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韓 배터리 업계, 최악의 혹한기 직면…어떻게 헤쳐나갈까

[설특집]韓 배터리 업계, 최악의 혹한기 직면…어떻게 헤쳐나갈까

  • 기자명 김강석 기자
  • 입력 2024.02.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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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업체들, 시장 점유율 일제히 하락…中 CATL에 밀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 ‘주춤’…고금리·고물가 등 영향
배터리 산업 수출액 전년대비 1.6% 감소…2015년 이후 8년 만

지난해 시장 점유율과 영업이익이 하락한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판매 성장률 둔화에 올해도 부진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하락했고, 적자 탈출을 도모했던 SK온은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성장세를 보이긴 했지만, 중국 CATL의 성장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배터리 산업 수출액도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최대 과제를 ‘수익성 개선’으로 잡고 연구개발·사업투자 확대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황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원가 절감, 포트폴리오 다변화,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 시장 점유율 일제히 하락…中 CATL에 밀려

[더퍼블릭=김강석 기자] 7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하이브리드)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705.5기가와트시(GWh)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6% 성장했다.

해당 기간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장 점유율은 23.1%로 전년보다 1.6%포인트 하락했으나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

업체별로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33.8%(95.8GWh) 성장하며 3위를 차지했고, SK온은 14.4%(34.4GWh), 삼성SDI는 36.1%(32.6GWh) 성장률을 보이며 각각 5위와 7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BMW iXi4·i7, 아우디 Q8 e-트론, 피아트 500e 등의 견조한 판매에 힘입어 국내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SK온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 기아 EV6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고 기아 EV9의 글로벌 판매 확대, 북미 시장 포드 F-150 라이트닝의 견조한 판매량으로 성장세를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모델 3·Y, 폭스바겐 ID. 시리즈,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유럽과 북미에서 높은 인기를 보이는 차량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일본 업체 중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린 파나소닉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44.9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0% 성장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주요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로, 특히 북미 시장의 테슬라 모델Y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이 파나소닉의 전체 배터리 사용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중국의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40.8%(259.7GWh) 성장률로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CATL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ZEEKR 001, GAC 아이온 Y 등 주요 베스트셀러 차량뿐만 아니라 테슬라 모델 3/Y, BMW iX, 메르세데스 EQS 등과 같은 전 세계 주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며 유일하게 30.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SNE리서치는 “이차전지 업황 악화 경향이 올해 더 뚜렷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으나 주요국들의 탄소중립 기조와 이산화탄소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전기차 시장은 단기적 성장통을 이겨내고 중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 ‘주춤’…고금리·고물가 등 영향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 원인에는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 둔화가 주효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 2021년 112.3%에 달했다.

해당 연도 467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돼 2020년(220만대)의 2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이후 2022년에는 성장률이 58.7%, 2023년에는 4.2%로 크게 하락했다.

전체 판매량은 2022년 741만대, 2023년 772만대로 늘었으나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산 전기차는 748대 팔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입차도 821대 팔리며 판매 부진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483대)보다는 늘었지만, 테슬라는 1대, 폴스타는 단 1대도 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 배라 제너럴 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며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이차전지 시장도 주춤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대당 지급되는 평균 국고보조금이 계속 줄면서 인기가 시들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환경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2021년 700만원, 2022년, 600만원, 2023년 500만원, 2024년 400만원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정부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구매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 보조금이 줄면서 실구매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점도 전기차 성장세 둔화의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3.71%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기 직전 수치가 주로 반영된 2008년(5.71%)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 물가도 전년 대비 3.6% 상승했다. 2022년(5.1%)보다는 지정됐지만, 정부 목표 수준인 2%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차전지용 광물 가격이 내려가면서 배터리 가격이 동반 하락한 점도 변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86.5RMB(위안)으로 지난해 12월 22일 이후 연일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월 30일 kg당 447.5RMB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5배 폭락한 것이다. 탄산리튬은 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사용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직격탄이 됐다.

배터리 산업 수출액 전년대비 1.6% 감소…2015년 이후 8년 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배터리 산업의 수출액도 100억달러를 앞두고 한풀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이차전지 수출액은 98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연간 이차전지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한국의 이차전지 수출액은 2017년 50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급증해 2022년 9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년 수출 감소로 100억달러 관문을 넘지 못하고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이차전지 수출은 5억9000만달러로 작년보다 26.2% 감소했다. 정부가 분류하는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반도체를 비롯한 13개 품목이 일제히 상승하며 전반적 수출 회복세가 뚜렷했지만, 무선통신 기기(-14.2%)와 더불어 이차전지만 수출이 감소했다.

이렇게 이차전지 업계 전반의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업체들의 영업이익도 함께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382억원과 3118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53.7%, 45.1% 하락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른 금액 2501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6일 실적을 발표한 SK온은 4분기 실적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간 공언해 왔던 흑자 전환에는 결국 실패했다.

업계는 올해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High-Ni)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제품 역량을 높여 경쟁 우위를 지속하고, 중저가 시장 공략을 위한 고전압 미드 니켈(Mid-Ni) NCM, LFP 배터리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소형 전지 사업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원통형 신규 폼팩터인 46시리즈 생산을 시작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또한 지난해 말 생산을 시작한 LFP 제품의 시장 공급을 본격화하고 통합 솔루션 사업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온은 각형 배터리에 이어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테슬라가 에너지 용량과 출력을 높여 주행거리를 늘린 4680형(지름 46mm, 길이 80mm)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면서 BMW, 볼보, 스텔란티스 등도 적용을 추진 중이다.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배터리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생산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중대형전지사업부 내에 ‘ASB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 차세대 배터리 리더십 확보에 나섰다.

한편, 배터리 업계 곳곳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잡음도 일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으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맨 기업들이 성과급 지급 규모를 크게 줄여서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명은 서울 여의도에서 3.5톤 트럭 및 스피커를 이용한 시위를 하고 있다. 트럭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LG에너지솔루션 본사가 있는 파크원을 중심으로 여의도 일대를 순회하며 ‘경영 목표 명확하게 성과 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을 외치고 있다.

삼성SDI 역시 전자재료 부문을 중심으로 지난해 연봉의 37~39% 수준이었던 초과이익성과급(OPI) 규모가 올해 18%로 절반 이상 낮아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전지 부문 32%, 본사(지원 조직) 28%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SK온의 경우 작년 성과급이 아닌 격려금 형태로 연봉의 10%에 300만원을 더한 금액을 지급했다. 최근 이석희 SK온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흑자 달성 시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안팎에서는 올해 성과급 지급 가능성을 더욱 낮게 보고 있다.

더퍼블릭 / 김강석 기자 kim_ks02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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