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참사 다신 없어야"…20년 삼풍百 구조 소방관 한 자리

"그런 참사 다신 없어야"…20년 삼풍百 구조 소방관 한 자리

  • 기자명 이필수
  • 입력 2015.07.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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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사고 20주기를 맞아 당시 구조에 나섰던 119소방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강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 중년 사내들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자연스레 서로 맞잡은 손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였던 119 구조대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유스호스텔에서 20년 전 그 날을 기억하며 만났다. 서울소방방재청이 삼풍참사 20주기를 계기로 마련한 자리였다.


당시 소방대원이 된 지 갓 1년을 넘겼던 30대 청년은 이제 양천소방서 소방대장이 됐다. 현장에서 노련하게 구조활동을 펼쳤던 이들 중 몇몇은 이미 정년퇴직을 하기도 했다.


서로 '선배님' '후배님'하며 정을 나누기도 잠깐, 삼풍백화점 참사 당시 아수라장 현장이 담긴 영상이 흘러나오자 일순간 대원들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


10분 남짓, 도로가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채 회색 콘크리트 잔해가 어지럽게 나뒹굴던 현장, 그 사이를 피를 뒤집어 쓴 채 걸어 나오던 사람들 모습이 담긴 영상이 10분 남짓 상영될 동안 이들은 미동도 없었다. 20년 전 시간이 훌쩍 뛰어와 그들을 덮쳤다. 눈동자 위로 안타까움이 가득 담겼다.


이승교 서울강북소방서 대응총괄팀장은 "아직도 지하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던 이의 목소리가 생각난다"고 했다.


이승교 팀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현장에서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심해져 도무지 제정신으로는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제 와서 고백하지만 도무지 술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작업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선철 서울중부소방서 예방팀장 역시 비슷한 트라우마를 토로하며 당시 현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선철 팀장은 "아직도 30㎝가 안 되는 건물과 건물 사이에 고립돼 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며 "사건 현장이 워낙 큰 탓에 내가 제대로 구조를 하고 있는 건지 회의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팀장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려낸 생명들에 대한 감회에 대해 "땅굴 파듯 구조하면서 3일간 잠 한숨 못자고 한 사람을 구조했을 때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강장선 서울용산서방서 진압대장은 "항상 삼풍 사고를 가슴 한 구석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며 "제 힘이 미처 닿지 못했던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아픈 심정이다"고 고백했다.


삼풍참사는 유가족 뿐 아니라 소방관 모두가 짊어지고 가야할 상처가 됐지만 이들은 삼풍참사로 재난 체제가 조금씩 갖춰졌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선철 팀장은 "재난을 겪으면서 통합 지휘체계가 형성되고 장비가 보강된 점 등 재난에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든든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반면 삼풍참사 당시 지방에서 근무하다 구조 지원을 왔었다는 권순경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아직도 현장 중심 체제로 재난 대응 정책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승교 팀장 역시 "이제 소방재난대비 훈련을 해보면 대응 체계가 신속해졌다는 게 느껴지지만 과연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의문이 든다"며 "관건은 유관기관들의 협조다. 이들이 얼마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줄 수 있는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삼풍백화점 사고로 사망한 509명에 대해 애도를 전하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퍼블릭 / 이필수 lee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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