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수출라면에만 건더기 가득”...농심, ‘내수시장 역차별’ 논란 지속되는 내막은?

[이슈체크] “수출라면에만 건더기 가득”...농심, ‘내수시장 역차별’ 논란 지속되는 내막은?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4.03.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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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컵라면의 내용물이 한국 것보다 건더기가 많다는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내수시장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영상을 살펴보면 동일 제품이지만, 눈에 뛸 정도로 건더기 양 차이가 있어 소비자 기만이라는 불만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수용 역차별 의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과거 일부 소바자들은 한국 제품에도 건더기를 많이 넣어달라고 했지만 농심 측은 국내 제품은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최대 2배 가까이 비쌌던 일본 신라면 가격이 한국 편의점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며 논란이 재조명되는 양상이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제품명 표기에 있어서도 역차별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농심’ 김치라면 제품에 중국 동북지방의 배추절임을 뜻하는 ‘라바이차이(辣白菜)’라고 표기돼 중국정부가 주도하는 김치공정에 빌미를 제공하고, 중국인을 비롯한 해외소비자를 우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에서 판매 중인 신라면 小컵(왼쪽)과 내수용 신라면 小컵(오른쪽) 비교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짭쪼름 박사캡처)
일본에서 판매 중인 신라면 小컵(왼쪽)과 내수용 신라면 小컵(오른쪽) 비교하는 모습(사진=유튜브 짭쪼름 박사캡처)

 

농심 신라면, ‘국내용 vs 수출용’ 왜 다를까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파는 농심 신라면 제품의 컵라면이 한국에서 파는 같은 제품보다 싸고, 건더기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유튜버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내수용보다 일본 해외용 제품에 건더기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한 유튜버가 실제 맛 비교에도 나선 것이다.

농심의 신라면은 200여종의 라면제품이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리고 있는 국내 라면시장에서 단일 품목으로 25%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 중이다. 신라면의 1년간 국내 판매량(8억 봉지)을 늘어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을 9040회나 왕복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 판매되고 있다고 사측은 전했다.

특히 해외에서 신라면의 인기도 역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신라면은 미국, 일본, 중국, 홍콩 등 전 세계 80여개국에 수출 및 현지 생산돼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 농심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영업이익의 절반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을 통해 거두기도 했다.

최근 화제가 된 ‘한국 신라면 VS 일본 신라면’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지난해 12월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이 유튜버는 일본에서 판매하는 수출용 신라면 소(小)컵과 내수용 신라면의 가격·건더기·양·맛 등을 비교했다. 해당 영상 조회수는 600만회에 육박하며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문제의 영상을 보면, 내수용 신라면보다 일본 신라면 건더기가 훨씬 풍부하다. 또 일본 제품값은 ‘850원’, 한국 제품엔 ‘900원’이라고 자막을 달아 일본 제품이 더 쌌다.

설상가상 일본뿐 만이 아닌 뉴질랜드, 중국 등 신라면 내용물을 비교한 사진도 누리꾼들에게 함께 퍼지면서, 유독 내수용 한국 제품만 부실하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건더기 중량을 비교한 결과 일본제품이 내수용 신라면보다 3g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 중량은 같기 때문에 일본 제품은 총 68g, 한국 제품은 총 65g이다.

또 일본에서 파는 신라면이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는 자국민만 푸대접이라는 분노를 키웠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내수차별’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농심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일본 수출용이 건더기가 많은 데 대해 현지 경쟁력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라면 원조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라면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건더기의 경우 나라별로 취향과 맛 트렌드 차이가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일 뿐 수출용과 내수용을 차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이를 같은 제품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일본 라면시장의 경우 건더기를 중요시하는 문화여서 컵라면 건더기 양도 많다”며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하면서 건더기를 적게 넣고 국물 맛을 진하게 살린 한국의 형태로 나가면 시장 상황에 맞지 않으니 가격을 올리면서 건더기 양을 많이 해 현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화제 영상에서 나온 일본 제품이 더 싸다는 것과 관련, “공식 가격은 일본이 더 비싸다”고 알렸다. 영상 유튜버의 주장과 달리 농심에 따르면, 신라면 컵라면의 일본 공식 소매가는 148엔(약 1320원)이고 한국은 1150원이다. 일본 제품이 약 170원 비싼 것이다.

실제 소비자가 내는 가격은 유통 채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해당 유튜버는 라면을 할인 판매하는 소매점을 이용했거나 대량 묶음 판매 제품을 싸게 샀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농심 측은 “현재 국내 신라면 소(小)컵 값은 편의점 채널에선 1150원, 할인마트에선 6개 묶음 기준 개당 850~920원대”라며 “일본의 경우 편의점 기준 150엔(약 1341원), 할인마트 100~130엔(약 894~1162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 민원에 따라 제품의 레시피를 바꾸는 것은 기존 제품의 맛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되레 실망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 내용물에 관련된 민원은 대응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신라면은 일본에서 먹어야 제 맛?...자국민 푸대접 논란에 누리꾼들 공분

하지만 이러한 농심 측의 해명에도 내수 시장을 역차별 한다는 누리꾼들의 공분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추세다.

