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논란…“희망퇴직 거부 땐 협박에 따돌림”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논란…“희망퇴직 거부 땐 협박에 따돌림”

  • 기자명 김강석 기자
  • 입력 2023.11.09 11:30
  • 수정 2023.11.0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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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더퍼블릭=김강석 기자] 국내 화장품 코스피 상장사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부터 자사 일부 임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이를 거부한 이들에게는 과도한 업무 지시와 차별 등 집요한 괴롭힘을 지속 일삼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수도권지부와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아모레퍼시픽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에 철저한 조사와 함께 가해 임원, 관리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에는 희망퇴직 강요를 즉각 중단하고 고용안정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지부장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7월부터 진행된 희망퇴직 진행 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감과 비하로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그동안 고통을 겪은 피해자들이 용기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할 것이고, 기자회견은 사측에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5월과 8월 아모레퍼시픽이 기존 팀장급 인력을 팀원으로 강등시키거나 강등된 이들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같은 해 8월 조직개편 당시 브랜드·영업·경영지원 부문 고참급 팀장들도 강등됐다.

올해 6월에는 인력 구조조정 목적으로 RC(리쿠르팅·방문판매직을 모집하는 업무) 직무가 신설됐다. 노조 측은 RC 부문에 120여명의 직원이 발령받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7월 159명에 달하는 기존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이 됐고, 이를 거부한 직원들에게는 과도하게 업무가 부여된 것은 물론, 폭언과 협박 등이 이어졌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사례를 고발한 직원 A씨는 “부산사업부에서 20여년간 근무했지만 2019년 일방적으로 팀장에서 강등시킨 것도 모자라 지난해 10월에는 연고도 없는 서울로 강제 발령이 나면서 본격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서울로 발령을 내리면서도 어떠한 지원이나 직무 보장도 없었다”며 “담당 임원은 자신의 앞자리에 배치해 동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오픈된 사무실 공간에서 큰소리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해보지도 않은 업무에 대해 질책했다”고 폭로했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문제의 원인은 본인이다”, “장난하냐”, “남들이랑 똑같은 대우받을 생각 하지 마라” 등의 폭언과 고성을 받아야만 했다는 것. 특히 이력을 들먹이면서 “팀장이었는데 이것밖에 못 하냐”며 신입사원과 비교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업 활동도 중요한 이유였지만 나 하나가 감당한다면 나중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참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 자신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20년 넘게 일한 직원을 비인간적으로 대한 회사로부터 사과받고 가해자들이 처벌받길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모레퍼시픽에서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는 또 다른 직원 B씨는 사측이 업무 재배치라는 명목하에 방문 판매 그룹원을 모집해 거래처에 등록시키는 등 RC 업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회사는 리쿠르팅 교육도 받아본 적도 없는 내게 리쿠르팅 전문가라고 한다”며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폭염에 외출 자제력이 떨어지는 날에도 매일 외근을 나갔고 아무 잘못도 없는 나는 지금까지 겪어보지도 못한 막말과 감시, 무시, 모욕, 퇴직 종용 등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태풍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당사자는 내가 됐다”며 “다른 부서는 안녕하신지 묻고 싶다. 사원들에게는 괴롭힘 없는 아모레퍼시픽의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이밖에 노조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다른 직원들도 관리자로부터 “앞으로 너네 진짜 힘들 거다”, “30개월 (희망퇴직금) 줄 때 그만둬라”, “나 같으면 당장 그만두겠다”, “나도 너 때문에 불편하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 반만 받고 일하겠느냐. 거짓말을 많이 한다” 등 폭언들 들었다.

노조는 기자회견 이후 서울 서부고용노동지청에 아모레퍼시픽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신고서를 접수하기로 했다. 또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피켓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단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회사는 지난 3일 해당 사안을 공식적으로 접수했고 현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사 결과 사규 및 윤리 강령을 위반한 지점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면서 “아모레퍼시픽은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 목소리를 다각도로 청취하고, 상호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강석 기자 kim_ks02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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