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이재명 백현동 의혹이 뭐길래?...‘판사출신’이수진 지적과 법원의 실제판단

[심층분석]이재명 백현동 의혹이 뭐길래?...‘판사출신’이수진 지적과 법원의 실제판단

  • 기자명 최얼 기자
  • 입력 2024.02.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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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출신'이수진, 이재명 백현동 의혹 직격..."판결문 보니 李 거짓말”
1심 재판부, '김인섭 징역 5년선고'... "정치인과 성남시 공무원 친분이용"
1심 재판부, "김인섭, 이재명 성남시장의 초선 및 재선에 기여"
김인섭 재판의 영향력...최병묵 "김인섭 유죄=이재명 유죄나 마찬가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더퍼블릭=최얼 기자]판사 출신 이수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을 문제 삼은 것과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본인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이 전략선거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반발해 22일 탈당을 선언했고, 기자들에게 “이 대표에게 2선으로 물러나라고 요청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백현동 판결문”이라고 전했다.

이를두고 여권지지층에서는 친명계 인사로 활동했던 이 의원이 이제야 이 대표의 비리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가 하면,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의원이 공천배제된 것에 반발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온다.

다만 법원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이 단순히 악의에 밭쳐 내뱉는 말로 치부하긴 힘들어 보인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1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김인섭 씨와 이재명 대표간 관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김인섭 씨의 유죄판결이 이 대표의 유죄판결과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한바 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의 승인이 없었으면, 김인섭씨가 거액의 뇌물을 받을 수 없었다는게 최 전 편집장 입장의 핵심이다.

이에 <본지>는 김인섭씨의 1심판결문을 토대로, ▲이 의원의 발언내용 ▲이재명 대표와 김인섭 씨의 인연 ▲당시 사건이 발생하게된 경위 ▲이 대표의 유죄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최 전 편집장의 입장등을 종합해봤다.

‘탈당선언’이수진 “백현동 판결문 보니 이재명 거짓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날 공천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사실상 '컷오프'(공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민주당이 동작을 지역구를 전략지역으로 지정한 결정과 관련해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 의혹을 직격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욕과 비리, 모함으로 얼룩진 현재의 당 지도부의 결정에 분노를 넘어 안타까움까지 느낀다"며 이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경선이 원칙인 동작을에 경선 신청도 하지 않은 제3의 후보들을 위한 여론조사가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전략공천을 한다는 기사들이 나면서 지역구를 마구 흔들어댔다"고 주장했다.이어 "사태 파악을 해 봤지만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될 당 지도부는 외면만 하고 있다. 그래서 동작을에서 민주당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제가 버티는 게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판사출신인 이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하며 "제가 왜 후회하는지, 그 이유는 머지않아 곧 밝혀질 것이고, 이미 적지않은 부분들이 밝혀져 있다"며 "그로 인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이어 "저는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23일 유튜브 ‘CBS 노컷 지지율대책회의’에서도 이 대표의 백현동 사건을 직격했다. 이 의원은 "저는 재판연구관 출신이니까 그 판결을 딱 보는 순간 이건 뻔히 보이는 것"이라며 "백현동 사건 판결문을 보고 정말 이제는 포기를 해야 되겠구나 하는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저도 끝까지 이재명 대표가 무죄라고 믿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며 "그런데 판결문을 보면 법관들은 그 사건을 이렇게 볼 것이라는 게 확실히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의 결과가 보인다"며 "공범이 징역 5년을 받았다면 그 시각이 옆 재판부도 똑같다. 달리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도 이재명 대표가 다치는 걸 원하는 사람이 아니고 구속 그때(영장 청구 때) 불체포 시키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쓴 사람"이라며 "영장 심리하러 갔을 때는 변호사까지 알아봐 줬던 사람인데 포기가 생기더라"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제게 도와 달라고 전화하셔서 진짜 앞장서서 도왔는데 이런 순간엔 합리적인 말씀도 안 하신다"며 "저를 내치고는 나 몰라라 하고 남 핑계만 대시니 정말 배신감이 너무너무 컸다"고 성토했다.

이수진의원 페이스북 캡쳐
이수진의원 페이스북 캡쳐

 

백현동 판결이 뭐길래?...‘김인섭 유죄선고’재판부 “지방 정치인‧성남시 공무원과 친분 이용”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의 '대관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김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연합뉴스)

