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된 하이브, 올 상반기 매출 63% 해외서 일궈

‘수출기업’된 하이브, 올 상반기 매출 63% 해외서 일궈

  • 기자명 김영일
  • 입력 2023.08.21 15:0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올 상반기 하이브 매출 1조 316억원 가운데, 63.3%인 6526억원을 해외에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팝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하이브가 수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해외 매출은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30.7%, 북미가 27.8%를 차지할 정도로, 다양한 지역에서 매출 일으키고 있다. JYP의 해외 매출 비중은 52%, YG 49%, SM엔터테인먼트 34% 순이다.

품목 별로는 하이브 매출 중 앨범이 차지하는 비중이 41.7%로 가장 높은 비중 차지했다. 앨범이 하이브의 주력 수출품이 됐다는 의미다.

앨범이 주요 수출품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관세청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대한민국의 음반 수출액은 1억 3293만달러(약 1685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관세청 집계 수출액에는 해외 팬들이 한국에서 직구하거나 보따리상 등을 통해 반출된 앨범의 수량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음반 수출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하이브 한 곳에서만 해외에 판매한 앨범이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앨범이 주요 수출품이 되면서 하이브 해외 매출 규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661억원, 2019년 3666억원, 2020년 3379억원, 2021년 6801억원, 2022년 1조 181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이브는 지난해에만 연간 1조원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는데, 지난해 연결 기준 다른 엔터사 수출고는 JYP 1650억원, YG 1371억원, SM엔터테인먼트 2420억원이다.

전문가들은 K-팝 기업이 해외에서 높은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배경으로 MZ 세대의 ‘디깅 소비’ 트렌드를 꼽고 있다. 디깅 소비란 음반, 음원 등을 듣는 일차원적인 소비를 넘어 좋아하는 것들을 소장하고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더 깊이 콘텐츠 세계관에 몰입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음악 시장 분석업체 루미네이트는 지난달 발표한 2023년 중간보고서에서 지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실물(피지컬) 앨범 10장 가운데 7장은 K-팝 그룹이 차지했다고 밝혔다. 실물 음반을 MD(머천다이즈)처럼 모으는 팬덤 문화가 앨범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음악을 온라인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하는 소비형태가 대중화됐는데도 실물음반 판매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디깅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앨범은 CD와 포토카드로 구성되는데, IP(지식재산권) 산업의 특성상 포토카드 자체가 앨범 소장 가치를 높인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대표 변호사는 “세계가 열광하는 K팝 스타들의 포토카드가 한류를 대표하는 수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도 MD 수집을 통해 대상에 대해 몰입하는 성향 깊어지고 있는 현상이 존재한다고 진단했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K-팝의 특장점인 앨범 MD 전략이 코로나19 상황을 돌파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판단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투어를 포함한 오프라인 공연 재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팬들의 K팝에 대한 갈증이 포토카드, 사진집 등 각종 MD가 포함된 실물 음반 구매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

K-팝의 콘텐츠 파워는 최근 막을 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서도 입증됐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열린 잼버리 폐영식에서 방탄소년단 포토카드 세트 4만3000개를 스카우드 대원들에게 제공, 다수의 대원이 SNS에 방탄소년단 포토카드 인증을 올리며 큰 만족감을 보였다.

콘텐츠 연계 MD가 인기를 끄는 것은 K-팝에 국한된 특이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스포츠, 만화, 게임 등 산업 분야에서도 콘텐츠 연계 MD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가관 리서치앤마켓은 글로벌 스포츠 카드 트레이딩 시장은 지난해 130억달러(17조원)에 달했으며 향후 11년 동안 평균 연간 성장률(CAGR) 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4대 스포츠 리그인 메이저 리그 야구(MLB), 미국 프로 농구(NBA), 풋볼 리그(NFL), 내셔널 하키 리그(NHL) 등이 모두 선수 카드를 생산 중이다.

일본 만화 ‘유희왕’도 MD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사례다. 유희왕은 카드 배틀 ‘듀얼’을 소재로 한 만화로, 단행본을 수천만부 이상 판매하는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유희왕을 소재로 한 실물 카드, 비디오 게임 등이 순차 출시하면서 ‘유희왕 프랜차이즈’로 세계관 확장하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 거뒀다. 이밖에 ‘포켓몬스터’, ‘디지몬’ 등이 실물 카드를 발행, 수익 다각화에 성공한 대표적 IP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무료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IP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관련 굿즈와 결합해 매출을 일으키는 쪽으로 비즈니스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초상권 보호 등 K팝 스타들의 IP 가치를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한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더퍼블릭 / 김영일 kill0127@thepublic.kr

저작권자 © 더퍼블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