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한국도로공사, 채용절차 무시 정황 속속…일자리창출 최상위권 ‘무색’

[추적]한국도로공사, 채용절차 무시 정황 속속…일자리창출 최상위권 ‘무색’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1.07.0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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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가 지사들의 잇따른 채용절차 위반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자체 내부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 산하의 한 지사는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면서 서류를 보지 않고 면접전형만으로 최종합격자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위원 구성 역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당초 규정된 인원 수가 아닌 임의 축소한 인원으로 구성해 면접을 진행했다는 것.

아울러 다른 지사들도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드러나, 블라인드 채용을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로공사는 공기업 중 ‘일자리채용’ 부문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공기업이다. 그러나 지사들이 채용절차를 위반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면서, 이러한 평가가 무색해졌다는 시각이 따른다. 


<더퍼블릭>은 도로공사 지사의 채용위반 건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서류전형 없이 면접만 반영…면접위원도 축소

[더퍼블릭=홍찬영 기자]지난달 2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한국도로공사 내부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사 산하 A지사는 지난해 3월말 기간제 근로자 1명을 채용하면서 면접전형만으로 최종합격자를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홈페이지에 공시된 채용 규정을 보면, 서류전형을 거쳐 면접전형 진행 후 최종합격을 통보하는 순서로 채용이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서류전형(자격증 점수, 역량기술서 평가) 결과 고득점자 순으로 최종 선발인원의 5배수 이내에서 선발하며, 최종합격자는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합산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A지사는 지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공고내용과 다르게 진행한 것이다.

A지사는 총 8명이 지원한 서류전형에서 최종 선발인원의 5배수를 초과하는 3명을 불합격 처리해야 하지만 이들 지원자 모두를 면접전형 대상자로 선정했다.

또한 면접위원조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접전형에서 면접위원은 규정대로라면 4명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2명(내부 1, 외부 1)으로 임의 축소해 구성했다는 것.

이중 외부위원은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7급 공무원을 선정해 심사에 참여시켰으며, 감사인등의 입회 없이 면접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인사 담당 직원은 채용문서 내용에 서류전형 미실시 등 채용과정이 공고된 평가방법과 다른데도 이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실은 A지사에 해당 인사담당 직원과 상급 간부 등에 징계(감봉) 처분 및 경고 조치를 내릴 것을 지시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어디로?…지원자 개인정보 수집 ‘뭇매’

지난 2~3월에도 다른 지사들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2월 도로공사 산하 B지사는 주간 상황관리원 채용원서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생년월일이 기재된 근무조건 확인서를 지원자 3명으로부터 제출받았다.

규정에 따르면 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서접수 시 개인정보(연령, 성별, 학력)가 배제된
입사지원서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만을 제출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B지사는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제출받아 블라인드 채용절차를 위반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면접전형에서 채용사전심 사위원회의 사전심사 없이 자격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4급 공공기관 종사자 외부위원으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 지사 역시 B지사와 같은 행위를 답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주간 상황관리원 채용원서를 접수하면서 지원자로부터 개인정보가 들어간 근무조건 확인서를 받고, 자격이 되지 않은 6급 공무원을 외부위원 으로 선정하는 등 채용업무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것이다.

B, C지사의 채용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은 경고와 주의 조치를 받았다. 해당 지사들은 감사결과에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기간제 채용 업무에 철저를 기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 최상위권?…명성과 역행하나

이처럼 채용절차 위반 정황이 무더기로 적발돼, 도로공사의 공공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도로공사는 공기업 중 비재무부문 일자리창출 세부지표 평가에서 최고 순위를 차지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해 CEO스코어가 국내 36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2019년 기준 경영 데이터를 분석·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일자리 창출 세부지표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일자리창출 부문은 비정규직·소속 외 인력의 정규직 전환 실적, 청년 정규직 및 청년인턴 채용 실적과 시간선택제 채용 및 전환실적과 유연근무 현황 등을 평가한다.

특히 도로공사는 채용형 청년인턴 채용과 청년 정규직 채용 부문에서 각각 37.71점, 35.43점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냈다. 도로공사는 2020년 기준으로도, 일자리창출 세부지표 평가에서 4위를 차지하는 등 연이어 상위권을 이어갔다.

또한 도로공사는 지난 6월 공기업 브랜드평판 빅데이터 분석결과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명예와는 달리, 앞선 나온 채용 잡음들은 분명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 지사들의 채용 위반 논란 경위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관습 같은 잘못된 시스템이 회사 전반적으로 퍼져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따른다.

무엇보다 도로공사는 ‘공공’의 성격을 띤 기관이다. 사전에 정의된 바에 따르면, 공공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공공기관은 어느 단체보다도 국민들의 수면 위에 올라가 있다. 공공성과 신뢰성이 강요될 수 밖에 없는 지대에 있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일자리창출 부문에서의 고평가가 무색하지 않도록, 향후 보완할 부분을 철저히 검토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더퍼블릭 / 홍찬영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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