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노태우, 신군부 책임 부정하는 회고록 내놓고 참회? 어불성설”

5·18단체 “노태우, 신군부 책임 부정하는 회고록 내놓고 참회? 어불성설”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0.05.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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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헌화하고 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노 전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헌화했다. 다만, 5·18민주화운동 단체는 ‘진정한 참회’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은 29일 장남 노재헌씨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학살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재헌 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상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방명록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고 적었다.

이어 5·18민주묘지 제단까지 이동해서는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 제13대 대통령 노태우’라고 적힌 조화를 헌화하고 분향했다.

재헌씨는 헌화·분향이 끝나고 김의기·김태훈·윤한봉 열사의 묘 등을 찾아 참배하는 등 오월영령을 추모했다.

다만, 5·18민주화운동 단체는 부친을 대신한 재헌씨의 이 같은 참회에 대해 ‘진정한 참회’와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이종 5·18부상자회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사죄 의사를 전하는 것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오월 3단체와 공식적으로 만나 사죄의 뜻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광주 방문 당시 약속했던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 개정판 출판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신군부의 진압 책임을 회피한 듯한 문구가 담긴 책을 버젓이 내놓고 참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재헌 씨는 지난해 12월 광주를 찾아 신군부의 책임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개정판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노씨의 잇단 참회 행보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겠다. 아버지의 뜻이 얼마나 담긴 것이고, 무엇을 사죄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면서 “진정 노 전 대통령의 뉘우침을 아들로서 대신 전달하는 거라면 변죽만 울리지 말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신군부의 주역인 아버지 이름으로 열사들에게 헌화한 것은 참회의 뜻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면서도 “결국은 5·18 비극과 신군부 독재의 책임이 있는 노 전 대통령 본인의 직접 사과가 중요하다. 자신의 육성으로 오월영령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에도 적극 협조하길 바란다. 항쟁 당시 진압 관련 기록물 등 미완의 과제를 푸는데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적극 공개·협조해야 한다”며 “한발 더 나아가서 행동으로 나서야 진정한 참회”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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