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와나는 누구 겁니까?”…한컴과 코인 그리고 페이퍼컴퍼니 의혹

“아로와나는 누구 겁니까?”…한컴과 코인 그리고 페이퍼컴퍼니 의혹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1.05.2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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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로와나테크는 해외 출판 플랫폼 미디엄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한컴오피스 등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한글과 컴퓨터(한컴)가 가상자산(암호화폐) 논란에 휩싸였다.

해외에서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한 뒤 발행한 암호화폐의 가치를 상승시켜 막대한 이익을 거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컴 측은 “페이퍼컴퍼니라기보다 가상자산 발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이고, 업계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방법 일뿐만 아니라 발행된 가상자산 대부분 보호예수가 걸린 상태기 때문에 차익을 거두거나 하는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사업 확대

27일 한컴 등에 따르면, 한컴 계열사 한컴위드는 올해 초인 지난 1월 5일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디지털 금융사업을 위한 6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컴위드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 기업인 ‘티모넷’ ▶블록체인 기반 금융 솔루션 기업 ‘엑스탁(XTOCK)’ ▶글로벌 금융 유동성 공급업체 ‘베이직(BASIC)’ ▶호텔 ICT솔루션 기업 ‘루넷’ ▶숙박 전문 예약업체 ‘호텔엔조이’ 등 5개 기업과 함께 글로벌 디지털 금융 플랫폼 공동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한컴위드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컴위드의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1월 5일 6470원에서 1월 27일 장중한 때 1만 950원까지 오른 것이다.

한컴위드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사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한지 3개월여 뒤인 지난달 13일, 한컴위드는 블록체인 기반 금(金) 비즈니스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해외 법인인 한컴싱가포르를 통해 ‘아로와나테크’에 지분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인데, 아로와나테크가 진행하는 ‘아로와나 프로젝트’에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로와나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로 금 유통 프로세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금 관련 비즈니스의 양성화에 기여하면서, 개인이 금을 쉽게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아로와나테크는 블록체인 기반 금 유통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한 다음, 이 플랫폼과 연계할 ‘아로와나 토큰(ARW)’을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한컴위드는 아로와나테크에 자사 기술을 제공하고 금 기반 모바일 상품권, 디지털 자산 플랫폼, 한컴페이 등 여러 신사업에 아로와나 토큰을 연계할 구상이라고 전했다.

상장 30분 만에 10만 7500% 대폭등…한컴 측 “실현된 이익 없어”

그로부터 1주일 뒤인 4월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아로와나 토큰이 상장됐는데, 상장되자마자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달 20일 오후 2시 30분 아로와나 토큰은 50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후 3시 1분 5만 3800원까지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상장 30여분 만에 1075배(10만 7500%) 치솟은 것.

물론 지난 27일 기준 아로와나 토큰 가격은 2800원대로 상장 한 달여 만에 대폭락한 상태다.

다만, 상장 첫날 5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상장가의 55배가 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컴 측은 실현된 이익은 없다는 입장이다. 토큰 발행량 5억개 중 한컴 및 파트너사들이 보유한 4억 9000만개가 락업(보호예수)돼 있다는 것.

‘일정기간이 지나 보호예수가 풀릴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본지> 물음에, 한컴위드 관계자는 “토큰 유통 계획은 투명하게 선(先)공개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 아로와나 토큰 일별 차트(빗썸)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

상장 이후 하향곡선 그리고 있는 아로와나 토큰을 발행한 아로와나테크는 한컴 측이 세운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아로와나테크 싱가포르 현지 주소지에 등록된 회사는 431개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사무실은 하나인데 해당 주소지를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기업이 400개가 넘는다는 것.

또한 아로와나테크의 자본금은 우리 돈 840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중 한컴위드가 보유한 지분은 42만원.

‘블록체인 기술로 금 유통 프로세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금 관련 비즈니스의 양성화에 기여하겠다’며 아로와나테크에 지분을 투자한다고 홍보했지만 한컴위드가 실제 투자한 금액은 고작 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다.

아로와나테크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페이퍼컴퍼니 의혹에 대해, 한컴위드 관계자는 “국내에선 ICO(암호화폐공개)가 안 된다. 그러다보니 코인(아로와나 토큰) 발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싱가포르에서 설립을 한 것”이라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국내선 ICO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코인을 발행한 뒤 역으로 국내 거래소로 들어오는 구조”라며 “페이퍼컴퍼니 문제는 저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코인 회사가 이런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국내에선 ICO가 금지돼 있고, 해외에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ICO 진행 후 국내에 우회적으로 진입하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일반적이라는 것.

이와 관련해 2019년 1월 31일 국무조정실이 공개한 ‘ICO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응방향’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ICO 금지 방침을 우회해 싱가포르 등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등 형식만 해외 ICO 구조를 취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실시한 ICO지만, 한글 백서(사업계획서) 및 국내홍보 등 사실상 국내 투자자를 통한 자금모집이 이뤄졌고, 특히 회사개황‧사업내용‧재무제표 등 중요한 투자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으며, 개발진 현황 및 프로필 또한 허위 기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로와나테크는 토큰 상장 후 한 달여 동안 협력사나 개발진을 변경하는 등 백서를 4번이나 수정했다. 

아로와나테크 실소유주는 한컴

한컴위드가 보유한 아로와나테크 지분이 42만원에 불과한 반면, 아로와나테크 대표를 맡았던 윤성호 전 대표는 800만원 상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 전 대표의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고 한다. 가장자산 전문가가 아님에도 싱가포르에 아로와나테크를 설립한 뒤 ICO 진행 후 국내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윤 전 대표는 ‘바지사장’에 불과하고, 한컴이 아로와나테크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퍼컴퍼니 의혹 및 한컴과의 관계가 부각되던 시점인 지난 26일, 윤 전 대표는 아로와나테크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윤 전 대표가 급작스럽게 대표이사직을 사퇴한데 대해, 한컴위드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 주목하고 있는데 대해 부담을 느껴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표를 영입한 배경에 대해선 “한컴이 코인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다”며 “그렇다보니 한컴그룹과는 무관한 중립적 인물을 찾다보니깐 윤 전 대표를 영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컴 측은 윤 전 대표가 한컴그룹과는 무관한 중립적 인물이라 주장했지만, 과거 한컴금거래소 전무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로와나 측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윤 전 대표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어제(26일) 사임을 표했다. 아로와나재단은 보다 적격하고 전문성을 갖춘 CEO를 빠른 시일 내에 선임할 예정”이라고 했다.

상장 이후 백서를 4번이나 수정한데 대해선 “백서는 인원 변동, 협력사 요구 등으로 수정하게 됐으며, 버전 관리나 공지에 대해 미숙했던 점 매우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큰을 만든 목적이 토큰 판매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플랫폼에 연계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만큼, 한컴그룹은 플랫폼 오픈 준비에 주력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디지털 금 바우처 플랫폼은 6월 말 오픈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서에 소개된 사업내용들도 더욱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빠른 시일 내에 백서를 보완해서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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