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총력전’ 특화단지 지정했는데...인프라 예산 배정은 ‘아직?’

정부 ‘반도체 총력전’ 특화단지 지정했는데...인프라 예산 배정은 ‘아직?’

  • 기자명 이현정 기자
  • 입력 2023.10.10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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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현정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6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하고 반도체 특화단지를 지정했지만 내년 정부 예산에는 전기와 용수(물) 등 인프라 조성 비용이 배정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면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7개 지방자치단체를 전수 조사한 결과와 10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에 필요한 예산은 총 14조31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경기도의 필요 예산은 8조6156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경기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거점인 평택과 2026년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가 들어서는 용인이 속한 ‘반도체 메카’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는 반도체와 2차전지·디스플레이 첨단산업 특화단지 조성을 위해 총 14조3168억원, 이 가운데 내년에만 1조3101억원의 인프라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달 정부가 제시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에 따르면 내년에 첨단 산업 단지 7곳에 국비로 지원되는 인프라 예산은 포항(2차전지·154억원) 한 곳 뿐이다.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용인·평택·구미를 포함한 나머지 6곳은 내년 이후 2028년까지도 인프라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프라 예산이 아니더라도 사정은 비슷한데, 연구개발(R&D) 등을 포함한 전체 특화단지 예산은 향후 5년간(2024~2028년) 5432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국비 지원은 444억원(8.2%)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지방비와 융자 등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중앙정부는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국비 지원하고 지자체는 인허가를 신속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올해 6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고 국가 총력전”이라며 “기업과 투자, 유능한 인재가 다 모이도록 정부가 제도 설계를 잘하고, 인프라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정부의 첨단산업 단지 계획에 따라 기업들은 2042년까지 총 61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며, 입주 예정 기업은 반도체 관련 기업만 약 600곳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양향자 의원은 “특화단지를 지정만 해놓고 책임은 지자체와 기업이 지라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 지원을 믿고 투자를 결정한 기업은 뒤통수라도 맞은 심정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정부는 사업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규제 완화 단계이고, 인프라 지원은 2025~2026년쯤 착공 시점부터 이뤄질 것”이라며 “관련 예산을 지금부터 반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특화단지 지원은 일단 올해 안에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내후년 예산안부터 재정 당국과 협의해 차차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기재부는 “특화단지의 성공적 조성·운영을 위해 정부-지자체 합동으로 ‘특화단지 범부처 지원협의회’(9월22일)를 발족하여 현장 애로 해소 및 적기 지원을 위해 범부처가 협업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주요 경쟁국들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경쟁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선 만큼 ‘미래 먹거리’ 지원에는 속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반도체는 최소 5년이 지나야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은 속도의 경쟁을 위해 빚을 내서라도 지원을 하는 것”이라며 “투자 기간과 규모가 큰 인프라에서 발목이 잡히면 기업은 빨리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국가 경쟁력의 백년대계가 돼야 할 특화단지가 오히려 발목을 잡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퍼블릭 / 이현정 기자 chuki91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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