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이태원 참사로 재소환 된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이재명의 불편한 민낯

[집중분석]이태원 참사로 재소환 된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이재명의 불편한 민낯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2.11.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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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에 연일 정부 책임론과 국정조사 요구하는 이재명...판교 참사 때는 어땠나?
당시 경기도 행정부지사였던 박수영 의원, 비화 공개...축사까지 하러 갔는데, 성남시는 책임없다?

▲ 2014년 10월 22일자 연합뉴스TV 보도 캡처.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서쪽 너비 5m, 길이 50m의 작은 골목에 할로윈데이 축제를 즐기려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이날 오후 10시 15분쯤 호텔 인근의 삼거리 골목에선 몰려든 인파가 오도 가도 못하고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이 넘어져 깔리는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 156명, 부상 191명으로 사상자가 347명에 이르렀다.

뜻밖의 인명사고 정부는 5일 자정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 사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전국 곳곳에서 사망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집권당과 정부를 견제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때로는 정부여당과 머리를 맞대 난국을 극복하는 게 야당의 역할이다. 제1야당은 사전 대비에 미흡했던 정부를 겨냥해 질타를 쏟아냈다. 그러나 대안을 제시하거나 정부여당과의 협력은 없고 ‘사퇴론’, ‘파면론’, ‘책임론’만을 부각하며 참사 수습보단 정쟁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물론 언행에 신중치 못했던 주무 부처 장관이나, 신고를 받고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경찰에 대해 야당이 파면을 촉구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이태원 참사는 제2의 세월호 참사’라며 박근혜 정권 때처럼 이번에도 이태원 참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정부를 흔들어 보겠다는, 다시 말해 국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 정부를 흔드는 일은 지양해야 할 '저열한 정쟁'임에도 제1야당은 국정조사라는 명분을 앞세워 저열한 정쟁을 본격화하려 한다.

특히 제1야당 대표는 “그 순간에 정부가 없었나? 경찰이 없었나? 여야가 다 동의하는 국정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집권당의 국정조사 동의를 압박했다.

그런데 국정조사를 운운하는 제1야당 대표가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일각에선 의아함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연일 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가 정작 본인이 성남시장일 때 발생한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당시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정황에 대해 되짚어봤다.

2022년의 이재명 “‘나는 책임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모든 게 내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모든 게 내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일 당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저희가 책임 규명을 보류하고 정부의 수습 노력에 최선의 협조를 다하겠다고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대통령부터 총리, 장관, 구청장, 시장까지 하는 말이라곤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며 “정부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이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당국자들이 책임이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데, 정치인은 국민의 삶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현재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의 태도는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정치는 국민의 삶에 대해서, 특히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치는 국민의 삶에 대해서, 특히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는 것’ 등 이재명 대표의 최근 발언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구구절절 지당한 말이 아닌가.

그런데 ‘말은 청산유수’라고, 정작 본인은 성남시장 시절 발생한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당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던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통한 듯 눈을 감은 채 고민정 최고위원의 이태원 참사 피해자 빈소 조문 관련 발언을 듣고 있다.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비화(祕話) 폭로한 박수영…2014년의 이재명 “성남이 무슨 책임이 있느냐”

2014년 10월 17일 발생한 성남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 공연장 인근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관람객 27명이 18.7m 아래로 추락한 사건으로, 당시 16명이 사망,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지 3년 2개월여가 지난 시점인 2017년 12월 19일,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당시 경기도 행정1부지사였던 박수영 전 부지사(현 국민의힘 부산 남구갑 국회의원)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당시에 대한 비화(祕話)를 공개했다.

