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내린다”...정부 압박에 CJ제일제당, 밀가루값 6.6%인하

“10년 만에 내린다”...정부 압박에 CJ제일제당, 밀가루값 6.6%인하

  • 기자명 이유정 기자
  • 입력 2024.03.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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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제일제당]
[사진=CJ제일제당]

 

[더퍼블릭=이유정 기자]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CJ제일제당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가격이 내려간다. 최근 치솟는 식품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맥(밀가루 원료) 등 식품 원재료 값은 하락 곡선을 그리자 정부가 제분업체한테 가격 인하를 요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달 1일부터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값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중력 밀가루 1kg·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3종이다. 대형마트 정상 가격 기준으로 제품별 3.2~10% 수준으로 평균 6.6% 내린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 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전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CJ제일제당 측은 최근 국제 원맥 시세를 반영하고,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CJ제일제당이 밀가루 가격 인하 발표 소식을 알리면서, 국내 주요 밀가루 판매 업체인 대한제분과 삼양사 역시 조만간 가격 인하게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양사와 대한제분 측은 내부적으로 인하 폭, 시기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곧 가격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간 정부는 국제 원맥 가격이 하락세인 점을 들어 계속 밀가루 업계를 압박해왔다. 이는 밀가루 가격 하락세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하 필요성에 제기되면서다.

실제 지난 2022년부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속되던 밀가루 가격 상승세는 그해 10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밀 가격은 밀 시세가 안정적이던 지난 2015~2020년보다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폭등 시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하향 추세다. 또 국제 곡물 시세에 따라 밀 수입 가격도 내려가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밀 수입 값은 톤(t)당 335달러로 지난해 6월 3900달러보다 14.0% 내려갔다.

이와 관련, 이번달 1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와 식용류 등 식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 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정부는 식품 업계를 압박해 라면과 빵, 과자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시킨 바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밀가루 가격 인하 움직임이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 인하까지 이어질지 관심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다만 추가 가격 인하까지 확산되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값을 내리는 게 밀가루 소비자 판매가격이라 농심, 삼양식품 같은 B2B(기업 간 거래) 제품 가격과는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정부는 밀가루에 그치지 않고 설탕 등 생필품 물가 인하를 위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실례로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을 포함해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담합 혐의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날 윤석열 대통령은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민간에서도 원재료 비용 하락 부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효율을 높여서 물가 안정에 함께 노력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더퍼블릭 / 이유정 기자 leelyjwo@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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