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국권(國權) 수호 독립운동과 이권(利權) 사수 의혹 검사는 동급인가? [미디어 공헌 김정순 칼럼]

윤석열 후보, 국권(國權) 수호 독립운동과 이권(利權) 사수 의혹 검사는 동급인가? [미디어 공헌 김정순 칼럼]

  • 기자명 김정순 언론학 박사
  • 입력 2022.02.11 17:08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유산, 민족문화의 정통성과 민족 정체성 확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재산
-후손들에 문화유산 온전하게 물려줘야 하는 이유

▲사진=김정순 칼럼 前 간행물윤리위원장 (언론학박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일간지 인터뷰에서 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을 독립운동에 빗대며 한 적폐 청산 발언이 대선 정국에 파장, 후 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윤 후보는 측근 검사들을 중용, 보복 수사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A검사 (한동훈 검사)는“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집권시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인터뷰를 요약하면 문재인 정부를 일본 제국주의로, 한동훈 검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한 독립운동가와 동급으로 비유하는 등 정치보복 암시 발언이 논란을 사고 있다. 이에 여당의 윤건영 의원은 한동훈 검사를 "... 어떻게 독립운동가에 비견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일제히 공세에 나서고 있다.

 

윤 후보는 그간 망언이 터질 때마다 분명 한국어로 말했는데 매번 통역 수준의 길고 다양한 해명이 뒤따랐다. 정치보복을 암시한 인터뷰의 진의에 해명을 내놓으며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파장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뷰를 마치며 윤 후보는“다 기사화 해달라 TV토론에서는 시간이 없어 말도  못할테니... ”라는 말로 미루어 정치 보복 암시 윤 후보의 인터뷰 메시지는 우발적 실언이 아닌 강한 확신을 드러낸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가족도 버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숭고한 애국선열의 독립운동을 어떻게 논란 검사의 문제성 활동과 동급으로 비유할 수 있는지 대통령을 꿈꾸는 이의 저열한 인식이 개탄스럽다.

 

필자의 부친은 일제 치하에서 나라를 되찾겠다고 결사대를 조직, 독립운동하다 엄동설한 1월에 붙잡혀 감방에서 4년간 옥고를 겪었다. 차가운 감방에서 긴 인고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어떤 말로도 치환할 수 없다. 옥살이 후유증 탓에 필자가 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무렵 부친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나이 차가 많았던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홀로 어린 4남매를 키우며 모진 세월을 감당해야 했다. 

 

아버지가 대학 교수였다는 윤석열 후보와 달리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그렇듯 우리 4남매도 물질적으로 풍족하진 못했지만, “부친께서는 독립운동가이셨다.”라는 가슴 속 긍지(矜持)로 고생을 감내했다. 

 

그런데 제1야당의 대선 후보자가 자신의 부하 직원이었던 자를 두둔, 독립운동가에 빗댄 독립운동 정신 폄훼에 분노가 치민다. 집권하면 현 정부의 적폐를 수사하겠다는 발언도 문제가 크지만, 독립운동에 대한 윤석열의 사고방식은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독립운동이라는 숭고한 희생의 무게가 속칭 칼잡이 출신 정치 초짜의 천박한 정치적 레토릭으로 쓰일 만큼 가벼운 말이던가?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서슬 퍼런 칼날 앞에 맨몸으로 자기 생명을 내놓고 겨레의 광복(光復)을 위해 맞서 싸웠던 선열(先烈)들이다. 독립운동의 의미와 정신은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검찰권력으로 남의 목을 쳐대며, 자기 목은 절대 못 내놓겠다고 자리를 사수하던 이가 득표에 눈멀어 입에 올릴 만큼 가벼이 빗댈 말이 아니다. 가족의 안위를 포기하고 국권(國權) 회복을 위해 온몸이 산산이 부서지는 길을 걸어온 사람들을 독립운동가라 부른다. 그런 까닭에‘독립운동가’는 숭고함의 상징이다. 국권은 고사하고 가족의 이권(利權)을 위해 권력 사유화로 수사를 막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가 법의 심판을 앞둔 과거 자신의 수하 검사를 두둔하며 빗댈 말은 아니다. 

 

독립운동이라는 말과 가치를 저열한 수준까지 끌어내린 윤석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롯, 야당의 정치인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차가운 감방에 갇혀 절망했을 독립운동, 애국지사 선친을 생각하면 모멸감이 인다. 과연 우리는 독립운동가와 숭고한 독립운동 정신의 가치 격하를 목도하고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못 본 척 지나쳐도 괜찮은 것일까?

 

윤석열 후보가 측근 검사를 독립운동가에 빗대며 한 발언을 통해 그의 민족관 국가관이 여실히 드러났다. 윤 후보에게 독립운동이란 여·야 초월적인 숭고한 정신과 목숨 건 운동이 아니라 남들이 옳고 그름을 따져 비판할 때 고개 빳빳이 들고 자기 패거리 보스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행동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번 대선이 아무리 이익투표, 차악 후보를 뽑는 거라지만, 우리는 지금 국가를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려는 것이다. 대통령은 민족 전체의 운명을 내다보는 거대 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독립운동에 대해 이토록 저열한 의식을 가진 후보자가 과연 민족의 운명을 고민하며, 나라를 이끌어갈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을지 심각히 우려된다.


더퍼블릭 / 김정순 언론학 박사 lee1@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