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1심 진행하는 ‘코오롱 인보사’ 사태…다시 공판준비기일 재개 왜?

4년째 1심 진행하는 ‘코오롱 인보사’ 사태…다시 공판준비기일 재개 왜?

  • 기자명 최태우
  • 입력 2023.04.28 19:4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성분 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에 대한 1심 재판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

해당 재판은 지난 2020년 7월 불구속 기소된 이 전 회장을 포함한 코오롱티슈진㈜, 코오롱생명과학㈜ 등 법인과 임직원 등 모두 8명에 대해 2020년 1월부터 진행 중이다.

특이한 점은 이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지난 2020년 2월 7일 열렸지만, 현재까지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지난 2020년 4월 첫 공판기일이 진행된 이 재판은 2021년 1월까지 약 20차례의 공판 기일이 열렸지만, 같은해 2월 다시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이 열렸고 이후 공판기일이 재개되면서 40여 차례에 달하는 공판이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에 따라 재판부가 변경됐고, 또다시 공판갱신 절차를 거쳐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번 재판부는 지난 2020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 사건이 접수된 뒤 세 번째 재판부다.

4년째 재판 중인 ‘인보사케이주’ 성분 조작 의혹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28일 제약 업계와 일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재판준비기일에 앞서 지난 3월 8일 인보사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심리를 열었다. 당시 재판은 재판부가 변경된 데 따라 공판갱신 절차로 피고인 인정신문부터 다시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허위로 받아서 코오롱티슈진을 코스닥에 사기상장하고,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면서 이를 은폐한 자본시장법 위반혐의 등 기존에 제기한 공소사실을 그대로 유지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일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범죄화해서는 안된다”며 회사와 임직원이 인보사에 조직적 의도적으로 관여했다는 등 검찰 측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따라 증거조사를 하되, 쟁점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며 “특정 증인 때문에 재판이 공전되지 않도록 검찰과 피고인측 모두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앞선 재판에서 이미 이뤄진 증거조사 내용과 의견을 한 묶음으로, 앞으로 진행해야 할 증거조사는 별도 묶음으로 해 재판부에 제시해 달라”며 “다음 기일은 4회 공판 준비절차로 진행, 검찰과 피고인 측은 각각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라”고 부연했다.

이후 재판부는 이달 5일 이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2월 재판부가 변경된 뒤 처음 열린 공판준비기일이다.

재판부는 지난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명예회장 등 인보사 관련자들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선 검찰 측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분식회계 등 공소사실 쟁점과 심리가 진행된 증거들에 대한 검찰 의견을 진술하고 향후 증거 입증 계획을 밝히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특히 검찰은 해외에 소재한 증인들에 대해 국제사법 공조를 요청했으나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이들이 주고받은 이메일 등에 대한 적극적인 증거 동의를 고려해달라고 피고인 측에 요청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 ▲보고의무 위반 등으로 쟁점을 나눠 판례 법리와 함께 설명하기도 했다.

인보사는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로,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형질전환 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검찰은 이 명예회장 등이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인보사 2액을 ‘연골세포’ 대신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장유래세포(GP2-293)’ 성분으로 제조·판매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보고 기소했다.

되짚어보는 ‘인보사 사태’의 전말

이번 재판의 중심에 있는 ‘인보사 사태’는 지난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해 시판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에서 발단됐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와 연골의 분화를 촉진시키는 성장인자가 포함된 세포를 무릎 관절방에 직접적으로 주입해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바이오신약으로 개발했다.

기존의 주사제와 달리 한 번 투여로 1~2년가량 통증 완화와 무릎관절기능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번 주사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은 600~700만원에 달한다. 2017년 국내 허가를 받은 후 2019년 3월 판매가 중단되기까지 3700여명의 환자들에게 판매될 만큼, 수요가 높았다.

그러나 유전자 분리·정제 과정에서 신장세포 일부가 혼입돼 식약처 판매 허가를 받았을 당시와 다른 무허가 세포가 들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에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 제조 및 판매 중단을 요청했고, 2019년 3월 31일자로 인보사의 유통 및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후 식약처가 인보사 미허가 성분 포함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고, 같은해 4월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주 성분 중 2액이 허가를 받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했다.

당초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로부터 인보사 2액 성분을 ‘연골세포’로 허가받았지만, 이와 다른 ‘신장유래세포(GP2-293)’으로 제조·판매했다는 것이다. ‘293유래 세포’라고도 불리는 이 신장세포는 암세포 등 종양을 발생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제품 주성분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 등에 대해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019년 4월 정밀 조사를 위해 미국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한 인보사 최초 세포인 마스터 셀 뱅크를 반입해 배양을 시작했으며,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에 대해서는 15년 동안의 장기 추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 결과,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에 허위자료를 제출했으며, 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사실들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2013년 3월 코오롱생명과학에 인보사의 의약품 성분이 바뀐 사실을 통지했는데, 이는 인보사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2017년 7월 이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식약처는 코오롱티슈진 미국 현지 실사를 진행했는데, 코오롱행명과학은 인보사 허가 전 성분세포에 들어간 성장촉진 유전자의 위치와 개수 등이 바뀐 현상을 발견하고도 이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 성분 중 하나가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됐고, 이를 제조·판매해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판단했다.

특히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겼으며 성분이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2019년 5월 28일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했다.

이 명예회장은 이 같은 혐의 외에도 지난 2016년 6월 인보사 연구·개발 업체인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으로부터 임상중단 명령을 받은 사실을 숨긴 채 비상장주식 가치를 산정한 뒤 국책은행으로부터 1000만 달러(약 120억원) 상당의 지분 투자를 받은 혐의도 받는다.

당시 검찰은 코오롱이 2017년 11월 코스닥 시장 상장을 통해 2000억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허위공시를 이용해 계열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이 명예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 등도 적용했다.

아울러 이 명예회장에게는 지난 2012년 7월 식약처 의약품 심사부서 공무원에게 자문 대가로 17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는 등 뇌물을 제공한 혐의와 함께 2011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국내 임상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임상책임 의사 2명에게 코오롱티슈진 스톡옵션 1만 주(매도금액 합계 40억 이상)를 부여한 뒤 2017년 4월 주식을 무상으로 교부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 “신속한 재판 진행이 바람”…인보사 사태 1심, 연내 판결 나올까

이렇듯, 인보사 사태로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4년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주요 증인들의 소환 불응으로 증인신문 등 재판 진행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3일자 <법률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이 명예회장 등의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피고인 측 변호인단에 신속한 재판을 위한 증거인부 절차상의 협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 재판이 3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소환 가능한 국내 증인들은 대부분 증인신문이 이뤄졌고, 증거능력 부여를 위해 일부 국내 증인과 외국에 소재하고 있는 증인들에 대한 신문 절차만 남은 상황”이라며 “외국에 있는 증인들은 소재가 파악되지 않거나,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아서 사법 공조 요청이 돼 있고 그로 인해 재판이 조금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들의 경우 상당 부분은 업무적으로 주고받은 내부 이메일이든가 생산한 문서들에 대한 증거능력이 문제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변호인들도 외국에 소재하는 증인이 발신한 이메일 중에서 유리한 것들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나 재판에서 상당 부분 원용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난 기일에서 재판장 말씀대로 피고인들도 적극적으로 증거동의를 고려해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검찰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고인 측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시행착오를 범죄화해선 안 된다며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어, 조속한 판결이 나오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더 거친 뒤 오는 6월 본격적인 심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더퍼블릭 / 최태우 therapy4869@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