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무력화됐나…美 셰일오일 대규모 증산에 유가 하락세

OPEC+ 감산 무력화됐나…美 셰일오일 대규모 증산에 유가 하락세

  • 기자명 최태우 기자
  • 입력 2023.12.1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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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오일 시추시설 [사진제공=연합뉴스]
셰일오일 시추시설 [사진제공=연합뉴스]

 

[더퍼블릭=최태우 기자] 미국의 셰일오일 깜짝 증산이 최근 국제 유가 하락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유국 카르텔인 석유슈출국기구(OPEC) 등의 지속적인 감산에도 미국 셰일업체들의 공급 확대에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4분기 미국 원유 생산량이 에너지정보청(EIA) 예측을 뛰어넘었다”며 “(증가분은) 전 세계 원유시장 공급에 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추가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EIA은 최근 단기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1326만 배럴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예측한 하루 1251만 배럴보다 75만 배럴가량 증가한 수치다. 미국 내에서는 4분기에만 6800만 배럴 이상 증산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증가는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가격 폭락을 막으려고 공급을 억제하려는 산유국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 셰일 업계가 석유 카르텔의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하반기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지난 9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었지만, 주주환원을 우선시한 미 셰일업체들이 증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실제 셰일오일 시추장비 수가 크게 증가하지 않은 데다 대형 에너지 업체들이 생산계획 전망치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 전문가들도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량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비상장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빠른 속도로 확대하면서 전문가들의 전망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과소 추정하게 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생산량을 가장 많이 늘린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 10개사 가운데 7개사가 비상장사로, 이 중 2개 업체의 증산량은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의 증산량보다 많았다.

시추 기술의 발전도 셰일오일 업체의 증산에 영향을 미쳤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의 경우 최근 3년 새 평균적인 유정에서 셰일오일을 뽑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을 19.5일에서 11.5일로 40%가량 단축했다.

당초 OPEC를 포함한 비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석유 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높이려 했지만,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차질이 생긴 것이다.

지난달 말 OPEC+는 내년 1분기 원유 생산량을 하루 220만배럴 감산하기로 했지만, 미국 등의 증산으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오히려 하락했다.

페르난도발레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과 이란·베네수엘라의 생산량 회복으로 내년 1분기까지 예고된 모든 감산 계획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미국 셰일산업의 성장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지난 10월 셰일회사 파이어니어를 595억달러(약 77조원)에 인수하는 등 주요 기업들이 셰일오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퍼블릭 / 최태우 기자 therapy4869@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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