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NOW] ‘흥행 실패’ 車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원인은 ‘주도권 싸움’...시즌2 펫보험은 성공할까

[보험NOW] ‘흥행 실패’ 車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원인은 ‘주도권 싸움’...시즌2 펫보험은 성공할까

  • 기자명 신한나 기자
  • 입력 2024.03.26 07:2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예상했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보험회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금융당국이 보험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보험업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했다.

그러나 최근 처음으로 내놓은 자동차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내면서 안타깝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서비스를 통해 계약된 자동차보험 건수가 6100여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핀테크업계와 중소형보험사들은 대형보험사의 요율 산정으로 인해 서비스가 흥행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반면 대형보험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주 <보험NOW>에서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둘러싼 이슈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금융당국의 야심찬 도전,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이란?

▲ 사진제공=네이버페이
▲ 사진제공=네이버페이

[더퍼블릭=신한나 기자]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보험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하고 보험업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보험가입을 희망하는 소비자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회사의 온라인 보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하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받아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보험대리점, 핀테크업체, 플랫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수차례의 전체회의와 이해관계자별 릴레이 간담회도 10회 이상 진행하며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특히 소비자 보호와 각 이해관계자의 업무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서비스는 보험을 비교하고 추천해 보험회사에 연결해주는 업무 이외의 업무는 하지 않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즉,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앞서 제시한 ‘소비자 편익 제고’와 ‘보험업권 경쟁 촉진’이라는 목표 하에 시작된 금융당국의 야심찬 도전이었다는 것이다. 당국은 자동차보험으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포문을 열었다.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유는 ‘수수료?’

지난달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약 한 달 간 12만명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실제 가입은 이용자의 5%인 6100여건에 그쳤다.

즉, 플랫폼에 들어가 가격 비교는 했지만 실제 가입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국은 서비스 흥행의 실패 이유를 ‘가격차이’로 보고 있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 사진제공=연합뉴스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4개의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기존 온라인 플랫폼 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더한 플랫폼 요율을 만들어 보험료를 받고 있다.

쉽게 말해,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해 보험에 가입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대형 보험사들은 이 수수료를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 아닌 보험료에 포함시켜 고객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자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을 하는 것보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가입을 하는 것이 보험료가 더 비싸게 책정된다는 것이다.

이들 보험사를 제외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저렴한 보험료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과 같은 요율을 쓰고 있다. 즉, 수수료를 보험사가 부담하는 기존 사이버마케팅(CM)에 적용해 자신들이 부담하게끔 한 것이다.

구체적인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대형보험사들이 수수료를 보험료에 포함한 것은 플랫폼 활성화를 환영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보험사들은 이미 자사 채널에서 입지를 다져놓은 상황인데, 굳이 플랫폼 수수료를 직접 부담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뿐더러 플랫폼이 더욱 활성화가 될 경우 1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의 가입자를 중소보험사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플랫폼 내에서는 시장의 85% 점유율을 차지하는 빅4 보험사가 아닌 중소 보험사의 체결률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페이에 따르면 비교·추천서비스를 이용한 사용자의 약 59%가 기존보다 보험료가 낮은 상품을 추천받은 걸로 나타났으며, 평균 27만원 더 저렴한 상품을 안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젯밥 챙기기 바쁜 이해관계자들

이러한 상황에서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이 수수료를 내려 받는 것. 둘째, 대형보험사가 수수료를 직접 부담하는 것.

문제는 플랫폼과 대형보험사 모두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대형보험사는 앞서 제시한 것처럼 이미 자사 다이렉트 채널로 유입되는 고객이 많고 시장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굳이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플랫폼 활성화를 이끌 필요가 없다.

메리츠화재·롯데손보·한화손보·캐롯손보 등의 중소형 보험사는 대형 보험사 대비 시장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게다가 업계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자사 상품을 노출하는 것 만으로도 인지도 증대 및 소비자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마케팅 비용 차원으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또한 수수료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재로 열린 수수료율 책정 회의에서 대다수의 핀테크사가 수수료 인하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규모가 큰 빅테크사의 경우 플랫폼 이용 고객 수가 많아 3% 내외 수수료 수준으로도 사업 운영이 가능하지만 중소형 핀테크사는 3% 미만 수수료로는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수수료율은 당초 금융당국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준비할 당시 4%로 결정한 이후 지난달 말 출범을 앞두고 3%대 수준으로 이미 한 차례 낮아진 것이기 때문에 더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다른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플랫폼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은행이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현재 해당 서비스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즌 2’ 펫보험 임박...이대로 가면 빼박 ‘실패

▲ 카메라를 바라보는 중 (사진출처=신한나 기자)
▲ 카메라를 바라보는 중 (사진출처=신한나 기자)

금융업계에 따르면 오는 2분기 금융당국은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페이는 이르면 4월, 네이버페이는 하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다만 자동차보험에 이어 펫보험도 ‘반쪽짜리’ 서비스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먼저 펫보험은 판매 중인 손보사 10곳이 보유한 계약 건수가 10만여건에 지나지 않아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을 판매하는 농협·롯데·메리츠·삼성·캐롯·한화·현대·ACE·DB·KB(가나다 ABC순) 등 10개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 계약 건수 합계는 10만9088건으로 전년(7만1896건)보다 51.7% 증가했다. 다만 반려동물 개체 수가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국민의식조사 기준 799만마리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반려동물의 펫보험 가입률은 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야기는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상품 특성상 보험사마다 다른 특약과 가입내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표준 API 구축’이 자동차보험보다 더욱 어려운 것도 문제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어느정도 표준화가 이뤄져 있지만 펫보험은 상품마다 보장수준과 보장항목, 보험료에서 상당 수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같은 ‘펫보험’의 이름을 쓰더라도 전혀 다른 보험상품을 비교하고 추천해주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이란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시장 자체가 아직 활성화하지 않았고 상품 특약도 다양해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며 “비교·추천서비스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문제 요인으로 꼽혔던 수수료 산정 방식과 플랫폼 요율 적용 여부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다만 펫보험은 이미 포화상태이면서 갱신 수요만 있는 자동차보험과 달리 새로 유치한다는 측면에서 수수료를 낮게 책정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 보험사에게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의 경우 매년 갱신을 해야하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별 차이가 없으면 플랫폼을 통한 체결율이 높아질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펫보험은 손보사 입장에서도 키우는 시장이기 때문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플랫폼 상 수수료율을 낮출 것으로 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 시작된 대형 보험사와 플랫폼 간의 주도권 싸움이 계속될 경우 펫보험 뿐만 아니라 후속으로 출시될 실손보험 등 다양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줄줄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각자의 이해가 섞인 만큼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소비자의 편익 증대’ 라는 가장 원초적인 목표 아래서 보험사와 플랫폼사 모두 상생금융이라는 이름으로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더퍼블릭 / 신한나 기자 hannaunce@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