이 의원이 언급한 ‘백현동 판결’은 백현동 개발사업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13일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 5000여만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판결을 말한다. 김 씨는 공무원에 청탁한 대가로 백현동 개발 사업자인 정바울씨로부터 74억 5000만원과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가 법원에서 인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개발업자 정바울씨는 ‘자연녹지’ 로 활용도가 낮았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로 개발하기 위해 인허가권자인 성남시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로 김인섭씨를 소개받았다. 김인섭씨는 2013~2014년 초 정진상씨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과 함께 백현동 부지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바울씨는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백현동 부지를 2종 일반주거로 용도변경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성남시는 모두 불허했다. 대기업 본사 유치 및 R&D용도로 사용하도록 돼 있는 경기도 종합계획에 맞지 않는다는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김인섭씨가 개입하면서 백현동 부지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준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고 봤다. 아울러 당초 5:5였던 주거용지와 R&D부지의 비율도 정바울씨가 부탁한 대로 6:4로 바뀌었다. 또한 당초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후 정 씨에게 유리하도록 공사가 배제되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심지어 청탁은 김인섭씨가 수감중인 동안에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법원에 따르면, 2016년 1월 알선수재 혐의로 수감중인 김씨에게 정진상씨가 ‘장소변경접견’을 왔고, 김 씨는 정 씨에게 “공사까지 들어오면 사업이 어려워진다”며 공사 배제를 청탁했다. 장소변경접견은 일반 접견과 달리 차단막이 없고 접견 시간도 길다. 또한 두 사람간 대화도 녹취되지 않아,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접견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판부는 김 씨가 받은 74억 5000만원 및 함바 사업권은 이 같은 청탁의 대가라고 봤다. 재판부는 “오로지 지방 정치인과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업에 적극적으로 알선했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70억원이 넘는 거액을 수수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설명한 ‘이재명-김인섭’관계...“이재명 성남시장의 초선 및 재선에 기여”

법원은 이날 김인섭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형량과 같은 5년형을 선고했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정진상씨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의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있다. 공사가 백현동 개발사업에 참여할 경우 최소 200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도 ‘공사 배제’ 결정을 내려 공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다.

이에 한 법조계에서는 김인섭 씨의 1심에서 청탁을 인정한 만큼, 백현동 사업진행과정에서  이를 근거로 이 대표 재판부가 배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부는 김 씨와 이 대표간 관계도 친분이 있었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은 이 대표의 기존입장과 다소 온도차가 난다. 이 대표는 2022년 2월 대선 TV 토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로비스트 김인섭씨와의 관계를 묻자 ▲‘당시는 당선이 쉽지 않은 선거였다’ ▲‘김인섭 씨는 연락도 안되던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씨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와 이 대표는 2005년 시민운동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2006년 성남시장에 출마한 이 대표는 김씨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김씨는 당시 선대본부장을 맡아 공약 발굴, 선관위 대응, 기자회견문 검토 등을 총괄했다. 당시 정진상씨는 캠프의 자원봉사자였고, 실제 이 선거에서 이 대표가 낙선한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다시 출마하자 김씨는 공식직함도 없이 선거운동을 했고, 심지어 개인 비용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받아 캠프에 전달했다. 이 대표는 이 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정진상씨는 정책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아울러 김 씨는 2014년 성남시장 재선을 앞두고 이재명 캠프로부터 ‘상대후보가 쓰지 못하게 사무실을 선점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비로 보증금을 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재선에 성공했고 정진상씨는 시장 측근으로 모든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이에 재판부는 김 씨와 이 대표간 관계에 대해 “김씨는 오래전부터 이재명 정진상과 정치적 교분을 형성했다”며 "이재명 성남시장의 초선 및 재선에 기여하면서 이재명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공무원들도 이재명 정진상의 특수관계에 대해 잘 알았다”고 했다.

김인섭 징역5년이 시사하는 바는?...최병묵 “김인섭 유죄=이재명 유죄나 마찬가지”

이미지-유튜브채널 ‘최병묵의 팩트’캡쳐
이미지-유튜브채널 ‘최병묵의 팩트’캡쳐

여권지지층에서는 김인섭씨의 법원 판단이 이 대표의 혐의를 거의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취지의 견해가 나온다. 이 대표가 없었으면, 김인섭 씨의 혐의도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이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김인섭 씨의 판결이 나왔을 당시 검찰의 5년 그대로 인정한건 이 사업의 불법성을 충분히 인정한 것”이라며 “인허가를 내준사람(이재명 대표)도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최 전 편집장은 백현동 개발사업에 대한 김 씨와 이재명 대표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그는 “최종 승인권자가 이재명 대표라는 점에서, 김 씨의 유죄판결은 이 대표 범죄나 마찬가지”라며, 당시 박근혜 정부 국토부와 한국식품연구원 임직원들이 공문을 통해 용도변경을 요청했음에도, 성남시가 거부해왔던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후 정바울 회장은 김인섭씨를 2015년에 공식 영입했고, 이후 용도변경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며 “그해 9월에 용도변경 4단계 상향이 결국 이뤄졌다. 이 대가로 김인섭 82억원을 받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편집장은 또 김 씨와 이대표 측근이 접촉한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로비는 정진상을 통해서 받았고, 정진상은 그 즈음에 있어서 100여차례 전화통화한걸로 밝혀졌다”며 “(법원이)연관된 정진상 실장과 이재명 시장의 범죄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을 제외시키면서 2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배임혐의)여기에 김인섭 1심판결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백현동 사업이 정상적이었으면 김인섭이 83억원 못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판사출신인 이수진 의원이 법원판단을 근거로 이 대표 혐의를 꼬집는 상황은 백현동 사건이 추후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퍼블릭 / 최얼 기자 chldjf1212@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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