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달러 분할 매수 추진”...가스公 “환 리스크 키울 수 있어 안돼”

정부 “달러 분할 매수 추진”...가스公 “환 리스크 키울 수 있어 안돼”

  • 기자명 이현정
  • 입력 2023.05.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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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5.6원 오른 1,340.1원으로 시작한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이현정 기자] 정부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한국가스공사가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달러 매수에 대해 분할 매수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시점에 달러 대규모 매수로 인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가스공사는 매주 목요일에 달러 매수량을 크게 늘린다. 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을 전담하고 있는 만큼, 금요일과 주말에 지급해야 하는 수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환 헤지는 LNG 대금 조달 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며 “목요일 달러 매수 시 금요일 오전 환율이 적용돼 금요일 매수보다 회계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이러한 가스공사에 달러 분할 매수를 요청했다. 매주 목요일에 집중되는 가스공사의 달러 매수를 주 2~3회로 분산해달라는 것인데, 정부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환 거래가 매주 목요일로 쏠리면서 다른 날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며 “목요일에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는 만큼 분할 매수는 가스공사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했다.

정부는 특정 요일에 반복되는 대규모 외환거래는 환율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가스공사가 높은 환율에 달러를 사들이게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이 오른 상황에서 달러를 사들이면 결국 가스공사도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분할 매수로 달러 수요를 분산시키면 가스공사와 외환시장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 요일에 달러 수요가 반복되듯이 쏠리면 환투기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스공사의 달러 수요는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며 “환투기 세력이 이 같은 사실을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가스공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 분할 매수는 환 리스크를 키울 수 있어 섣불리 결정할 수 없고, 내부 환거래 정책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어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환 헤지 차원에서 매주 목요일 정해진 환율로 금요일과 주말 LNG 거래대금용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목요일 집중 매수는)회계상 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스공사는 지난해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미수금이 11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3월 가스공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배당을 강행해 주주들의 반발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스공사가 정부의 요청대로 달러 분할 매수를 시도했다가 환 리스크를 입게될 경우, 이전보다 더 큰 주주 반발과 경영진의 배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가스공사의 정부 요청 수용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퍼블릭 / 이현정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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