박수영 전 부지사는 CBS노컷뉴스에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는 세월호 침몰 이후 딱 6개월 만에 벌어진 참사였다. 당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독일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 타고 있는 시간에 벌어져 (경기도)부지사인 내가 앞장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0월 17일 오후 5시 58분께 아이돌그룹의 공연중에 환풍구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박 전 부지사는 이어 “아이돌그룹 공연 다음 순서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축사였다. (이재명 시장이)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라며 “사고 환풍구 바로 옆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의 작은 책상에서 나와 이종훈 의원, 이재명 시장, 그리고 경기도 소방본부장이 긴급 현장회의를 했는데, 우선 대책본부장을 누구로 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내가)소방본부장에게 법(法)상 어떻게 돼 있느냐고 물으니까 ‘성남과 수원 등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걸쳐 발생한 사고면 경기도지사가 대책본부장을 하는 게 맞는데, 이번처럼 성남시 한곳에 국한된 사고라면 성남시장이 대책본부장을 맞도록 돼 있다’고 보고를 했다”면서 “법상 이재명 시장이 대책본부장을 맡는 게 맞다며 이 시장에게 대책본부장을 맡으라고 하니까, (이 시장이)펄쩍 뛰면서 ‘성남이 아무 관계도 없는데 내가 왜 대책본부장을 맡느냐’고 손사래를 쳤다”고 밝혔다.

박 전 부지사는 “법령이 그렇게 돼 있다고 해도, 사고가 성남에서 난 것이 아니냐고 해도, 현장에 있었던 분이 아니냐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시간은 흐르고 언론은 밖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고, 어찌됐든 빨리 결정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럼 도지사와 시장이 공동대책본부장을 하자’는 중재안을 냈고, 이 시장은 마지못해 동의했다”고 했다.

박 전 부지사는 또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성남시청에 (사고대책본부를)설치하자고 얘기 했더니 또 이재명 시장이 펄쩍 뛰었다. ‘성남이 무슨 책임이 있다고 성남에 설치하느냐, 이 사고와 관련해서 성남의 ‘ㅅ’자도 꺼내지 말라’면서 말이다. 시간이 급하니 할 수 없이 내가 양보해서 분당구청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 전까지는 이재명 시장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회피’를 하려고 드니까 적지 않게 실망하게 됐다. 이건 책임의 문제가 아닌 수습의 문제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배상 합의문 서명 거부한 이재명…'책임은 회피하고, 스포라이트는 본인이?'

박수영 전 부지사는 비화 중 핵심이라며 당시 이재명 시장이 유족 대표 등과의 배상 합의문에 서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꼬집었다.


박 전 부지사는 “유족 대표들과 여러 차례 회의가 있었는데, 언론에 많이 알려졌던 것처럼 사고는 금요일날 발생했고, 월요일 새벽 3시30분에 57시간의 (배상)협상이 완료되고 그날 새벽 발인을 마침으로써 사고수습이 종료됐다. 새벽 협상이 종료되고 경기도, 성남시, 행사주체인 E언론사(이데일리), 그리고 유족 대표 간 (배상)합의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데 일은 또 벌어졌다”면서 “이재명 시장이 사인을 못하겠다고 버텼다. ‘성남시가 무슨 책임이 있다고 합의서에 사인을 하느냐’면서 말이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경기도청에 최종 합의문 문서가 있다”며 “도청에 문서공개 청구하면 부지사인 나와 행사주체인 E언론사 대표, 유족대표의 사인은 들어가 있는데 성남시장 사인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부지사는 “월요일 아침 10시 합의발표가 있었다. 모든 언론, 방송이 왔고 유족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음을 발표해야 했다. 이재명 시장이 오더니 발표는 자기가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면서 “그래서 ‘합의서에 사인도 안하고 책임도 없다던 분이 웬 발표냐’고 했더니 ‘그래도 명색이 공동대책위원장인데 TV에 한번 나가게 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사람이 모질지 못하고 사흘 동안 성남시청 공무원들이 고생한 것도 있고 해서 타협안을 냈다”며 “이 시장은 시작할 때 짧게 합의가 원만히 이뤄졌음을 애기한 뒤 빠지고 합의내용은 유족대표가 발표하는 것으로 말이다”라고 했다.

나아가 “이 시장은 좋아라 하며 그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아침 TV 생중계에 나온 이 시장은 새벽에 한 약속은 깡그리 무시하고 합의 내용까지 본인이 전부 발표를 해서 10분가량의 생중계 시간 대부분을 잡아먹었다”면서 “유족 대표는 이 시장 발표와 중복되는 얘기를 다시 한 번 할 수 밖에 없었다. 참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생중계라 중간에 자를 수도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19대)대선 때 보니 유튜브 등에 (이재명 시장)본인이 판교 환풍구 사고를 수습한 영웅인 듯한 동영상을 올려놓았던데,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금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싶다”고 개탄했다.

