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뻥튀기’로 입찰 참여...감정업계 정비사업 입찰비리 심각

'실적 뻥튀기’로 입찰 참여...감정업계 정비사업 입찰비리 심각

  • 기자명 홍찬영
  • 입력 2023.08.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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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아파트 전경. 기사 내용과는 무관.

 

[더퍼블릭=홍찬영 기자] ‘감정가 부풀리기’가 전세사기 주요 수법 중 하나로 지목된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시장에서도 감정업계의 구조적인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세사기 사건은 물론 감정업계의 정비사업 부조리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에 접한 수도권의 한 재건축 사업지에서는 국내 최대 감정평가업체 중 하나로 꼽히는 A사가 사업실적을 부풀려 입찰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조합은 지난 2020년 감정평가사 선정 입찰을 실시하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시행한 2003년 7월 1월 이후 종전·종후 평가 업무수행 실적’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A사의 '실적 뻥튀기' 의혹은 입찰 마감 후 서류 개찰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 감정평가업체 선정 입찰을 진행한 다른 재건축 사업지에 제출한 업체의 사업 실적과 차이를 보이면서 불거졌다.

실제로 A사가 두 재건축사업 입찰에 제출한 사업실적을 살펴보면, 이 업체의 전체 재건축사업 수행실적은 1081건, 도정법 시행 이후 종전·종후평가 업무수행 실적은 1029건으로 그 차이가 52건에 그쳤다.

경쟁 감정평가업체의 전체 재건축 사업수행 실적(1202건)과 도정법 시행 이후 종전 ·종후평가 업무수행실적(807건) 차가 395건에 달했다..

A사는 50여년 동안 업력을 이어오고 있으면서 정비사업에서 많은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A사가 종전·종후평가 실적이 최소 300건 이상 부풀려졌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정법과 국토부 유권해석, 조합의 입찰지침서 등 을 종합하면 종전평가 실적은 출자자산과 관리처분시만의 평가실적을, 종후평가 실적은 관리처분시만의 평가 실적을 명백히 정의하고 있음에도 A사는 사업 수주를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A사를 감정평가업체로 선정한 조합의 지침에 따르면 '평가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 변조, 허위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해 제출한 업체'는 입찰 무효로 정의한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이와 관련 현재 조합 운영에 대한 실태점검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평가사의 정비사업 비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M사의 감정평가사 D씨는 자신이 조합원으로 있는 재건축단지 감정업체 선정입찰에 참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해당 조합의 임원으로 조합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평가사법 25조 2항에는 감정평가법인 등은 자기 또는 친족 소유, 그밖에 불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토지 등에 대해서는 그 업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법인의 설립인가를 취소하거나 2년 이내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M사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말 서울 송파구의 한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정비사업전문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감정평가 업체 선정입찰에 참여를 시도하다가 불공정 민원이 빗발쳐 입찰 자체가 취소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지에서도 감정평가사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감정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에 연루된 감정평가사들에게는 영구퇴출이라는 첫 중징계가 내려지고 관련 법령 강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정비사업 입찰비리와 관련해서는 관리·감독과 처벌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는 1명과 그 가족뿐일 수 있지만,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윤리적인 해이는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수천명의 조합원과 그 가족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면밀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감정평가사는 특정 개인의 재산뿐만 아니라 사회성과 공공성이 큰 재화인 부동산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이해 조절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 자격사로 높은 도덕성과 직업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윤리적인 금지사항도 마땅히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퍼블릭 / 홍찬영 기자 chanyeong8411@thepublic.kr 

더퍼블릭 / 홍찬영 chanyeong841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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