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편법 승계’ 의혹 사조그룹, 세무조사 이후에도 ‘3%룰 무력화’ 지속…주주가치는 ‘외면’

[이슈분석]‘편법 승계’ 의혹 사조그룹, 세무조사 이후에도 ‘3%룰 무력화’ 지속…주주가치는 ‘외면’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4.01.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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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합식품회사 사조그룹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열사에 대한 사조산업의 지분확보가 계속되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소액주주 견제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 간 상호 지분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단순 지배력 강화를 넘어 3%룰을 무력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사조그룹은 주주행동을 마주하면서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과 계열사 합병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배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조시스템즈, 사조농산-캐슬렉스제주와 시간외 거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조시스템즈, 사조농산-캐슬렉스제주와 시간외 거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주주가치 제고 외면하나…3%룰 무력화 지속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말 보유 중인 사조산업 지분 일부를 블록딜(시간외 거래) 방식으로 계열사 캐슬렉스제주와 사조농산에 4만주씩 넘겼다.

사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사조시스템즈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산업의 최대 주주다.

캐슬렉스제주와 사조농산은 당시 장내 매수를 통해서도 지분일 확보했으며, 현재 각각 1.04%, 2.99%의 사조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11일에는 사조동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약 3개월간 사조오양 지분 1.02%를 장내매수했다. 이에 따라 사조동아원이 보유한 사조오양 지분은 1.4%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말에는 사조씨푸드의 최대 주주인 사조산업은 0.67%의 지분을 블록딜로 사조 아메리카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사조 아메리카가 보유한 사조씨푸드 지분은 기존 2%에서 2.67%로 늘었다.

사조아메리카는 지난해 8월까지만 하더라도 사조씨푸드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지만, 한 달 뒤인 9월 사조산업으로부터 2%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사조씨푸드 지분을 처음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사조그룹의 계열사간 지분 보유가 확대된 점에 대해 업계에서는 과거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 무산 등 소액 주주들의 주주제안을 배경으로 들고 있다.

사조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으로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철회했다. 이후에도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주주제안으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사조그룹은 사조산업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행동을 철저히 봉쇄했지만, 지난 2022년에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조오양을 향한 주주행동이 발발해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후보자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3%룰은 상장사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의 각 계열사별로 확보한 지분의 최대 %에 대한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제한 규정이다. 즉, 그룹 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것.

이후 사조그룹은 계열사 간 지분 보유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기준 사조산업의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량은 ▲사조시스템즈(26.12%) ▲사조대림(3.9%) ▲캐슬렉스제주(3%) ▲사조비앤앰(0.3%) ▲주진우 회장 (14.94%) ▲주 회장의 배우자인 윤성애씨(0.96%) ▲주지홍 부회장(6.03%) 등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조시스템즈(29.08%) ▲사조오양(3.98%) ▲사조랜더텍(3.01%) ▲삼아벤처(3%) ▲사조농산(2.99%) ▲캐슬렉스제주(1.04%) ▲주진우 회장(14.24%) ▲윤성애씨(1.85%) ▲주지홍 부회장(6.8%) 등으로 변경됐다.

같은 기간 주요 계열사인 사조오양과 사조씨푸드 역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수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특정 계열사가 지분을 대량 보유하기보다는 여러 계열사가 3% 안팎의 지분을 쪼개서 보유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경우 3%룰이 적용되더라도 인정되는 의결권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3%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계열사 간 지분 보유를 더욱 늘렸다는 해석이다.

 

사조시스템즈 지분구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조시스템즈 지분구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오너 3세 ‘편법 승계’ 의혹…매출 줄었지만 내부거래 비중 여전

현재 사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사조시스템즈는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다. 사조시스템즈는 그룹의 일감을 바탕으로 성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는데, 승계 이후에도 여전히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2년 설립된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과 용역경비업,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서비스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며, 주지홍 부회장이 지분 39.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2대 주주는 주 회장으로 지분 17.9%를 보유했다. 이 밖에 ▲사조대림(11.8%) ▲사조산업(10%) ▲사조원(5.2%) ▲취암장학재단(4.6%) 등 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주 부회장은 사조인터내셔널, 사조시스템즈는 주 회장의 차남인 주제홍 이사가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 2014년 주 이사가 돌연 사망하면서 그의 사조시스템 지분은 주 부회장이 상속했다. 이후 그룹의 지배구조는 사조시스템즈를 중심으로 개편됐다.

지난 2016년 당시 사조산업 최대 주주였던 주 회장은 보유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사조시스템즈에 매각하면서 사조시스템즈가 사조산업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 결과,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 부회장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계열사’ 순으로 이어지면서 오너 3세인 주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가 사실상 완료됐다.

사조시스템즈는 그룹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으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5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사조시스템즈는 2017년 345억원까지 성장했다.

내부거래 금액 역시 2010년 34억원에서 2017년 260억원까지 급증했으며,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60%, 75%로 확인됐다. 주 부회장의 승계 이후인 2018년 사조시스템즈의 매출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여전히 50% 안팎을 기록했다.

 

사조산업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조산업 [사진제공=연합뉴스]

‘편법 승계’ 의혹에 세무조사 나선 조사 4국

이처럼 기형적인 지배구조 형태에 더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사조그룹은 경영권 승계 당시 편법 승계 논란이 일었고, 지난 2022년 국세청은 사조그룹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은 2022년 9월 15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사조산업 본사에 요원들을 투입해 세무조사에 필요한 자료 등을 예치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로, 탈세 또는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나 첩보가 있을 경우 조사에 착수한다.

국세청은 사조그룹이 승계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편법 승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던 만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부회장은 지난 2006년 사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5년 그룹 식품총괄 본부장에 오른 데 이어 2022년 초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본지>가 앞서 기재한 내용과 같이 사조시스템즈는 매출의 과반 이상을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에 의존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이후 마찬가지로 내부거래로 규모를 키운 사조인터내셔날을 사조시스템즈에 합병시켰다.

사조시스템즈로 주 부회장이 47% 지분을 보유했던 사조인터내서널을 합병해, 지분율을 약 31%에서 40%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사조시스템즈가 내부거래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당시 지주사 격인 사조산업 지분 매입에 활용됐다. 그 결과, 현재 ‘주 부회장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계열사’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사실상 증여와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고도 그룹 경영권을 손에 넣은 것이다.

편법 논란은 이 뿐만 아니다. 주 부회장은 지난 2020년 말 사조산업 소유의 골프장 캐슬렉스서울과 자신의 개인회사 격인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했다.

캐슬렉스제주는 지난해를 제외하면 6년 연속 적자가 지속됐는데 합병이 성사될 경우 캐슬렉스서울에 재무 부담이 모두 전가되는 반면, 주 부회장은 캐슬렉스서울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정부가 주택공급난 해소 방안으로 수도권 골프장 부지에 신도시 건설을 제안했던 만큼, 캐슬렉스서울의 골프장 부지가 신도시 개발지로 지정될 경우 부동산 가치가 폭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사조그룹은 지난 2022년 주요 계열사들의 ESG등급이 일제히 C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2021년 전사적 노력 끝에 사조대림과 사조동아원, 사조산업, 사조씨푸드 등의 통합등급을 B 이상으로 개선했으나 등급을 유지하지 못했다.

올해는 지난해 구축한 ESG경영 체계를 기반으로 부문별 목표 수립과 관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환경부문에서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사회부문에서는 안전보건경영 이행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ESG 평가에서는 사조씨푸드 통합등급 B등급에서 B+등급으로, 사조오양은 C등급에서 B등급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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