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와 격투기, ‘옥타곤’이 된 대선판 [미디어 공헌-신훈 칼럼]

사드와 격투기, ‘옥타곤’이 된 대선판 [미디어 공헌-신훈 칼럼]

  • 기자명 신 훈 행정학 박사
  • 입력 2022.02.0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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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전투가?'
-'졸지에 한반도가 옥타곤이 되어 버린 꼴'
-'살상무기로 치러지는 현대전 ‘챔프’는 없다. 공멸만 있을 뿐'

▲사진=신 훈 행정학 박사
미국 네바다주의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 옥타곤 경기장. 챔프를 향한 이종격투기 선수의 혈투에 관중들은 환호한다. 이 모습은 지난 3일 실시된 대선 후보 토론을 보며 상상한 흥미진진한 장면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는 사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에 관한  심상정 후보의 질문에 “격투기 싸움한다고 할 때 측면으로 옆구리도 치고 다리도 치고 복부도 치고 머리도 공격하면 다 방어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기야 한반도가 옥타곤이 되어 버린 꼴이다. 

 

한반도의 경계선을 ‘경기장’으로 삼아 남과 북이 피터지게 싸우게 되면, 일본과 중국 등은 관객이 되어 열광할 것이다. 혹여 전쟁이 ‘흥행(?)’된다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폐허가 된 옥타곤에서 챔프가 된다한들, 대량 살상무기로 치러지는 현대전에서 ‘챔프’는 없다. 공멸만 있을 뿐이다.

 

UFC가 궁극의 격투라고 하지만, 대선만큼 치열한 극한의 게임은 아니다. 대선이나 UFC나 일정한 규칙이 정해져 있지만, 지금의 대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투가 전개되는 상황이다. 유언비어, 조작정보, 흑색선전 등이 대서특필되고 있다. 이 와중에 대선 후보자들의 TV토론회는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이 중 사드 추가 배치 의제는 대선 후보 간 설왕설래의 주된 논제로 외교·안보와 직결되는 사드 배치 사안은 국가 신용도는 물론이고 국가의 안녕,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우리나라는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2016년에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당사 언론보도 홍수 속에서 국론이 분열되기도 했고, 중국의 보복 조치 단행으로 문화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연간 22조4000천억원(KDB산업은행) 규모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워낙 국민적 관심사 이다보니 사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는 것을 일반 국민들도 말을 보테다 보면 절반의 전문가 수준으로 학습이 되어 알 정도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거리 1000km가 넘는 중장거리미사일을 고각으로 공격할 가능성은 현실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 대선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거듭 주장은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의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형국이다.

 

게다가 사드 추가 배치의 예를 격투기로 비유해 답변하는 후보자의 고집스러움에 국민은 걱정이 태산이다. 한편, 다른 시각으로 보면 무거운 국방 주제를 ‘격투기’에 비유한 윤석열 후보의 언론 감각은 과히 놀랄 만 하다. 윤 후보가 흥미 위주의 상업성 보도에 익숙해져온 대중에게 사드를 UFC에 견준 설명이 고도의 계산에 의해 나온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전쟁이 나면 우리 국민의 상업은 말살된다. 상업성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난리이기에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국민의 생명과 국익 우선의 관점에서 토론돼야 한다. 추문 등 근거 없는 유언비어, 조작정보, 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는 이번 대선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혜안이 요구된다.

 

국가의 안전을, 국민의 평화를 위해할 사드 배치 논리를 UFC 격투기로 비유한 이런 대선은 예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저고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고고도사드로 막을 수는 없다는 국방과학적 근거가 진영의 사상전(思想戰)으로 비화해서도 안 될 것이다. 

 

 혼돈의 여론조사 결과 속에서 우격다짐의 개그적 꽁트가 되어가는 대선판. 대선 후보자가 UFC 해설자가 된 듯한 모습에, 과연 유권자들은 ‘한반도의 옥타곤화’에 환호해야 하는가? 


더퍼블릭 / 신 훈 행정학 박사 lee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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