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세금 10% 낮췄더니…주류업계, 출고가 7% 인상

소주 세금 10% 낮췄더니…주류업계, 출고가 7% 인상

  • 기자명 김강석 기자
  • 입력 2023.12.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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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김강석 기자] 내년 1월 1일부로 소주의 공장 출고가격이 10%가량 내려갈 전망이다. 정부가 소주에 매기는 세금을 10% 낮춰 출고가 인하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류 업계는 이미 출고가 인상을 단행했거나 올해 안으로 올릴 예정이어서 소비자 물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14일 주세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열고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 비율을 22.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준판매비율이란 주세를 계산할 때 기준인 과세표준을 최대한 제조원가에 가깝게 내려 세금을 줄이는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다.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세금은 줄어든다.

국산 위스키·브랜디·일반 증류주의 기준판매비율은 각각 23.9%, 8.0%, 19.7%로 정해졌다. 증류주에 향료 등을 섞은 리큐르의 기준판매비율은 20.9%로 확정됐다. 국세청은 주세 기준판매비율 제도가 처음 도입되는 점, 음주의 사회적 비용,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기준판매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국산 소주의 과세표준이 22.0% 인하되면 공장 출고가는 10.6%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금이 붙지 않은 참이슬 프레시(360㎖)의 반출가격은 586원, 세금(주세 72%+교육세 30%+부가가치세 10%)이 붙은 출고가는 1247원이다. 기준판매비율 22%(129원)를 적용하면 인하된 반출가격은 457원이 되고, 세금이 붙은 출고가는 1115원으로 지금보다 132원(10.6%) 저렴해진다.

다만, 소비자들이 ‘소주 출고가 10.6% 인하’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류 업계는 이미 소주 출고가를 인상했거나 연내 단행할 예정이어서다.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처음처럼’과 ‘새로’의 출고가를 연내에 7% 안팎 올리기로 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 참이슬 프레시와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올렸다.

이처럼 주류 업계가 소주 출고가를 7% 올리고 내년에 정부가 10.6% 내리면 출고가 인하 폭은 정부가 기대하는 132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4원에 불과하게 된다. 소주 시장을 양분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가격을 올리면 무학‧보해양조‧대선주조 등 지역 소주 업체 역시 뒤따라 가격 인상에 나설 공산이 큰 상황이다.

국산 주류는 제조원가에 ‘판매 비용과 이윤’이 포함된 반출가격에 따라 세금이 측정된다. 반면 수입 주류는 ‘판매 비용과 이윤’이 붙기 전인 수입 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국산 주류 업계에선 이를 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정부는 수입 주류 대비 국산 주류에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종가세 과세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기준판매비율 제도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물가 안정 효과를 기대했지만, 주류 업계가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소주 한 병 7000~8000원 가격에는 별다른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퍼블릭 / 김강석 기자 kim_ks02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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