2017년 12월 19일 박수영 의원이 CBS노컷뉴스에 털어놓은 비화를 정리하자면, ▶이재명 시장은 축사를 하기 위해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현장을 찾았고 ▶사고가 판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법상 관할 지자체장인 이재명 시장이 대책본부장을 맞는 게 맞지만, 당시 이재명 시장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중재안으로 경기도지사와 성남시장이 공동대책본부장을 맡게 됐으며 ▶배상 합의문에 이재명 시장 서명만 빠졌고 ▶정작 합의 발표 기자회견에는 본인이 하겠다고 나선데 이어, 당초 약속까지 어겨가며 합의내용까지 전부 발표하는 등의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 2014년 10월 20일자 연합뉴스TV 보도 캡처.

배상합의문 주체로 참여할 수 없었다더니, 수습의 핵심인 합의문 발표는 당연하다? 이재명 성남시의 모순된 반박…참사 당시 현장에 축사하러 간 이재명

당시 박수영 전 부지사의 이 같은 폭로에, 성남시는 “왜곡된 주장으로 시를 비방했다”며 강력 반박했다.

성남시는 “당시 사고가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의 관리 주체는 경기도 산하기관(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었고, 행사 또한 경기도 산하기관과 언론사가 주최·주관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며 “성남시는 배상 책임이 없으므로 당연히 가해자(경기과학기술진흥원 및 이데일리)와 피해자(유족)가 합의한 배상합의문에 주체로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성남시가 주최‧주관자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합의문 주체로 참여할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성남시는 이내 모순된 주장을 내놨다. 이재명 시장이 배상 합의문 서명을 거부하더니 정작 TV 생중계 발표를 자처하고, 약속과 달리 합의내용까지 본인이 모두 발표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고수습대책본부장이 수습 과정의 핵심인 합의를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오히려 다른 사람이 했다면 그것이 더 의아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시장이 사고 수습 공동대책본부장을 맡았음에도 축제 주최‧주관자가 아니어서 배상합의문 주체로 참여할 수 없었다더니, 참사 수습 과정의 핵심인 ‘합의’를 발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모순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 관리 주체가 경기도 산하기관이었다고 주장했는데, 성남시가 행사 주최‧주관자는 아니더라도 참사가 일어난 판교테크노밸리는 성남시 관할이고, 테크노밸리 행사도 성남시가 사전 승인을 하지 않았다면 행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게 상식이다.

참사 당일(2014년 10월 17일) 오후 5시 30분께 이재명 시장은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 공연장에 도착, 1부 축하공연이 끝난 뒤 6시부터 예정된 공식행사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무대 왼쪽(환풍구 반대편)에 마련된 천막의 임시 귀빈석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재명 시장이 테크노밸리 행사를 승인하지 않았다면 축사를 하러 갈게 아니라 승인받지 않은 불법 행사 중지 명령을 내리러 갔어야 했다. 결국 이재명 시장이 축사를 하러 참사 현장에 방문했다는 것은 사전에 행사를 승인했다는 방증인데, 그럼에도 이 시장은 당시 주최‧주관자가 아니어서 책임이 없다는 말만 앵무새마냥 반복했다고 한다.

‘정치는 국민의 삶에 대해서, 특히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말한 2022년 11월 이재명 대표와 ‘성남시가 무슨 책임이 있느냐’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2014년 10월의 이재명 시장은 다른 사람인가? 아니면, 나의 참사는 로맨스고 남의 참사는 불륜인 내로남불인가?

