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법인 논란에 속 끓는 수도권 한 재건축 조합의 속사정

감정평가법인 논란에 속 끓는 수도권 한 재건축 조합의 속사정

  • 기자명 김영일 기자
  • 입력 2023.10.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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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영일 기자] 경기도와 도내 한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서울 강남에 인접한 수도권의 한 재건축 조합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합동점검은 경기도의 한 재건축 사업지에서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할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할 당시 한 감정평가법인이 입찰을 따내기 위해 조합에 실적을 부풀려 증빙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내 한 재건축 조합은 2020년 4월 재건축 정비사업의 관리처분계획을 위한 감정평가 업체 선정 공고를 냈다.

통상적으로 재건축 정비사업 감정평가사로 선정되면 ▶관리처분을 위한 종전, 종후자산 감정평가 ▶용도폐지되는 정비기반시설 및 신설되는 정비기반시설 감정평가 ▶법인세 과표산정을 위한 현물출자자산 감정평가 업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의 산정 ▶기타 조합이 필요로 하는 감정평가 및 관련 용역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입찰공고 결과, 해당 조합은 A‧B 두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했는데, 최근 A감정평가법인이 입찰 당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도정법, 2003년 7월 1월) 이후 종전·종후 평가 업무수행 실적을 부풀려 조합에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은 주민들의 뜻을 모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옛날 집을 조합에 출자해 새 집을 받기로 하는 사업인데, 종전자산은 옛날 집, 종후자산은 새 집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분양대상자별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을 종전자산이라 하고, 분양예정인 대지 또는 건축물을 종후자산이라고 한다. 종전·종후자산 가격은 많은 이해관계가 대립하기 때문에 어느 일방이 정하기 어렵고 통상적으로 감정평가를 통해 결정한다.

A감평사가 조합에 제출한 전체 재건축사업 수행실적은 1081건이었고, 도정법 시행 이후 종전·종후평가 업무수행 실적은 1029건으로 실적 차이는 52건이었다. 반면, B감평사의 전체 재건축 사업수행 실적은 1202건, 종전·종후평가 수행실적은 807건으로 395건의 차이를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A감평사의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종전·종후평가 업무수행 실적은 더 깐깐하기 때문에 B감평사처럼 전체 실적과 종전·종후평가 수행실적 차이가 상당해야 하는데, 전체 실적과 종전·종후 수행 실적 차이가 50여건에 불과한 것은 실적을 부풀린 게 아니냐는 것.

물론 A감평사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에 실적 부풀리기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재초환 부담금 산정업무 수행실적 부풀리기?…“조합마다 지침 다르고, 지침에 맞게 증빙서류 제출”

이런 가운데, A감평사가 조합에 제출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에 따른 재건축부담금 예정액 산정업무 수행실적도 부풀려졌다는 내용의 제보가 <본지>에 접수됐다.

제보 내용은 이렇다. A감평사가 2020년 1월 서울의 ‘가’, ‘나’ 지역 재건축 조합에 재초환 부담금 수행실적 증빙서류를 각각 12건 제출했고, 2020년 4월 경기도 지역의 해당 조합엔 17건, 2개월 뒤인 6월에는 서울 ‘다’ 지역에 11건의 수행실적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 ‘가’, ‘나’ 조합 12건(2020년 1월)에서 경기도 조합 17건(2020년 4월)으로 5건 늘었다가, 다시 서울 ‘다’ 조합(2020년 6월)은 11건으로 줄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 조합에 제출한 17건의 재초환 수행실적이 허위로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A감평사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적을 부풀렸다는 제보는 허위 제보다. 경쟁 감평사 쪽에서 억하심정이 있는지 자꾸 허위 제보로 물고 늘어지고 있다”며 “입찰 당시 조합에서 수행실적 증빙서류를 하나하나 다 확인한다. 조합에서 제출하라는 대로 ‘(재초환 관련)용역 보고서’를 제출했고,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조합에서 우리(A감평사)를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20년 1월, 4월 대비 6월 서울 ‘다’ 조합에 재초환 수행실적을 적게 제출한데 대해선 “수행실적 증빙서류를 제출할 때 조합의 입찰공고 지침을 기준으로 하는데, 2020년 4월보다 6월에 더 적게 제출한 이유는 지침서 상 만점 기준을 충족하면 일부러 더 실적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다”면서 “(서울 다 지역의 경우 재초환 관련 업무수행)계약서 11건만 제출해도 만점 기준을 채웠기 때문에 더 이상 실적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 4월 경기도 재건축 조합 같은 경우는 계약서뿐만 아니라 용역보고서를 제출해도 되는 상황이어서 용역보고서까지 제출한 것”이라 부연했다.

