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 일동제약, 올해 1분기도 ‘암울’…깜깜한 악재에 ‘구설수’ 겹쳤다

‘겹악재’ 일동제약, 올해 1분기도 ‘암울’…깜깜한 악재에 ‘구설수’ 겹쳤다

  • 기자명 김다정
  • 입력 2020.03.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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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약품 줄줄이 판매 금지…코로나19가 몰고 온 매출 하락·차별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강타하자 국내외 경제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당장 항공·여행·호텔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할 만큼 직격탄을 맞았고, 다른 업종도 적지 않은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업계라고 상황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신약 출시가 연기됐고, 특히 ‘영업 비상’이 걸렸다.

업계 특성상 제약 영업은 대면업무가 많기 때문에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영업사원들은 병원 출입이 어렵게 된 것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달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영업사원 방문 자제 요청’ 공문을 보내 “회원사들에게 의료기관의 별도 방문 요청이 없는 경우 영업사원 방문을 자제토록 안내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처럼 올해 상반기 제약업계는 코로나로 인해 영업활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매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일동제약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동제약은 그동안 실적을 견인해 온 식욕억제제 ‘벨빅’과 위장약 ‘큐란정’의 판매 금지로 실적 악화 직격타를 맞은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최근 다수의 제약사가 전 영업사원에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상황에서 일동제약만은 전 영업사원이 아닌 전문의약품 영업사원만 재택근무를 지시하면서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도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된 가운에 구설수에도 오르면서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올렸던 일동제약은 올해 1분기에도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일동제약은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85억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9.2%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174억1000만원으로 2.8% 늘었으나, 당기순손실은 11억4000만원으로 전년 121억1600만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비만치료제 ‘벨빅’, 회수·폐기 결정

올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일동제약이 실적을 견인해 온 비만치료제 ‘벨빅’(성분명 로카세린)이 국내 시장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벨빅은 2015년부터 일동제약이 도입해 판매해온 약품이다. 이 약은 누적 매출이 500억원 이상일 정도로 수요가 높은 비만치료제다.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벨빅은 2018년 98억원, 지난해 85억원의 매출을 각각 올린 바 있다.

벨빅의 매출이 연간 100억원로 지난해 전체 매출에 50분에 1밖에 안되지만 라니티딘 사태를 겪은 일동제약에게는 큰 타격일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4일 일동제약의 ‘벨빅정’과 ‘벨빅엑스알정’ 2개 품목을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했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로카세린 성분의 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위약 대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벨빌 제조사에 자발적 시장 철수를 요청했다.

이 약이 2012년 미국 허가를 획득한 이후 FDA가 환자의 심혈관 질환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제조사에 요청한 실험에서 1년 동안 벨빅을 복용한 470명 환자에서 종양이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FDA는 “벨빅과 벨빅XR의 복용들 중단해야 한다”며 “다만 잠재적인 종양 유발 위험에도 이미 약물을 복용한 환자에게 특별한 선별검사를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식약처도 “해당 의약품의 위해성(암 발생 위험 증가)이 유익성(체중조절 보조)을 상회하는 것으로 판단돼 판매중지 및 회수·폐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줄줄이 퇴출된 전문의약품…영업이익 +90억원에서 -14억원으로 변경

최근 판매 중단 품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손실은 지난해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당초 일동제약은 지난달 14일 지난해 매출액 5174억원과 영업이익 9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벨빅의 판매금지와 회수에 따른 비용을 작년 회계에 인식하면서 ‘적자’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전문의약품(ETC) 매출액은 2863억원으로 전년 대비 0.7%(2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OTC) 매출액은 1561억원으로 2.1%(33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제약업계를 강타한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연간 처방액이 200억원에 달하던 위장약 ‘큐란’이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4분기 일동제약은 75억4200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여기에 벨빅의 회수·폐기 등에 따른 비용이 반영되면서 4분기 손실규모는 75억원에서 179억억원으로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82억원에서 206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주력 OTC였던 아로나민골드도 매출이 전년 대비 13.9% 감소하면서 335억5107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금도 사라졌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주주배당금을 80원에서 0원으로 정정했다.

다만 일동제약 측은 이번 영업이익감소에 대해 큐란과 벨빅의 판매 중지사태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연구개발비의 증대로 인한 영업이익감소도 있다”며 “올해에는 투자한 만큼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다르다던 일동제약…예기치 못한 코로나 악재 만나 ‘암울’

올해는 투자한 만큼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일동제약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 벨빅과 큐란의 공백을 매울 마땅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시작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1분기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제약 영업은 영업사원이 주로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관계자를 만나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업사원의 병원·약국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활동에 제약이 걸렸다. 또 환자들도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면서 의약품 수요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제약업계에서는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10~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19사태가 심각하고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자 다수의 제약사들도 전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앞서 동아에스티, LG화학, GC녹십자, 종근당 등은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제기되자 재빨리 전 직원 재택근무 결정을 내렸다.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이미 대부분 재택근무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달 말 제약산업연구회가 설문을 진행했을 때 이미 조사대상 10곳 중 정상출근을 하는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

일동제약, 전문의약품 영업사원만 재택?…‘차별 논란’ 구설수

이 과정에서 일동제약은 직군별로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차별 논란’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만났다.

최근 일동제약은 ETC 영업사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OTC 영업사원은 내근근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따라 ETC 영업사원은 재택근무 기간 동안 노트북과 메신저, 유선 등을 활용해 자택에서 근무하게 된 반면 OTC 영업사원은 사무실에서 대면근무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동아제약·GC녹십자 등 다수의 제약사는 전 영업사원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에 회사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영업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ETC 직원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동제약 영업사원의 말을 빌려 다양한 지역의 거래처를 방문하고 밀폐된 사무실에 모여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하고 있어 감염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 관계자는 <본지>와의 취재에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영업직원 사이에 차별을 둔 사실은 전혀 없다”며 “본사에서는 원칙적으로 영업직원 모두에 재택근무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근근무가 필요한 특수한 상황에 따라 사무실로 출근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른 것이지 차별을 두고자 했던 방침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 / 김다정 기자 92ddang@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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