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대박친 다음카카오, 대리운전 저울질

‘카카오택시’ 대박친 다음카카오, 대리운전 저울질

  • 기자명 이필수
  • 입력 2015.07.24 16:4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의 성공 기세를 몰아 대리운전 서비스까지 나선다는 소문이 돌면서 어수선한 업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밥그릇을 빼앗길까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현장 기사들은 무료 서비스 가능성이 높은 카카오의 진출 소식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다음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누적 호출 건수가 출시 3개월 만인 지난 7월6일 500만 건을 돌파했다.


카카오택시가 나오기 전 서울 지역 콜택시 호출 건수는 하루 3만3000건 정도였지만, 카카오택시의 하루 호출 건수는 이미 15만 건을 넘었다. 서울 지역도 하루 6만 건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콜택시 시장을 집어삼킨 것을 넘어 카카오택시로 인해 콜택시 이용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일 카카오택시의 콜택시 시장 점유율을 70% 정도(전화콜 포함)로 추정했다. 콜택시 이용자 대부분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카카오택시가 전형적인 '무수익 모델'이라는 점이다. 다음카카오는 건당 1000~2000원 정도인 '콜비'를 무료화하고, 기존 콜택시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점으로 콜택시 시장을 석권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다음카카오의 다음 타깃으로 꼽히는 대리운전은 수익형 모델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수익 모델을 통해 충분한 경험과 인프라를 확보한 뒤, 수익모델에 접근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략에 속한다.


그렇다면 대리운전 시장의 '파이'는 얼마나 될까. 현재 대리운전은 연 3조원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대리운전 이용자 수는 47만 명에 달한다. 이중 약 80%를 로지연합(대리운전연합회)이 차지하고 있다. 이어 콜마너가 약 10% 내외를 점하고, 그 외에 중소업체가 나머지를 나눠 갖는 구조다.


이들 업체는 대리운전 운임의 약 2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지방 일부 업체는 30%까지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수료만 따져도 연간 5000억~7000억원에 달한다. 연 151억 원 규모인 콜택시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시장인 셈이다.


◇ 대리운전 업계 '찬반' 논란


이러한 소문에 대리운전 업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업주는 대부분 강력히 반발한다.


실제 로지연합을 중심으로 한 업주 300여 명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다음카카오 사무소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막대한 자본과 조직을 가진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진출 계획은 기존 시장 종사자들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선 대리운전 기사는 대체로 반색한다. 업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을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원 50여 명이 이날 집회 현장 인근에서 환영 기자회견과 집회를 연 것이 방증이다.


이들은 "그동안 대리운전 업체가 기사에게 단말기를 강매하거나 배차를 제한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며 "다음카카오의 업계 진출은 사업자 횡포를 근절할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은 "20%에 달하는 수수료, 보험료 전가, 각종 벌금 부과 등 로지연합 등 업체의 횡포가 심각했다"면서 "다음카카오가 대리시장에 진출하면 명색이 대기업인 만큼 이전보다 가혹하게 기사들을 수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귀띔했다.


◇ 다음카카오 대리운전에서도 대박 칠까?


그렇다면 다음카카오가 강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리운전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 경우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업계에서는 시장을 석권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현재 대리운전 업계는 요금 기준도 제각각이고, 기사 신원도 불확실해 고객 불만이 많은 편이다.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과 카카오택시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서비스를 대리운전에 도입한다면 업계 최강자가 되기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대리운전 기사 최모(42)씨는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시장에 진출한다면 이미 자리를 잡은 주요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는 도산할 것이다"며 "살아남더라도 상당한 수익을 다음카카오에 빼앗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일부 대리운전 기사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대리운전이라는 직종이 상당히 특수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리운전은 미터기로 움직이는 택시와 달리 운임이 일정하지 않다. 고객 목적지와 시간 등에 따라 운임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고객과 대리기사의 분쟁도 끊이지 않는 편이며, 고객 불만도 상당히 많이 접수되는 시장이다.


수수료도 문제다. 중개업체의 높은 수수료가 불만이던 대리기사들은 반기겠지만, 다음카카오도 대리운전 기사에겐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또 다른 '슈퍼 갑' 논란이 생긴다. 다음카카오가 수수료를 10%대로 낮춘다 하더라도 대리기사들에겐 부담될 수도 있다.


골목상권 침탈 논란도 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콜택시 업계는 나비콜, 엔콜 같은 대기업 계열사 중심이었지만, 대리운전 업계는 대부분 영세업체 중심으로 돌아간다. 다음카카오가 이 시장을 지배할 경우 논란이 일 대목이다.


대리운전 시장 진출설에 관해 다음카카오 측은 신중한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증권사 리포트 등을 통해 관련 전망이 대단히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현재로써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더퍼블릭 / 이필수 lee1@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