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 문제, 눈높이에 맞는 강력한 예방 교육 필요…중독자 ‘낙인찍기’도 멈춰야”

“청소년 마약 문제, 눈높이에 맞는 강력한 예방 교육 필요…중독자 ‘낙인찍기’도 멈춰야”

  • 기자명 배소현
  • 입력 2023.07.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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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 = 배소현 기자] 최근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 실태와 관련해, 눈높이에 맞는 철저한 예방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됐다. 또한 ‘마약 중독자’라는 ‘낙인 찍기’ 대신,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선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여성가족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청소년 마약 사범 폭증, 지금 막아야 한다’는 제하의 토론회를 열었다.

초등생부터 고교생까지 연령 구분 없이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도박 중독의 실태와, 급증하는 미성년 마약사범 문제를 진단해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는 좌장에 박소영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발제에 김일옥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중독재활센터장, 토론에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 오세라비 작가(‘사지로 내몰린 청소년들’ 저자), 탁인경 국민희망교육연대 상임대표, 조윤희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이 함께했다.

정경희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온라인에 더욱 몰입하게 된 청소년들이 SNS나 다크웹을 통해서, 그리고 가상화폐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접하게 된 불법도박과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안일하게 방치하는 사이에 우리 아이들의 영혼과 육체를 잠식하는 마약 문제가 대한민국 청소년의 미래를,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파괴해버릴 뇌관이 돼버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 의원은 “우리의 미래세대를 지키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마약중독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사전예방-단속-재활’까지 가능한 국가적 통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 형사법적 접근이 아닌 ‘치료적 사법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발제를 맡은 김일옥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우리 미래를 이끌어갈 소중한 존재”라며 “우리나라 청소년은 입시, 취업 등 과도한 경쟁 때문에 N포세대 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개별적인 불법 마약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라며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햔 불법 마약 거래 점유율이 5%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래집단의 영향도 크게 받는 청소년들은 마약을 접하기에 너무 쉬워진 반면, 치료 및 재활의 기회는 너무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중독재활센터장은 ‘마약’을 일종의 은어로 사용하는 실태에 대해 먼저 꼬집었다. 마약에 대한 예방 교육이나 재활 치료 등이 없는데 비해 ‘마약’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다’ ‘끊을 수 없다’는 등의 긍정적 의미로 생활 속에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박 센터장은 자신도 마약 중독자였음을 밝히며 “마약을 유통 및 판매하는 자들은 강력하게 처벌해서 막아야 하지만, 이미 마약을 접한 사람은 재활이 필요하다”면서 “초등학교, 중학교가 아닌, 유치원 시절부터의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자신이 마약을 접했던 30여년전과 비교해서 현재 관련 예방 교육 대책이나 재활 방안이 없다는 것은 똑같다는 점도 꼬집었다. 박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마약 치료와 재활에 있어서 후진국”이라며 “이미 중독된 청소년들이 마약을 끊을 시에 대한 (대체 가능한) 희망과 치료 대안 등이 없다”고 힐책했다.

그러면서 박 센터장은 “한 번 중독되면 노력과 의지로 멈출 수 있는게 아니다. 호기심과 유혹이란 함정 속에서 계속 빠져들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고 방식도 틀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남의 일이 아닌, 우리 가정이란 생각으로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마약이 없는 나라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마약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국민과 정부가 신경쓰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론에 참여한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는 마약을 한 청소년들을 ‘마약 중독자’라고 낙인 찍을 것이 아니라 보듬어줄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마약 중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질환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고혈압, 당뇨 등은 만성 질환으로써 계속 치료하고 관리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는데 반해 마약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마약에 대해서는 특히나 누군가가 얘기를 쉽게 꺼낼 수가 없다. 굉장히 ‘낙인 찍기’가 심하다”며 “청소년들은 마약을 접함으로써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괴로워한다.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몰라 주변인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심지어는 부모님들 조차 자식이 마약한다는 것을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기에 실제로 병원을 간다거나 치료 센터에 가는 일이 쉽지가 않다”며 “마약 중독은 뇌 질환이라는 기본 인식을 가지고 마약을 접한 아이들에게 조기에 개입해서 치료 및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변호사는 “청소년들이 24시간 교육만 받고, 강제로 감옥에 넣는다고 해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약 중독에 대한 치료적 사법 문제 해결 법원을 만들고 마약 중독에 대해서 좀 더 따뜻한 시각을 가져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오세라비 작가는 토론에서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세라비 작가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한 도시에 깨진 유리창을 자꾸 방치하다 보면 결국은 무법 천지가 된다. 마약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감기약보다도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마약”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지키려면 하루 빨리 예방 교육을 해야한다. 그런데 한 번은 학교에서 나눠준 마약 관련 가정통신문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가정통신문을 보고 깜짝 놀랬다”며 “예방 교육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록로, 그저 마약 종류들을 쭉 나열해뒀더라. 그러면 아이들 입장에선 더 호기심만 자극하고, 오히려 마약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 꼬집었다.

오세라비 작가는 “우리 청소년들이 마약이라고 하면 절대 하면 안된다, 중독성 없는 마약은 없다라는 명확한 인식을 강력하고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는 예방 교육을 지금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인경 국민희망교육연대 상임대표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이미 마약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생각하는 실태’를 지적하며 마약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지 않도록 예방해야한다고 피력했다.

조윤희 대한민국 교원조합 상임위원장은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고 언급하며 앞서 짚은 ‘마약’이란 단어를 생활속에서 ‘마약 쿠키’ ‘마약 김밥’ 등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날 토론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교사로서 학교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강조했다.

더퍼블릭 / 배소현 기자 kei.05219@thepublic.kr 

더퍼블릭 / 배소현 kei.0521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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