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경영 복귀한 카카오 김범수, 사법 리스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경영 쇄신으로 돌파구 찾을까

[이슈분석]경영 복귀한 카카오 김범수, 사법 리스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경영 쇄신으로 돌파구 찾을까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3.11.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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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에 성장 동력 흔들리는 카카오…책임 경영 강화 나선다
‘비욘드 코리아’ 비전 추진 동력 잃나…SM 주가 시세조종 의혹
경영 복귀 확정 지은 김범수…카카오 위기 돌파 시동 걸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1년8개월 만에 카카오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으로 카카오 그룹 경영진들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그룹의 투자를 담당하는 핵심 임원들이 사건에 대거 연루된 데 더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계열사들의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그룹 전반에 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번 사법 리스크로 인해 카카오 법인이 제재를 받는다면,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카카오뱅크의 경영권 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조사 마치고 나오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제공=연합뉴스]
금융감독원 조사 마치고 나오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제공=연합뉴스]

사법 리스크에 성장 동력 흔들리는 카카오…책임 경영 강화 나선다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김 센터장은 지난 6일 경기 성남시 소재 카카오 판교 사옥에서 2차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이른 새벽부터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달 30일 오전에 이어 두 번재인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주 설립 계획을 밝힌 외부 준법 기구 ‘준법과 신뢰위원회’ 설립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는 지난 3일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할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 3일 초대 위원장에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을 선정하고 관련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운영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로 떠오른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에 대한 관리·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는다.

김 센터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의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센터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는 회사 미래 먹거리 발굴 조직인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직함만을 유지해왔다.

그는 당시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탈피하고, 그룹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 진출 전략인 ‘비욘드 코리아’에 집중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센터장은 당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며 “비욘드 코리아는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사명)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며 “글로벌 IT기업들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꿈을 실현하도록 함께 새로운 항해를 펼치자”는 메시지를 냈다.

아울러 카카오는 100명의 전문경영인(CEO) 양성을 목표로 삼은 김 센터장의 의지에 따라 각 계열사 대표가 경영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며 성장하는 자율경영 형태를 취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사진제공=연합뉴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사진제공=연합뉴스]

‘비욘드 코리아’ 비전 추진 동력 잃나…SM 주가 시세조종 의혹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몸집을 불려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려 했던 것과 ‘문어발식 경영’ 방식이 사법 리스크로 이어지면서 ‘비욘드 코리아’ 비전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달 26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카카오 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특사경의 조사에 따르면, 배 대표 등은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경쟁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 2400억원을 투입해 고가매수주문과 종가관여주문 등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을 통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격 이상으로 상승·고정시키는 등 시세조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이 과정에서 금융 당국에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5% 이상)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그룹의 투자를 총괄해왔던 배재현 대표가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실적이 악화되면서 기업공개(IPO) 일정도 지연되는 분위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그간 IPO를 준비해오고 있었지만,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38억143만원, 순손실 6297억9456만원을 기록하면서 7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경력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7~9월 1차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전체 인력의 30%를 줄인 데 이어 2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카카오스타일 역시 지난해 5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전년 대비 영업 손실을 두자릿 수 이상 키웠다.

 

카카오 T 블루 [사진제공=연합뉴스]
카카오 T 블루 [사진제공=연합뉴스]

카카오모빌리티 이어 카카오뱅크도 난제

주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카카오모빌리티도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돈을 거의 안 받거나 아주 낮은 가격으로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에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매우 부도덕하다고 질타했다.

그간 분식회계와 비가맹 택시 차별, 스타트업 기술 탈취 등으로 비판을 받는 데 더해 윤 대통령이 직접 지적을 하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 개편 등을 포함한 서비스 재편을 위해 즉각 택시업계와 간담회 날짜를 조율했다.

간담회에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사업자와 노동조합이 모인 택시 4단체와 전국 가맹 택시 단체 가운데 일부가 참석하기로 했다.

현재 가맹점협의회와는 참석 여부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카카오모빌리티 측의 참석자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열린 국내 9개 회계법인 대표와 간담회에서 “카카오는 현재 불공정 거래 관련 제재 이슈가,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 감리 관련 이슈가 있다”며 수사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체 등에서 받는 정보 이용료를 매출에 비례해 산정한 건 이해한다”면서도 “왜 이제 와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증권신고서 등 관련 서류들을 잘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법인이 특사경의 조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현행법상 인터넷은행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 등이 특사경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카카오 법인을 포함한 계열사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제공=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진제공=연합뉴스]

경영 복귀 확정 지은 김범수…카카오 위기 돌파 시동 걸까

이처럼 카카와 주요 계열사들의 각종 논란에 사실상 경영 복귀를 확정 지은 김 센터장은 ‘준법과신뢰위원회’와 별개로 20여 명의 카카오 경영진들과 ‘경영쇄신위원회’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김 센터장이 직접 맡으면서 진두지휘한다.

김 센터장은 지난 6일 20여명의 카카오 주요 계열사 대표들에게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 플랫폼이자 국민기업이기에,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오늘날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과 경영쇄신위원회는 현재 카카오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카카오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2021년 카카오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에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센터장이 이번에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 센터장은 지난달 30일 주요 공동체 CEO들과 경영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 상황을 ‘최고 비상경영 단계’로 선포했다. 각 공동체 내부에서 새로운 기구를 신설해 준법경영 실태를 점검하는 등 쇄신책도 발표했다.

당시 김 센터장은 “나부터 부족했던 부분을 반성하고 더 강화된 내외부 준법경영 및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주와 이번주에 이어 매주 월요일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쇄신 방안을 논의한다. 경영회의 종료 시점을 정해두지 않고 지금의 문제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공동체회의를 지속할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매주 회의를 통해 주요 사안이 결정될 경우에만 회의 안건을 발표할 방침이다. 김 센터장은 현재 카카오 공동체에 대하 “기존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영 정상화의 필요성을 내비쳤다.

김 센터장이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들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고 공동체의 쇄신을 주도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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