정리하자면, 서울 ‘다’ 지역 조합은 재초환 업무수행 실적 증빙서류로 계약서만 특정했고, 경기지역 조합은 계약서 및 용역보고서를 증빙서류로 특정했기 때문에 제출 건수에 차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A감정평가법인이 2020년 상반기 입찰 시 제출한 제초환부담금 산정실적 건수.
A감정평가법인이 2020년 상반기 입찰 시 제출한 제초환부담금 산정실적 건수.

공문엔 ‘계약서 및 납품확인서’만 명시…“이 외에는 위‧변조 방지를 위해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본지>가 입수한 ‘감정평가사 입찰지침서 작성 문의에 대한 회신’ 문건에 따르면 경기도 지역 재건축 조합은 ‘용역보고서’가 아닌 계약서 및 납품확인서만 수행실적 증빙서류로 인정한 바 있다.

해당 문건은 2020년 4월 감평사 입찰 당시 한 감평사가 조합에 입찰지침을 문의한데 따른 것으로, 조합은 회신 공문을 통해 “감평사 선정 입찰지침서 제6조 11항의 ‘계약서 등’이라 함은 (수행실적 증빙 관련)해당 조합과의 계약서 및 해당 용역에 대한 납품확인서를 의미하며, 이 외에는 위‧변조 방지를 위해 인정하지 않음을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용역보고서는 재초환 부담금 산정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감정평가 영업 등을 위해 산출된 자료로서 조합에서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경우고, 계약서는 해당 조합과 실제 계약을 맺고 용역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용역업무 수행 도중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도 있다”면서 “납품확인서는 조합과 계약을 체결한 뒤 용역업무까지 완료한 서류라 가장 확실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 일부개정)고시안에 따르면, 입찰자는 입찰안내서의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조합에 서면으로 질의해야 하고, 이 경우 조합은 서면으로 입찰자 모두에게 유권해석의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입찰안내서 제12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서울시 고시안은 시공사 선정 기준이고, 해당 조합이 경기도 재건축 조합이기 때문에 서울시 고시안이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입찰 안내 관련은 조합에 서면으로 질의하고 이에 대한 조합의 유권해석은 문의를 한 입찰자에게만 통지하는 게 아니라 입찰 참여사 모두에게 통지하는 게 업계 관행이고 상식”이라고 말했다.

조합 "용역보고서로 수행실적 증명, 문제없다…시‧도 감사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취할 것"

입찰지침 문의에 따른 회신 공문에 계약서 및 납품확인서만 수행실적 증빙서류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명시하고도, 용역보고서도 증빙서류로 인정했다면 이는 감평사 문제가 아닌 해당 조합의 문제일 수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재건축 조합은 지자체에 감정평가 입찰진행 실태점검 등 감사를 의뢰했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조합은 “B감평사는 앞서도 의혹 제기(A감평사에 대한 종전·종후평가 수행실적 부풀리기)를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B감평사 측으로부터 다시는 이런 일(의혹 제기)이 없게끔 하겠다는 공식 사과문까지 받았는데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B감평사는 “이미 장기간에 걸쳐 수차례 허위실적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실제 올해 초에는 조합에서 허위실적 확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조합장을 비롯한 그동안 조합에서는 관련 입증서류를 접수조차 거부해 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입찰 당시 A감평사 측에서 ‘용역보고서’를 제출해 (수행실적)증명을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법무법인에서 문제가 없다는 서류를 받아놓은 게 있다”고 했다.

과거 조합이 수행실적 증빙서류로 용역보고서가 아닌 계약서 및 납품확인서로 특정하며, 이 외에는 위‧변조 방지를 위해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회신 공문을 전달한데 대해선 “계약서 및 납품확인서로 실적을 증빙하라는 내용은 그 전 조합장 때 일어난 일이어서 확인을 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그렇게 하라(계약서 및 납품확인서)고 했는데, 이렇게 냈다(용역보고서)면 실태점검에 걸려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이 부분을 꼭 집어서 시에다 감사 요청을 한 상탠데, 시에서는 경기도에 감사요청을 했기 때문에 도에서 현장감사가 나올 예정”이라며 “조합이 임의로 해석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감사를 요청한 것이고, 이번 주까지 관련 서류 제출을 다 하게 돼 있다. 회계감사 포함해서 업무감사까지 같이 포함해서 서류를 다 제출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어 “시‧도 감사결과 문제가 있다면 A‧B 감평사 모두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고, 잘못된 제보로 판명나면 조합 측에선 B감평사에 적절한 조취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정비업계 일각에서는 감평사들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을 물론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향후 감평사 선정에 대한 입찰공고가 줄줄이 진행될 것인데, 시공사는 물론 감평사들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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