사고 수습의 모범, 부상자 가족 대표로부터 감사패 받아…“저희 부부의 손을 꼭 잡고 따뜻한 커피를 사주며 위로해주던 이재명”

성남시는 또 박수영 전 부지사의 비화를 반박하면서 “사고 수습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남시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정치적 공격이 있었지만, 시는 ‘책임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다’는 원칙 아래 묵묵히 수습에 전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시장은 밤을 새우며 유가족들과 일일이 합의를 중재하고 57시간 만에 합의를 이끌어내 사고 수습의 모범을 남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재명 시장은 2016년 8월 17일 환풍구 붕괴 참사 ‘부상자 가족’ 대표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 2014년 발생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부상자 가족 대표단은 2016년 8월 17일 성남시를 찾아 이재명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아울러 박수영 전 부지사가 털어놓은 비화가 보도(20일)된 다음날인 2017년 12월 21일 이재명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던 판교 환풍구 ‘부상자 가족’ 대표 김모 씨는 성남시청 자유게시판에 “평생 치료를 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이 된 딸의 아빠로서, 다니던 직장을 잃고 지금 식당에서 고기를 썰고 있는 제가 본 박수영 전 경기부지사의 인터뷰 내용은 저를 다시 한번 씁쓸하게 만듭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씨는 “사고 후 부상자중에서도 가장 크게 다친 딸은 보름이상을 중환자실에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저는 병원과 성남 분당구청에 마련된 대책본부를 오가며 보상 문제를 협의했고, 병원에서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상황이었기에 저는 사망자모임에도 참석을 했다”면서 “첫 사망자모임 자리를 주관한 것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수영 경기도부지사였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원만하게 사망자보상 문제가 해결되고, 부상자 보상 협의가 시작됐다. 법적책임과 이미 사망자보상 문제가 끝났기에 국민들은 부상자 문제는 관심이 덜하고, 시간이 지나면 부상자들은 잊혀 진다며 우리를 상대로 소송을 하든 맘대로 하라던 경기도 측과 끝까지 부상자 가족을 대변했던 이재명 시장과의 협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큰딸이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병원 대회의실에서 병원장과 의료진들, 그리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방문했다고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메는 딸 옆에 있는 절 불러 오라하던 남경필 경기도지사, 그와는 대조적으로 혼자 병원을 방문해 중환자실 옆에서 저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따뜻한 커피를 사주며 저희 부부를 위로해주던 이재명 시장”이라며, 남경필 지사는 깎아내리고 이재명 시장을 치켜세웠다.

김 씨는 “그 뒤로 경기도는 부지사, 국장, 팀장, 주무관등 보상협상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자리를 옮기거나 그만두는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 사고 당시에는 사태수습을 위해 그렇게 간이며 쓸개를 빼 줄 것처럼 하더니, 막상 시간이 지나니 누구와 연락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또 조언해주고 했던 사람이 이재명 시장이다. 지금도 모두 잊고 있을 때 전화해주고 위로해주는 곳은 성남시”라며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것’이라고 삼 년여 동안 실천해온 이재명 시장과 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안부를 물으며 걱정해주는 성남시 공무원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시장은 배상합의문엔 서명을 하지 않았으나 유가족들과의 합의를 중재하는 등 참사 수습에 모범을 보여 ‘유족’이 아닌 부상자 가족 대표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고, 이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부상자 가족 대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 시장의 훈훈한 미담을 낱낱이 공개한 것이다.

성남시와 부상자 가족 대표의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당시 이재명 시장이 책임회피에 급급했다던 박수영 전 부지사의 인터뷰 내용은 거짓말이 된다.

 

▲ 2017년 12월 21일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부상자 가족 대표가 성남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경기도 인사들과는 연락 안 된다더니, 박수영 집까지 찾아가 감사패 전달…“성남시에서 일어난 사고에 성남시는 책임이 없다면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는 게 정상인가?”

