고문은 앞서 경영권 분쟁을 끝내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또다시 분쟁을 일으켰다. 조 회장의 경우에도 정식 승계를 인정받았지만 잇단 사법 리스크로 인해 경영권 분쟁의 명분을 쥐어줬다”고 봤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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