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영풍 VS 고려아연’ 주총서 첫 표대결…‘경영권 분쟁’ 전망에 75년 동업 관계 청산하나

[이슈분석]‘영풍 VS 고려아연’ 주총서 첫 표대결…‘경영권 분쟁’ 전망에 75년 동업 관계 청산하나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3.0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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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아연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에서 75년간 동업자 관계를 유지해오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최씨 일가와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의 장씨 일가가 갈등을 빚으면서 지분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의 갈등은 오는 1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정관을 국내 법인에도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삭제하는 안건과, 2023사업연도 결산 배당금 확정 안건을 때문에 발생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정관 변경 안건과 2023사업연도 결산 배당금을 5000원으로 하는 안건을 상정했는데,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 측이 이에 반발해 75년 동업 이래 처음으로 주총 표대결까지 진행되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이들의 다툼이 경영권 분쟁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1년 최윤범 회장의 취임 이후 신사업 드라이브를 건 고려아연은 재원 마련을 위해 외부에서 대규모 차입금을 들여왔는데, 당시에도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영풍 측과의 관계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는 관측에서다.

관련 업계에서는 양측이 이번 주총을 위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를 의뢰해 개인 주주들을 일일이 찾아 설득에 나선 만큼, 개인 주주보다는 고려아연의 지분 약 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풍 vs 고려아연…창립 이래 사상 첫 주총서 표대결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고려아연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를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머로우소달리코리아를 포함한 5곳의 법인을 대리인으로 선정했고, 영풍은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등 3곳의 법인에 의뢰했다.

이를 통해 영풍과 고려아연은 각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를 맡을 법인을 선임하고, 개인 주주들을 일일이 찾아 설득하고 위임장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들 기업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선 이유는 오는 19일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 때문이다. 두 기업은 이번 주총 안건과 관련해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75년간 유지해왔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 이후 처음으로 표대결을 벌이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고려아연은 주총 안건으로 주주가 아닌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정관을 국내 법인에도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또한, 2023사업연도 결산배당을 5000원으로 확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중간배당을 포함해 총 1만5000원의 배당을 진행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배당금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고려아연 배당금 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그러나 영풍은 즉각 반발했다. 무제한적 법위의 제3자배정을 허용하는 것은 “지분가치 희석으로 인해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결산배당에 대해선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게 돼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자신들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소액주주연대 액트의 주장을 인용해 반박에 나섰다. 이미 고려아연은 높은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들의 권익을 충분히 보호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고려아연은 “주주환원율은 개별 기준 78.8%, 연결 기준 76.3%로, 지난 10년간 선진국 평균인 68%와 같은 수치”라며 “이는 대한민국 상장사 주주환원율 평균 28% 대비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76.3%로 2022년(50.9%)에 비해서도 훨씬 높아졌다. 환원액도 2022년 3979억원에서 지난해 4027억원으로 증가했다.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한다”며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주장에 대해 또다시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의 지난해 배당성향이 56.76%로, 2022년 49.77%와 2021년 43.58%에 비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시가배당률로 따져보면 각각 3.75%, 3.54%, 3.00%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당성향이 높아진 이유는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331억원으로 지난 2022년(7982억원) 대비 급감했다. 자기자본이익률 역시 2021년 10.95%에서 지난해 5.65%로 하락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지난 2022년부터 한화와 LG화학, 현대차그룹 계열사 등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맞교환 등을 하면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수가 320만주(약 16%)가 늘어난 점도 배당성향이 높아 보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러자 고려아연은 또다시 “영풍의 경영 간섭과 방해가 심각하다”며 “이는 독립경영 불문율을 깬 것”이라며 “75년간 동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주권익 보호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 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버린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의 2022년 영업이익은 1조원에 달하는 반면, 영풍은 2021년 728억원 적자에 이어 2022년에는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만성적 적자구조에 허덕이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실적을 지적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는 즉, 수년째 적자를 보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실적과 배당에 대해 지적할 입장이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자, 재계에서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장형진 고문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이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장씨 일가가 전자 계열사를 맡아 3대째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두 일가 갈등 배경엔 ‘경영 방향성’…주총 표대결 승자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이 시작된 시기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뒤 직후로 보인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고려아연의 기존 제련 사업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을 확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결과, 고려아연은 그룹 내 새로운 캐시카우를 꾸준히 창출하면서 경영과 실적 측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지난해를 제외한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경영 방향성을 두고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갈등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 회장은 취임 직후 신사업 추진을 위해 막대한 수준의 차입금을 들여오면서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장씨 일가 측에선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씨 일가 측에선 신사업 추진을 위해 투자를 단행해야 했고, 이를 위해 차입금을 들여오면서라도 자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장씨 일가가 견제를 시도하면서 70여 년간 이어오던 독립 경영 행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주식회사에서는 지분이 곧 힘으로 이어지는 만큼, 결국, 이들 일가는 자신들의 경영 방향을 주장하기 위해 서로 지분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제공=연합뉴스]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제공=연합뉴스]

장씨 일가는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을 직접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최씨 일가는 LG와 한화, 현대자동차 등 외부 우군을 활용해 우호지분을 모으고 있다.

구체적으로 장씨 일가는 영풍 계열사인 씨케이, 에이치씨, 시네틱스, 코리아써트, 영풍전자 등을 통해 지난해 약 1950억원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했다.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150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모두 지분 매입 재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 결과, 장형진 영풍 고문과 특수관계자,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2% 수준이다.

최씨 일가는 최윤범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 18.1%에 더해 LG화학과 한화에너지 USA, 현대차 북미 투자법인 등 우호지분 13.7%를 포함하면 31.8%가량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2023사업연도 결산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는 안건을 상정하면서 장씨 일가 입장에선 고려아연의 지분 매입 자금을 줄이려는 시도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번 사안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두 일가가 각자의 경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개인주주들의 의결권까지 확보하고 있지만, 양측 간에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은 고려아연의 지분 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오너 보수는 오르고 배당은 줄이고…개인 주주 고려아연 안건에 반발

한편, 고려아연이 올해 배당금을 전년보다 줄이는 안건을 상정하면서 일부 개인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 반면, 최윤범 회장의 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023년 결산 배당으로 주당 5000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다. 중간 배당 1만원을 포함하면 연간 총 1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5000원이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지난해 실적 부진을 언급하며, 모든 이익금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적 악화 상황에서도 경엉진의 보수는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범 회장의 연도별 보수는 ▲2019년 7억4600만원 ▲2020년 9억2500만원 ▲2021년 10억원 ▲2022년 19억5900만원이다. 회장으로 승진한 지난해 상반기에는 12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연간 기준으로 전년 보수 금액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배당금을 줄인 기존 주주들만 실적 악화 고통을 떠안게 된 셈이다.

주주들은 최 회장 이외에도 지난 2002년부터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의 아버지 최창걸 명예회장이 매년 20억원 수준의 보수를 받는 점도 지적했다. 최 명예회장은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명예회장의 최근 5년간 보수는 ▲2018년 18억5300만원 ▲2019년 19억2700만원 ▲2020년 19억4500만원 ▲2021년 20억2400만원 ▲2022년 21억2800만원 등으로, 5년간 총 98억7700만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다.

이에 따라 최 명예회장이 지난 2002년부터 20여년 이상 받은 보수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수년간 현직 경영진보다 많은 보수를 받으면서 사내 보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난 2022년 11월 최고가 68만5000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하고 있다. 7일 종가 기준 고려아연의 주가는 44만4500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공시를 진행했으나, 주가 하방압력을 버티진 못했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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