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짧은 거리 승객 호출 피했다...서울시 실태조사

카카오택시, 짧은 거리 승객 호출 피했다...서울시 실태조사

  • 기자명 임준
  • 입력 2022.02.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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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임준 기자] 카카오택시가 승객을 골라 태우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서울시가 23일 밝혔다.

서울시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해 10~11월 카카오택시 호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 호출 앱으로 직접 택시를 불러서 탑승하는 ‘비밀 평가원’ 방식으로 진행했다.

2개월 동안 택시 841대를 호출했으며 장거리(10㎞ 이상)·단거리(3㎞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를 구분해 적정 표본을 확보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 태우고 있는 정황이 일부 드러났다.

‘평일 밤 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의 호출 성공률은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시는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에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는 것을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확인했다”며 “카카오택시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골라 태우기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택시로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가 이뤄진 건을 분석해보니 거리별로 장거리(81.8%)보다는 단거리(66.4%)일 경우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

요일별·시간대별로는 주말(88.1%)보다는 평일(63.3%)에, 아침(79.0%)·저녁(83.2%)보다는 밤(58.6%)에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

이번 실태조사에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 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 실패 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서울시는 택시업계에서 제기한 ‘카카오택시가 자사 가맹택시(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 관련 조사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약 39%는 가맹택시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맹택시 배차 비율은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높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16.7%로 낮았지만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86%로 높았다.

서울시는 “택시업계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같이 일반택시 호출 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다만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일반택시 호출 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40%로 높은 것을 볼 때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며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태조사와 별도로 택시 배차 후 택시가 승객에게 오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5대 중 1대(21%)는 배차 후 승객에게 도착하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려 배차방식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 방안을 올해 초 카카오택시에 제안했다.

아울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승객이 일반택시 호출을 했을 때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 콜을 주는 방식도 요청했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에는 시·도지사에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위임 건의 및 가맹·중개택시 사업 분리와 목적지 미표시 등 제도 개선까지 요청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임준 기자 uldaga@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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