현지 시장 여건에 따라 건더기 구성이 다르고 현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비율이 달라졌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누리꾼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과거에도 일본판 신라면의 건더기 양이 내수용보다 많다는 논란이 꾸준히 일었지만 농심이 가격을 이유로 반영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앞서 지난 2017년 일본판 신라면의 건더기 양이 내수용보다 많아 일부 누리꾼들이 국가별 컵라면을 비교하며 “내수용 컵라면에도 건더기를 더 넣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0년에는 면의 양이 중국판(65g), 일본판(61g), 한국판(44g) 순인 데다 일본 건더기 수프에만 조미한 계란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내수용 신라면 내용물만 빈약한 것에 불만을 가지며 불매운동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도 농심 측은 해명문을 내면서 “국가별 식품 규정, 일본 바이어들의 요구 사항에 따라 스프와 건더기의 원료 구성비를 달리했다”면서 “최대 2배에 가까운 가격 차이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해명했다.

특히 최근 건더기 논란이 재점화된 데는 엔저화 현상으로 내수용과 일본용 가격 차이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판 신라면 소컵 가격은 국내판 신라면보다 최대 2배까지 비싸곤 했다. 당시 농심은 일본 신라면에 건더기를 많이 넣는 대신 가격을 내수용보다 비싸게 책정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식품 물가는 꾸준히 상승한 반면 일본 엔화는 약세를 보인 까닭에 내수용 컵라면 제품보다 일본 제품 가격이 더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일본 신라면은 건더기가 많음에도 한국 제품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영상 논란에 다수의 누리꾼들은 “한국에서는 경쟁할 필요가 없어서 건더기를 조금 넣었단 말인가? 대충 만들어도 사 먹는 국민들 탓이란 뜻이다”, “6년전 쯤에도 내수용과 수출용 비교 영상을 본 것 같은데 아직도 이러는 것을 보면 국민들을 호구로 보는 것 같다”, ““신라면 먹을 거면 일본 가야겠다”, “내수차별 지겹다. 농심 불매운동 해야 한다” 등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서경덕 교수 소셜미디어(SNS) 갈무리]
[사진=서경덕 교수 소셜미디어(SNS) 갈무리]

 

美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에 ‘라바이차이’ 중국어 표기…농심 “법령상 문제 없어“

자국민 차별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심은 지난 1월 미국에서 판매 중인 김치라면 포장지와 사발면에 적힌 김치의 중국어 ‘라바이차이(辣白菜)’로 표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논란 직후 농심은 한자를 사용하는 해외 소비자의 이해 차원에서 표기했다며 법령에 위배되지 않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사회적 이슈가 되자, 결국 삭제하기로 방향을 틀어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새로운 김치라면 패키지에 라바이차이 표기를 빼고 Kimchi(김치) 영문 표기만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으로, 김치의 공식 중국어 표기는 ‘신치(辛奇)’다.

농심의 김치 표기 논란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미국에 거주하는 누리꾼들이 공통으로 제보했다”면서 “한국의 유명 기업이 김치를 중국어 '신치' 대신 라바이차이로 표기한 라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김치가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이어 “라바이차이는 중국 동북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으로 김치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며 “이럴수록 우리는 국내외로 김치 표기부터 잘 사용해야만 한다. 잘못된 중국어 사용은 또 하나의 빌미만 제공하는 꼴이다. 우리 정부는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인정받았으나, 그동안 이렇다 할 한자 표기법이 없었다. 이후 동북공정 논란이 일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3년 중국어 표기법으로 신치를 택했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2021년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개정해 중국어 표기로 인정해 왔던 파오차이를 삭제하고 김치의 표기를 신치로 지정했다. 김치가 중국식 야채 절임인 파오차이와 같아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김치 공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관공서는 의무적으로 이를 따라야 하지만, 일반 기업의 경우 다른 용어를 사용해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농심은 김치를 지칭하는 말로 그동안 널리 사용돼 온 라바이차이를 놔두고 신치를 사용할 경우 중국 현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만큼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김치라면은 과거 미국 시장에 진출한 초기에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아시안 마켓에서 많이 팔린 점을 고려해 라바이차이란 표기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자체가 표시 규정과 법규를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패키지에서 라바이차이를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농심은 올해도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에 힘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각국의 소비자 기호를 고려해 라인업을 확장, 영업망 정비로 내실을 다져간다는 방침이다.

농심재팬의 연간 실적은 ▲지난 2016년 4000만달러에서 ▲ 2018년 5900만달러 ▲2020년 8900만달러 ▲2022년 9400만달러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농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9.0% 상승한 3조4106억원, 영업이익은 89.1% 증가한 212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6.2%다. 해외법인 영업이익이 125% 급증해 전체 이익개선을 견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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