박수영 전 부지사는 성남시와 부상자 가족 대표 주장에 반론을 제기했다. 박 전 부지사는 먼저 이재명 시장이 받았다는 감사패와 관련, 2017년 12월 23일자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패 사진을 올려 “사진에서 보시듯 감사패는 저도 받았다. 부지사를 그만두고 야인이 됐을 때 직접 집으로 찾아와 전해주시기에 감사히 받았을 뿐”이라며 “짐작컨대 이재명 시장이 받은 감사패도 같은 종류가 아닌가 생각된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돈을 내어 이 패를 만들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부상자 가족 대표는 성남시청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경기도가 당초 사태수습을 위해 간‧쓸개를 빼 줄 것처럼 하더니 나중엔 모른척했고, 또 참사 당시 보상협상에 참여했던 경기도 인사들과는 연락이 안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는데, 실상은 2016년 야인이 된 박수영 전 부지사 집까지 찾아가 이재명 시장에게 전달한 감사패와 같은 종류일 것으로 추정되는 감사패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페이스북

 

나아가 박 전 부지사는 “김 씨는 유족 대표가 아니고 부상자 대표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던 사고 발생 초기의 의사결정 상황 ▶사망자가 확인되고 유족 대표가 정해진 다음 2박3일간의 협의 과정 ▶유족 대표와의 합의 내용 서명 과정 ▶합의내용 발표 과정 등의 과정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던 분”이라며 “(배상)협의, 합의, 서명, 발표 어느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쟁점이 아닌 다른 사항으로 물타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부지사는 12월 25일에도 페이스북에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는) 반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유족 대표와의 최종합의서에 이재명 시장이 싸인을 거부한 팩트에 대해, 이 시장과 댓글부대는 ‘(판교가)경기도 직할구역이므로 성남시의 책임이 없어서 싸인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고가 난 판교 테크노밸리는 경기도 직할이라 성남시 땅이 아니라는 주장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설(異說-널리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주장이나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부지사는 “판교 역시 성남시의 한 지역으로 성남시 주민이 살고, 주민센터가 있고, 성남시에 세금 내고, 성남시로부터 건축허가와 준공검사를 받아야 되는 지역”이라며 “무너진 환풍구에 대한 건축허가와 준공검사도 당연히 성남시로부터 받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기도청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1번지로 수원시 관할이고, 도청건물을 1평이라도 증축하려면 수원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지방행정의 ABC도 모르는 ‘직할구역’ 이론은 도대체 누가 만들어냈을까?”라고 따져 물었다.

박 전 부지사는 “책임보다 수습이 우선이다. 어떤 사고든 책임 소재를 가리기보다 수습이 우선”이라며 “성남시 한쪽 구석에서 난 사고를 서울보다 17배나 큰 땅을 가진 경기도청이 어떻게 일일이 예방하고 챙길 수가 있나? 그래도 경기도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수습에 들어가고 최종 합의서에 부지사인 내가 싸인을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게 정상이지, 성남시에서 일어난 사고에 성남시는 책임이 없다면서 싸인하지 않는 게 정상인가?”라고 거듭 따졌다.

그러면서 “독일 출장에서 중도 귀국한 남경필 지사의 일성이 ‘경기도에서 발생한 모든 사고의 최종책임은 도지사인 저에게 있습니다’였다”며 “대부분 언론과 대다수 도민들이 세월호보다 낫다고 평가했고, 차분히 수습에 진력하게 되는 촉매가 됐었다”고 덧붙였다.

2022년 이재명이 2014년 이재명에게 해야 할 충고

박수영 전 부지사는 2017년 12월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비화를 폭로하고, 이재명 시장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책임보다는 수습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윤석열 정부도 부적절한 언사로 논란에 휩싸였던 주무 부처 장관 및 늑장보고 등 미흡한 대처로 사태를 키운 경찰 고위직 등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국가 애도기간 및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통해 추모와 구호금‧장례비 지원 등 수습을 우선으로 했다.

그런데 과거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가 본인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발생했고, 심지어 축사를 하러 현장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주최‧주관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임질 게 없다고 했던 이재명 대표는 현재 “정치는 국민의 삶에 대해서, 특히 생명과 안전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수습보다는 책임론에 방점을 두고 있다.

“‘나는 책임 없다, 할 만큼 했다’는 태도로 국민을 분노하게 할 것이 아니라 낮은 자세로 ‘모든 게 내 책임’이라는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2022년 10월 마지막 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했던 이 말은 윤석열 정부보다,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는 본인이 받으려 했던 2014년 10월의 이재명 시장에게 해야 할 충고가 아닌가 싶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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