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고신용자는 소외...“금융 건전성에 맞지 않아”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고신용자는 소외...“금융 건전성에 맞지 않아”

  • 기자명 이현정
  • 입력 2021.12.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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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이현정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갈 가운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은행권은 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면 오히려 신용점수를 잘 관리해온 고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소외는 금융의 건전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목표치를 금융당국에 제시하고 금융당국과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조이기가 한창인 가운데 중·저신용 실수요자들의 대출 공급 차질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 5~6%에서 내년 4~5%로 낮춰서 제시하고 이에 은행권은 4.5% 수준으로 맞출 것이라고 제출한 상태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취급을 일시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한 상황이다.

또한 당국은 정책 서민금융을 10조원 이상 공급하고 중금리 대출도 35조원 수준으로 공급하면서 이와 관련해 은행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권들은 일제히 중·저신용자 대출과 중금리 대출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내정자는 “가계대출도 성장을 제한하는 건 우량고객들만이고 (신용등급)7등급 이하인 저소득층 고객에게는 한도가 열려 있어 성장 기회로 탐색해야 한다”며 “정부도 활성시키고자 가계대출 한도에서 배제시켜 줬다”고 밝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의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은행권이 중·저신용 대출에 집중하는 사이 신용점수를 잘 쌓아온 고신용자는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 대부분은 이미 고신용자에 대한 마이너스통장 등 대출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중·저신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신용자 대출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금융 시장의 상식을 역행하는 것으로 금융의 건전성 차원에서도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이미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KCB 신용점수가 820점 이상인 고신용자 대출을 연말까지 제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월부터 고신용 신용대출, 직장인 사잇돌대출 신규를 연말까지 중단했고 케이뱅크는 11월부터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고신용 고객 신규 및 증액을 중단한 상태다. 이와 동시에 중·저신용 대출은 확대해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10월 말 14.6%까지 늘었고 케이뱅크는 올해 10월까지의 중·저신용 대출 규모가 4650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에서 밀려난 1~2등급 고신용자들의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상명대 서지용 경영학부 교수는 “대출 규제가 부실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거꾸로 고신용자들을 집중 타깃으로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규제 방향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이는 고신용자 대출이 주로 부동산, 주식시장 투자로 흘러가는 등 건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가정 자체를 개선하고 정부는 인위적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게 리스트 관리를 보다 전문적으로 하는 금융사들에게 맡겨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더퍼블릭 / 이현정 thepublic3151@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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