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고우면’하는 與 공관위…시스템 공천이라더니, 예정에도 없던 국민추천제?

‘좌고우면’하는 與 공관위…시스템 공천이라더니, 예정에도 없던 국민추천제?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4.02.27 16:44
  • 수정 2024.02.2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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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과 장동혁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남 등 우세지역에 ‘국민추천제’ 방식으로 후보를 추가 공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우세지역인 강남 3구 선거구에 국민이 추천하는 후보를 추가 공모하겠다는 방침인데, 문제는 기존 공천 신청자들의 반발이 일 수 있고, 또 강남 3구 선거구가 모두 우세지역이라는 판단이 오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남 등 우세지역 공천과 관련해 “어느 지역구를 어떻게 할지는 아직 말하기 어렵지만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며, 국민추천제를 검토 방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공약 발표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격전지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사랑해 준 곳(우세지역)이라면 국민들이 정말 원하는 분들을, 국민의 시각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공천관리위원회가 갖고 있단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저희가 비교적 확률 높게 승리해 온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처럼 개인적인 관계나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의해 사람을 배치할 수도 있지만, 그 선택권을 국민과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했다.

▶강남 갑-을-병 ▶서초 갑-을 ▶송파 갑-을 등 강남 3구 선거구는 국민의힘 우세지역으로 분류되는데, 현재 강남 갑-을-병과 서초을 공천이 보류된 상태로, 이들 지역에 기존 공천 신청자 외에 후보를 추가로 추천받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공천 신청자들의 반발이 일수밖에 없다.

서초을과 강남병 선거구는 각각 박성중 의원과 유경준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서초을에는 지성호 의원(비례대표)과 영입인재인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가 공천을 신청했고, 강남병에는 유경준 의원 외에 이인실‧이지영‧도여정‧신연희‧김창훈‧김민경 예비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지역구에 대한 공천 발표를 뒤로 미루다가 당초 예정에도 없던 국민추천제로 전환한다면, 기존 공천신청자들의 반발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남 3구 선거구 중에서도 우세지역과 격전지는 분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강남갑의 경우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58.40%)이 민주당 김성곤 후보(39.63%)에 18.77%포인트 차로 승리했고, 강남병은 유경준 의원(65.38%)이 33.57%를 득표한 민주당 김한규 후보에 31.81%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다.

한동훈 위원장의 언급대로 ‘비교적 확률 높게 승리해 온 지역’이다.

다만, 강남을은 국민의힘 박진 의원(50.94%)이 민주당 전현희 후보(46.41%)에게 4.53%포인트 차의 박빙 승리했고, 서초을은 박성중 의원(53.66%)이 민주당 박경미 후보(45.01%)에게 8.65%포인트 차의 박빙 우세로 승리한 선거구다.

특히 서초을 선거구는 40~50대 직장인이 많아 서초갑과 달리 야권 성향이 강하다는 게 지역정가의 평가다. 게다가 서초을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도전장을 던진 선거구다.

따라서 야권 성향이 강하고 민주당 원내대표가 도전장을 던진 서초을 선거구에 국민추천제를 도입하게 되면 자칫 본선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것.

선거공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국민추천제를 통해 추천된 후보들이 조직력을 갖추고 그간 지역민심을 다져온 현역 의원을 상대로 경선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서초구의 경우 2권역(경선방식)으로 묶여 당원투표 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조직력이 중요하다.

설령 조직을 갖추지 못한 국민추천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강남 3구 중에서도 격전지로 분류되는 서초을에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지역행사를 찾아다니며 얼굴을 알려온 홍익표 원내대표에 승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보수성향의 지역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서초을에 인위적으로 내리꽂는 낙하산 공천을 자행할 시,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투표는 하지 않겠지만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초을 주민인 성모 씨는 <본지>에 “아시다시피 상당수의 서초구민들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데, 아무리 지지 정당이라고 해도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고 낙하산 공천을 한다면 서초구민들을 물로 보는 거다”라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을 전략공천 한다면 그건 그동안 국민의힘을 찍었던 서초구민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성 씨는 “윤석열 대통령도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지 않았나. 대통령께서 강조한대로 공정하게, 상식적으로 경선을 치러야지 낙하산 공천이 자행된다면 아마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 상당수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니까,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지역구에 행사가 있으면 열심히 얼굴 도장 찍으러 부지런히 돌아 다닌다”며 “서초구가 보수세가 세니까 여기가 만만해서 공천 신청을 한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낙하산 공천하면 서초을은 100%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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